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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의 이슈메이커]
탄핵 사태 뛰어든 차성안 시립대 교수
"헌재 결정 늦어져 여러 추측 있지만
비상계엄의 위법성 자체는 명백하다"

편집자주

한국의 당면한 핫이슈를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26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연구실에서 차성안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최주연 기자


예상대로였다. 요즘 학교 연구실엔 들르지 않는다 했다. 이날 연구실에서 만난 건 인터뷰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다. 판사 출신 차성안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해 12월 3일 불법계엄의 밤 이후 윤석열 대통령 수사, 구속, 탄핵 전 과정에 열정적으로 개입해왔다. 각종 법령, 판례를 뒤져 자신의 SNS 계정에다 장문의 해설, 분석 글을 써내려갔다.

밖으로도 뛰쳐나갔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집행 하루 전날이던 1월 13일 한남동 관저 앞에서 "법원이 정식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경호처 직원들에게 호소하고 '부당지시거부소명서' 작성을 권했다. 윤 대통령이 석방됐을 땐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석방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신변 위협이 없을 수가 없다.

인터뷰 전날 밤에도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46쪽짜리 윤 대통령 탄핵 의견서를 쓰느라 잠을 못 잤다 했다. "사법농단 사건에 휘말렸던 때보다 더 심한 불면증을 겪고 있다"는 차 교수를 지난 25일 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

여러 설들은 결정이 늦어진 데 따른 것

-왜 윤 대통령 탄핵안 '8 대 0' 인용을 확신하나.


"기본적으로 헌법재판관들은 법리에 충실한 법관 출신이다. 개인적, 정치적 성향은 있어도 법과 판례를 고심해가며 재판해온 오랜 경험을 뛰어넘긴 어렵다. 어제 의견서를 쓰면서 내가 탄핵 기각 재판관의 입장이 되어보려 했는데 기각 사유를 쓸 수 없었다."

-확신하는 이유가 탄핵 기각 사유를 찾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내심 정치적 지향이 있다 해도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게 직업 법관의 특징이다. 아무리 탄핵을 기각하고 싶어도 근거를 쓸 수 없다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니겠나."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결론은 4월로 넘어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최주연 기자


-결정이 늦어지니 '5 대 3 기각설'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돈다.


"8명 체제에선 5 대 3이면 기각이다. 마은혁 재판관이 합류한다면 9명 체제 아래서 6 대 3 인용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 마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게 위헌이라고 헌재가 이미 판단했는데, 그로 인해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의 결론이 뒤바뀌는 셈이다. 이럴 경우 서둘러 결론내기보다 재판관 임명을 기다리는 게 헌재의 관행이기도 하다. 여기다 헌재 결정이 늦어지니 '지금이 5 대 3 상황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 또한 추측, 그것도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일 뿐이다."

-내란죄 철회 등 '쟁점'이라고 주장되는 것들이 있다.


"그 문제는 원래 헌재 판단에 달렸다. 탄핵 재판 자체가 그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처음엔 뇌물죄를 넣지 않기로 했다가 나중에 박 전 대통령 측이 이를 문제 삼았다. 그때 헌재가 뇌물죄 여부를 판단하진 않았지만 '법 위반 문제는 당사자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가 알아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줄탄핵이 헌재 사건 부담 늘렸다

-오히려 내란죄를 정면으로 판단하느라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도 있다.


"가능성은 있지만 법원의 형사재판이 있기 때문에 헌재가 그렇게까지 할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전두환·노태우 내란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명확하다. 범죄적 목적의 비상계엄은 사법심사 대상이 되고, 그 자체가 이미 폭동이며, 그게 결과적으로 실패하더라도,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했더라도, 구체적 피해가 없다 해도 그런 계엄을 실행하는 순간 이미 내란죄가 성립한다 해뒀다."

-노벨문학상 받은 소설가 한강이 말했던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그 얘기다.


"맞다. 전두환·노태우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마치 이번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것 같다. 5·18 광주의 희생자들이 윤 대통령을 법의 심판대에 올린 셈이다."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내린 결정 요지.


-윤 대통령을 석방시킨, 공수처 수사권 문제는.


"공수처 수사권은 아무 문제가 없다. 법원이 수차례 확인했다. 설사 문제가 된다 해도 공수처 수사 자료 가운데 일부를 증거에서 빼면 그만이다. 검경 수사, 국회 청문회, 헌재의 직접 신문 등에서 나온 여러 진술과 자료가 있다.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

원래 예상도 그랬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가 두 번째 시도 끝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을 때, 국회 가결이 문제였지 탄핵 재판은 늦어도 2월 말까지, 그것도 아주 싱겁게 끝날 것이라고들 했다. 그런데 헌재 결정은 미뤄지고 그 와중에 윤 대통령은 석방됐다.

-기각 이유를 찾기 어려운데 파면 결정은 왜 늦어지나.


"박 전 대통령 때 91일 걸린 것과 비교들을 많이 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방송통신위원장, 감사원장, 국무총리 등 탄핵안이 줄이었다. 그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재판관 입장에서 제기된 모든 주장에 대해 기각 사유를 밝혀야 한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줄탄핵이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늦춘 셈인가.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사건과 함께 다뤄야 할 사건이 많다보니 윤 대통령 사건 심리가 결과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헌재, 거센 정치적 양극화도 고려할 수밖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2심 재판 일정을 감안한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인터뷰 다음 날 무죄가 선고됐다.)


"정치적 음모론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 다만, 재판관 평의에 8명 재판관은 동등하게 참여한다. 설사 그중 1~2명이 그런 의도를 지니고 있다 한들 그걸 관철시킬 수 있을까. 다른 사건들을 마무리한 뒤 아주 집중적으로 윤 대통령 사건을 들여다보지 않을까 한다."

-판사 출신이라 법관에 대해 너무 너그러운 거 아니냐, 는 말도 들을 법하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보수적인 직업 법관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법률가로서의 마지노선 같은 건 더 잘 지키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정치적 성향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재판 자체를 소홀히 했던 분들은 아니다."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 관계자가 탄핵 반대 시위를 하는 중에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단 트레일러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박시몬 기자


-윤 대통령 사례가 더 심각하다 해도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이미 겪었던 보수 진영의 정치적 저항이 더 거세졌다는 느낌이다.


"그런 측면이 있다. 박 전 대통령 때처럼 탄핵하고 파면한 뒤 특검 수사 진행하면서 대선을 치르면 모든 게 정리될 것이라고, 이번 건은 박 전 대통령 때보다 더 쉽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좀 나이브(순진한)한 것 아니었나 싶다. 정치적 저항이 거세면 헌재 입장에선 중립성을 의식적으로 드러내보일 필요성이 더 커지기도 하고."

차 교수는 서울대 법대 96학번이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공부 잘한다 하니 주변에서 법대를 권했고, 그런가보다 하고 선택한 경우다. 법대 수업을 의식적으로 피하기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태껸을 골랐다. 그러다 사회보장법, 장애인법 문제를 접하면서 법률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장애인법 연구하다 사법농단에 휩쓸려

-다른 법대생들과 달랐겠다.


"법대의 '아싸'(아웃사이더)였다. 하하. 추상적인 법을 배울 때는 큰 흥미가 없었다. 그러다 사회보장법, 장애인법을 접했는데 이건 차별받는 이들을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법의 목적이 선명한데다,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고, 또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니 공부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때 '이걸 계속하려면 법률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3학년 2학기 즈음이었으니 출발이 늦었던 셈이다."

석박사 논문도 장애인 학습권, 국민연금법 문제를 다뤘다. 학교 다닐 적엔 장애인권연대 사업팀에서 장애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문제에 뛰어들기도 했다.

-사법농단 사건 당시 '좌파'로 매도된 '국제인권법연구회'도 그래서 가입했나.


"사회보장법, 장애인법에 관심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그쪽에서 장애 문제를 다루면서 초청하길래 토론자로 나가고, 그러다 좋은 분들 소개받고 함께 공부하고 판례집도 내고 한 게 전부다. 대학 시절 관심사를 자연스레 따라갔다. 그런 연구회에다 색깔론을 들이대는 건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2024년 1월 양승태(가운데)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사법농단 사건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해외연수도 독일 막스 플랑크 사회법연구소를 택했다. 뮌헨, 바이에른주 사회법원 등을 통해 사회보장법과 장애인법 문제를 연구했다. 연수자들은 자기 연구 주제 이외 법원이 요구하는 조사도 해야 한다. 그때 받은 요구 중 하나가 상고법원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의 숙원 사업이 상고법원 설치였는데.


"그때 내 결론은 고위 법관 중심의 상고심 개혁 논의도 필요하지만 1, 2심을 충실히 하려면 하급심 판사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거였다. 연수 뒤 전주지법 군산지원으로 복귀했는데 독일 경험을 살려서 내 나름대로 '충실한 사실심 실험'을 진행했다. 실제 해보니 항소율이 뚝 떨어지고 화해율이 크게 올라가는 등 성과가 나타났다. 나 스스로는 '군산 모델'이라 부르며 뿌듯해하기도 했지만 결국 내 몸을 해쳤다. 사실심을 충실히 하려면 판사가 제 몸을 갈아넣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결국 1, 2심 판사 수를 늘리는 게 맞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공부와 경험을 바탕으로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고 1, 2심 판사를 2~3배 정도 늘리자'는 취지의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한 주간지에다 기고도 했다. 그게 문제가 됐다. 나중에 드러나길 법원행정처는 차 교수를 뒷조사했고 징계까지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고법원 문제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낸다는 이유에서다.

공수처, 폐지보다는 검찰 견제용으로 써야

그러다 사법농단 수사가 시작되자 자의반 타의반 사법개혁 이슈로 휘말려들어갔다. 문득 '이러다간 법원을 영영 못 떠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2021년 2월 서울시립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학교에 적응되면 원래 목표였던 사회보장법, 장애인법 문제로 되돌아가려 했다. 이제 그때가 됐다 싶었는데 그만 계엄 사태가 터졌다.

-12월 3일 이후 인생이 꼬인 셈인가.


"4일 새벽 계엄이 해제된 뒤 5일 학교에서 형사법 강의가 있었다. 그때 내란에 대해 설명했더니 학생들 반응이 좋았다. '아, 이 친구들도 갈증이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다음엔 공수처 수사권 문제를 얘기했더니 그 또한 반응이 좋았다. 일반인들도 관심 있을 것 같아 그 내용을 페이스북에다 올리기 시작했다."

-말 나온 김에, 윤 대통령 석방을 두고 공수처 책임론도 나온다.


"규모나 역량에 비해 과한 욕심을 부린 측면은 있다. 하지만 폐지해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공수처에는 이첩 요구권이 있기 때문에 검찰이 공수처를 무시할 순 없다. 개인적으론 검찰이 수사하되 공수처가 이첩요구권을 고리로 검찰을 견제하는 게 그나마 나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부과천청사 민원실 앞에서 공수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계엄 수사 초기, 수사 주도권 문제가 불거졌을 때 '공수처에 이첩요구권이 있고 요구를 받은 검찰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공론화한 사람이 차 교수다. 또 윤 대통령 석방 당시 '구속집행정지와 달리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위헌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2015년 국회 입법 과정에서 관철시킨 사람이 김주현 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당시 법무부 차관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안 그래도 윤 대통령 석방에 놀랐다는 사람들이 많다.


"대법관이자 형사실무연구회장인 형사법 전문가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다. 그런 분이 항고를 권유하자 외압이라 했다. 검찰이 윤 대통령을 풀어주려고 결심한 거다."

신변 위협 있어도 설명하는 게 법률가의 몫

-판사 출신 교수로서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 중이다. 가족이나 주변 분들은 많이 놀라셨겠다.


"신변 위협 문제가 불거지니까 가족 전체가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한때 조심하자 싶기도 했지만 온갖 저항과 윤 대통령 석방을 보니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법적 쟁점을 떠나 보통 사람들 가슴엔 한 가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사법절차는 대체 누구 편이냐는 의문이다.


"결국 대행 체제의 한계 같다. 특검으로 갔으면 가장 깔끔한데 대통령의 수족이었던 사람들이 대행을 맡으니 모든 길이 가로막혔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청와대 압수수색을 황교안 대행이 막았다. 이번 사안이 정리된 뒤 제도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1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차성안 교수가 경호처 관계자들에게 '부당지시거부 소명서'를 전달하려고 하자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관련 서류를 집어던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은 다음 날인 14일 집행됐다. 연합뉴스


-허탈하지 않나. 사실을 찾아내 설명해봐야 잘 안 먹혀드는 이 상황이.


"인내심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아내가 언젠가 그런 말을 했다. '당신 목소리 톤이 높아지면서 설득력은 더 떨어지는 것 같다'라고. 1997년 '김대중 사상검증 토론회'가 생각났다."

평생 색깔론에 시달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대선을 앞두고 극우매체 한국논단이 요구한 사상검증 토론회를 받아들였다. 차 교수는 "엉터리 질문들이 쏟아지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럼에도 차분하게 설명하던 김 전 대통령의 태도였다"고 말했다. 심장이 벌렁대는 '내란성 불면증의 밤들'이 고통스럽다 한들 그럴수록 더 진득하고 차분하게 설명해야 하는 게 '판사 출신 법학교수'인 자신이 몫이라 생각한다는 얘기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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