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장우정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평사원으로 시작해 총괄이사, 하이브 최고브랜드책임자(CBO), 어도어 대표이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여 년간의 노하우를 집약해 ‘민희진 감성’이라는 독창적인 브랜드를 구축했고, 뉴진스를 통해 K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1년 하이브와의 경영권 갈등과 뉴진스의 독립 선언은 민희진과 뉴진스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난관을 가져왔다.

민희진은 자신의 커리어를 가능케 한 키워드로 ‘책임감’과 ‘투쟁심’을 꼽는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 시절 소녀시대, 샤이니, f(x), 엑소 등 그룹들의 콘셉트를 기획하며 K팝의 시각적 혁신을 이끌었다. 이후 하이브에 합류해 뉴진스를 제작했고, 뉴진스는 데뷔와 동시에 K팝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하이브와 민희진 간의 경영권 갈등이 불거졌다. 민희진은 기자회견에서 “맞다이(맞상대)로 들어와”라며 정면 승부를 선언했고, 대중은 이를 열광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심이 시간이 지나면서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비쳐 논란을 키운 측면도 있다.

뉴진스 역시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하며 독립 활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멤버들은 “K팝 산업이 아티스트를 상품으로 취급한다”며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K팝 산업의 문제가 하룻밤 사이에 바뀔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뉴진스의 칼끝은 소속사를 넘어 K팝 산업과 한국으로까지 향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법원이 가처분 신청에서 소속사의 손을 들어주자 상황은 복잡해졌다. 법적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팬들마저 피로감을 느끼며 등을 돌리는 일이 발생했고, 뉴진스가 감정적으로만 호소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고상록 변호사는 “뉴진스가 이제는 K팝 산업을 부정하고 끝내는 법원을 무시하고, 한국 전체를 한심한 사회로 몰아넣고 혐한 발언을 내뱉기에 이르렀다면 그다음에 이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라고 했다. 소송에서 졌을 경우 천문학적 위약금도 물 수 있는 처지다.

민희진과 뉴진스가 갈등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침묵하거나 법적 근거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민희진은 “공식을 깨고 싶다”는 철학으로 K팝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온 인물이다. 만약 그가 갈등 상황에서도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절제된 대응을 택했다면, 불필요한 논란 없이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뉴진스 역시 법적 분쟁 대신 음악적 성과와 창작 활동에 집중했다면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명실상부한 아티스트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민희진과 뉴진스의 사례는 K팝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팬덤 중심의 소비 문화, 아티스트 상품화 논란, 그리고 상업성과 예술성 간의 균형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대립보다는 절제된 접근과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더 위협적이기 마련이다. 함부로 휘두르지 않은 칼은 그 자체로 잠재력을 내포하며 상대방에게 더 큰 압박감을 줄 수 있다. ‘책임감’은 사라지고 ‘투쟁심’만 남은 듯한 민희진과 뉴진스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030 가좌역 물 고임 운행중단 경의중앙선…코레일 "1일 첫차부터 재개" 랭크뉴스 2025.04.01
47029 [단독] 이재용 일주일 중국 출장 동행, 반∙배∙디 수장 총출동했다 랭크뉴스 2025.04.01
47028 [단독] 같은 산불 사망에 안전보험 보장액 제각각...영양 7000만 원, 의성 3000만 원 랭크뉴스 2025.04.01
47027 ‘10년 전 비서 성폭행’ 장제원, 숨진 채 발견… “타살 혐의점 없어” 랭크뉴스 2025.04.01
47026 서학개미 대거 물린 테슬라…월가 공매도 세력은 15兆 벌었다[인베스팅 인사이트] 랭크뉴스 2025.04.01
47025 美, 韓 무역압박 '교본' 나왔다…소고기부터 車·법률·국방·원전까지 총망라 [이태규의 워싱턴 플레이북] 랭크뉴스 2025.04.01
47024 장제원 전 의원, 서울 강동구 오피스텔서 숨진 채 발견 랭크뉴스 2025.04.01
47023 전화도 안 받는 한덕수‥"윤석열 복귀 작전인가" 랭크뉴스 2025.04.01
47022 美, 韓무역장벽 7쪽 분량 발표…소고기부터 망사용료까지 망라 랭크뉴스 2025.04.01
47021 삼쩜삼 대항… 국세청, ‘수수료 0원’ 소득세 환급서비스 출시 랭크뉴스 2025.04.01
47020 美, 상호관세 앞두고 韓 무역장벽으로 '국방 절충교역' 첫 명시(종합) 랭크뉴스 2025.04.01
47019 경의중앙선 운행 1일 첫차부터 재개 랭크뉴스 2025.04.01
47018 美, 韓 무역장벽 7쪽 분량 발표… 수입차, 망사용료 등 랭크뉴스 2025.04.01
47017 美, 상호관세 앞두고 韓의 수입소고기 30개월 월령 제한 지적 랭크뉴스 2025.04.01
47016 옥죄여오는 상호관세···작은 공장들, 숨통이 막힌다 [문닫는 공장] 랭크뉴스 2025.04.01
47015 한국 무역장벽 '소고기', '망 사용료' 명시 랭크뉴스 2025.04.01
47014 우리 집이 정부와 공동명의?···‘도입 n회차’ 지분형 주택금융 관건은 랭크뉴스 2025.04.01
47013 [속보]美 무역대표부, 한국 비관세 장벽으로 쇠고기, GMO 등 총망라 랭크뉴스 2025.04.01
47012 美, 한국의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망사용료·플랫폼법 등 거론 랭크뉴스 2025.04.01
47011 美, 상호관세 앞두고 韓 무역장벽으로 '국방 절충교역' 첫 명시 랭크뉴스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