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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수면무호흡증 진료 인원 2023년 15만 명 돌파
스스로 증상 자각 어려워 미진단 환자도 많을 듯
1박 2일 진행하는 수면다원검사, 진입장벽 높아
사전선별 돕는 스마트폰앱으로 조기진단 길 열려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코를 전혀 안 골고 자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무슨 코골이 때문에 병원엘 가느냐고 버텼는데, 이토록 심각한 상태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잠잘 때 코를 심하게 골던 이모(64·여)씨는 가족의 성화에 못 이겨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이전에도 종종 코를 골 때가 있었지만 스스로 느낄 만큼 증상이 심해진 건 폐경 후 체중이 급격히 불어나면서다.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이씨는 잠에서 자주 깨고 낮에 졸음이 쏟아져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기자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방문했다.



◇ “드르렁~컥” 단순 코골이와 혼동 쉬워…방치하면 뇌졸중·치매 위험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이 멈추는 무호흡 증상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코골이는 상기도 협착으로 인한 저항 때문에 발생하지만 기본적으로 호흡은 이뤄진다. 반면 수면무호흡증은 상기도가 폐쇄되거나 호흡하려는 노력 자체가 없어 호흡이 이뤄지지 않는다. 수면 중 무호흡이 반복되면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뇌가 각성 상태에 들어가 숙면을 방해한다. 아무리 자도 피곤함을 느끼는 건 산소가 부족한 탓이다. 그 결과 과도한 주간 졸림증, 만성피로, 기억력 및 집중력 감퇴, 두통, 불면증 등으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생긴다. 장기적으로는 뇌졸중,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스스로 수면무호흡증을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대다수 환자들이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는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호흡장애를 진단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수면다원검사'다. 몸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수면 중 뇌파와 호흡, 산소 포화도, 수면 자세, 심전도 등 전반적인 수면 상태를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다. 원래 비급여 검사였는데 2018년 7월부터 수면무호흡증 및 과다수면 진단을 위한 수면다원검사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서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각종 센서를 붙인 채 병원에서 하룻밤 잠을 자면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건 여전히 큰 부담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5만 3802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씨 역시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며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자는 의료진의 권유를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자 김정훈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정훈 교수는 "병원에 오는 대신 집에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수면 상태를 간편히 점검해 보자"고 제안했다. 취짐 전 앱을 열어 '자러 가기' 버튼을 누르고 스마트폰을 머리 기준 1m 이내에 두기만 하면 수면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AI가 수면 중 호흡음 분석해 수면의 질 평가… 민감도 87%·특이도 92% 입증


김 교수가 권유한 앱은 인공지능(AI) 기반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이 수면무호흡증의 사전 선별을 돕기 위해 개발한 '앱노트랙'이다. 스마트폰 마이크로 사용자의 숨소리를 포착해 수면의 질을 평가한다. 에이슬립은 서울대병원, 미국 스탠포드 메디컬센터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앱노트랙이 기존 수면다원검사 대비 민감도 87%·특이도 92% 수준의 성능을 갖췄음을 입증하고 2024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등급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법정비급여 사용을 인정 받으며 분당서울대병원 등 주요 병원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앱노트랙을 처방 받은 사용자가 하룻밤 이상 사용한 뒤 내원하면 의사가 이를 확인해 진단·치료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수면무호흡증 사전 선별 진단보조 앱 ‘앱노트랙’의 사용 방식 안내. 사진 제공=에이슬립


한달 뒤 병원을 다시 찾은 이씨는 김 교수가 보여준 '수면 경과 레포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시간당 수면 무호흡 횟수부터 총 수면 시간, 수면 중 깬 시간, 수면 단계, 수면 효율수면에 이르기까지 30여 일간의 수면 경과가 낱낱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수면 중 무호흡과 저호흡이 시간당 몇 회 발생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인 ‘무호흡-저호흡 지수(AHI)’가 5를 넘으면 수면무호흡증, 15 이상이면 중등도 이상의 수면무호흡증으로 간주한다. 김 씨의 경우 AHI 40~50까지 치솟는 날이 한 달에 절반을 넘었다.



◇ 스마트폰앱으로 ‘수면무호흡증’ 사전 선별…“조기 진단·치료 길 열려”


수면무호흡증 중에서도 심각한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에 따라 1박 2일에 걸친 야간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한 결과 AHI 수치 66으로 중증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김 교수는 "산소포화도 90% 이하일 때가 전체 수면 시간의 절반 가까이 되고 심한 경우 산소포화도가 72%까지도 떨어졌다"며 "이미 심각한 저산소증이 동반된 상태라 양압기 치료와 체중 감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대로 두면 치매를 피하기 어렵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이씨는 그날부터 양압기를 착용하고 수면을 취하고 있다.

김정훈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수면무호흡증의 조기 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양압기는 얼굴에 마스크처럼 착용해 수면 중 기도에 일정한 압력의 바람을 지속적으로 넣어줌으로써 호흡을 원활하게 해주는 의료기기다. 처음에는 공기 압력이 강해 불편하다고 느끼고 잘 때마다 착용해야 해 번거롭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2~3주의 적응기간이 지나면 오히려 양압기를 하지 않고 자기가 불편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씨는 김 교수의 처방에 따라 양압기를 쓰고 체중 감량을 병행하며 수면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 김 교수는 "수면다원검사를 꺼리다가도 앱으로 심각성을 확인한 다음 마음이 열리는 환자들이 많다"며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심뇌혈관질환 뿐 아니라 돌연사, 정신적인 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수면 중 호흡 장애로 인해 일상에 어려움이 있다면 꼭 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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