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움컴퍼니 대표 최충만 목사 소멸 위기 농촌 순회하는 프로젝트
천음전 달산교회 권사가 지난 24일 경북 영덕의 교회 본당에서 ‘인생화원’ 프로젝트로 인터뷰를 하며 지그시 미소짓고 있다.
저마다 백지 위에 삶이라는 그림을 그린다. 무엇을 그릴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은 각기 다채롭다. 누군가의 아름다운 인생 풍경을 담기 위해 새벽부터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축소 사회의 영향으로 시들어가는 농어촌교회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곳은 바로 ㈜다도움컴퍼니(대표 최충만 목사)다.
지난 24일 차량으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북 영덕의 한 식당. 이곳에서 다도움컴퍼니 대표인 최충만(38) 목사와 전민호(36)씨를 만났다. 본격적인 동행 취재에 앞서 프로젝트에 관해 최 목사가 설명했다.
이들이 펼치고 있는 프로젝트의 제목은 ‘인생화원’. 말 그대로 ‘인생 꽃을 담아낸 동산’이란 의미다. 고령층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남긴다. 편집을 거쳐 만들어진 신앙의 이력은 디지털 아카이브 속에 녹아든다. 보물 같은 이야기를 다음세대가 볼 수 있도록 남기기 위해서다.
최 목사는 “교회가 예배만 드리는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를 담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소멸위험 지역에 다음세대의 발길이 끊겨도 신앙의 이력이나 그 지역의 역사는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다도움컴퍼니는 첫 프로젝트 촬영지로 소멸 고위험군 중 하나인 영덕을 꼽았다.
오늘의 촬영지 달산교회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개나리 꽃길을 지나자 초록색 새싹이 고개를 내민 밭이 펼쳐졌다. 차량에 오르고 20분가량 흘렀을까. 낮은 지붕 사이로 붉은빛을 띠는 건물과 십자가가 나타난다. 달산면에 있는 달산교회(김은옥 목사)다.
인생화원의 촬영 주인공 중 한 명인 김은옥(56) 목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반갑다는 인사를 건넸다. 대화가 오가면서 긴장이 역력했던 김 목사의 얼굴은 한층 누그러졌다.
이날 또 다른 주인공인 천음전(68) 권사가 먼저 촬영에 나섰다. 천 권사는 최 목사의 질문에 따라 삶의 여정을 풀어갔다. 처음에는 달산교회에 출석하기 싫었다는 고백부터 자식들이 속 썩인 이야기, 남편의 병상으로 고생한 이야기까지…. 그런데도 천 권사는 “돌아보니 감사한 일들이 가득했다”고 고백했다.
최 목사의 권유에 따라 천 권사는 자식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이런 유언을 남겼다. “엄마야. 항상 기도하듯이 신앙생활 잘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길 바란다. 평안히 잘 살다가 천국에서 만나자. 울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엄마 천국으로 보내줘. 사랑해.” 한 시간 분량의 인터뷰가 끝난 자리에는 뭉근한 감동이 남았다.
이어 김 목사의 촬영이 진행됐다. 김 목사는 달산교회에 부임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담임목회자로 교인들을 섬기며 주님 말씀에 파묻혀 살고 싶다’고 기도했다. 그 기도의 응답으로 달산교회에 부임했다”며 “영덕이 아무래도 문화와 동떨어진 지역이다 보니 우쿨렐레 교습과 같은 문화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회 이야기는 물 흐르듯 마을 이야기로 이어졌다.
사라져가는 교회, 기록 위한 몸부림
2023년 다도움컴퍼니의 ‘인생화원’ 출범 당시 최충만 목사가 어르신과 대화하는 모습. 최 목사 제공
최 목사는 인생화원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에 앞서 1년 반 동안 장시간 이동과 인터뷰 난항 등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르신들의 신앙심을 접하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어르신들의 일생을 담는 인생화원은 결국 이들의 웰다잉(well-dying)까지 준비하도록 돕는다는 게 최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인생화원은 교회가 다시 죽음과 부활의 신앙을 중심에 두며 장례문화의 주도권을 회복하도록 돕는다”며 “특히 온라인 추모관과 영상 간증은 ‘부활 소망’을 전하며 다음세대에 복음을 전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인생화원에 실린 어르신들의 인터뷰는 부고장에 담겨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인생화원은 영덕을 시작으로 점차 소멸할 위기에 있는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최 목사는 “농어촌교회의 신앙과 지역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담길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