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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경남 산청군의 한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 소속 대원들이 방화선을 구축하기 위해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 공중진화대는 지난 21일부터 하루 18시간 진화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사진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
“쉴새 없이 날아드는 불 바람, 산 위에서 떨어지는 낙석을 피해가며 화마와 싸우고 있습니다.”

27일 오후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인근에 세워 놓은 다목적진화차에서 만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 김수만(34) 대원이 한 말이다. 그는 산불 현장에서 이날 오전 8시까지 18시간 동안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잠시 쉬고 있었다. 피곤에 지친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멍한 표정이었다. 김 대원은 양쪽 손과 다리는 산불 진화 중 나무에 긁힌 상처 투성이었다.



하루 18시간, 산불 최전선에서 진화 작업
7년째 공중진화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대원은 지난 21일 산불 현장에 투입된 이후 벌써 일주일째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ㆍ청송ㆍ안동을 오가며 하루 18시간씩 불끄기 작업을 하고 있다. 김 대원은 주로 산불이 가장 거센 현장에서 방화선을 구축하거나 화선에 근접해 갈퀴로 낙엽을 긁어내고 물을 뿌린다.

개인별 휴대 장비 무게만도 20~30㎏에 달한다. 수목 제거용 체인톱, 50m의 호스 2동, 방염포, 물백, 헬멧, 고글, 헤드 랜턴 등이다.

김 대원이 처음 투입된 현장은 경남 산청군이다. 산세가 험한 데다 낙석이 많아 돌을 피해가며 진화 작업에 나섰다. 게다가 큰 큰불이 난 곳 상당수가 계곡 쪽이었다고 한다. 계곡은 연기가 낮게 깔리면 질식 위험이 크다고 한다. 김 대원은 “대원끼리 낙석을 피해 사선으로 이동하고 연기가 계곡 쪽으로 깔리면 곧바로 피하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 소속 대원들이 경남 산청군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


낙엽 정강이까지 쌓여 진화 애먹어
이어 투입된 경북 청송 현장은 그동안 큰 산불이 발생하지 않았던 곳이라 부엽층(풀이나 낙엽 따위가 쌓인 층)이 정강이까지 올라와 애를 먹었다. 땅속에 불씨가 숨어 있는 지중화를 막기 위해 땅이 보이게 갈퀴로 낙엽을 뒤집어 놓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김 대원은 “불이 민가 쪽으로 번지는데 근무 시간이 끝났다고 현장 밖으로 나올 수 없어 대원 모두 방화선이 구축되거나 어느 정도 진화될 때까지 일하고 있다”며 “현장에 투입된 공중진화대 동료 대부분은 얼굴이 그을리고 팔과 다리 등에 상처와 화상을 입은 상태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번 산불에 투입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는 81명이다. 이 가운데 경북에 21명, 경남 60명 배치됐다.

이처럼 지난 21일 경남 산청과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소방과 산림, 각 지자체 진화대원은 연일 악전고투하고 있다. 경북 의성군 산불 현장에 투입됐던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이재성(40) 소방장도 현장에 투입된 산불 진화대원들과 함께 위험한 상황을 겪었다.

이 소방장은 동료인 김재백 소방장과 함께 지난 25일 오후 3시쯤 의성군 입암리의 한 마을에 설치된 식수 탱크 시설을 방어하기 위해 현장에 동원됐다. 이 시설은 입암리 마을 주민 식수원이다. 마을 야산 9부 능선에 설치돼있다. 현장엔 의성군청 소속 산불 진화대원 7명도 산불 확산에 대비하고 있었다.

지난 25일 경북 의성군 입암리 현장에 투입됐다 불길에 휩싸인 소방차.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4m 불바람에 긴급 대피
이들은 소방 펌프차를 활용해 시설 주변에 미리 물을 뿌렸다. 하지만 오후 3시55분쯤 산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한차례 강풍이 불자 높이 4m에 이르는 불길이 대원들을 덮쳤다. 당시 산불 진화대원들이 트럭을 타고 산 아래쪽으로 탈출을 시도했는데 불길이 거세져 후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방장은 불이 점점 거세지자 산정상으로 긴급탈출을 시도했다. 이에 빠르게 저수지가 있는 반대편 능선 아래로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펑’소리와 함께 폭팔음이 들려왔고 식수 탱크 주변은 산불과 연기에 휩싸였다.

이 소방장은 “멀리서 연기와 함께 보이던 불길이 강풍이 한 번 불자 펌프차 2m 앞까지 날아왔다”며 “방호복을 입고 있었는데도 뜨거움이 느껴져 급히 탈출했다. 일부 산불 진화대원의 옷은 녹아내린 상태였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일주일째인 27일 오후 지리산과 인접한 산청군 시천면 동당마을 일대에서 소방관이 산불 진화 작업 중 잠깐 휴식하고 있다. [뉴스1]


긴급탈출하다 다리 골절 되기도
이후 4시30분쯤 불길이 지나가고 화세와 연기가 잦아든 뒤 찾은 현장은 온통 검게 그을려 있었다. 이 소방장이 타고 온 펌프차는 일부 부품과 외관이 불에 그을려 시동이 켜지지 않았고 산불 진화대원이 메고 온 등짐펌프 등은 열기에 녹아내린 상태였다. 이 소방장은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모두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산불 진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산불 진압 현장 곳곳에서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에서 만휴정 인근 화재진압을 하던 경기 부천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소속 최수기(32) 소방교는 급격한 화재확산으로 긴급탈출을 하다 고랑으로 떨어져 오른쪽 다리가 골절됐다.

최 소방교는 통증을 참으며 현장지휘소로 복귀했지만 극심한 통증으로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최 소방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기 일산소방서 소속 김현탁(45) 소방장도 지난 25일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에서 불을 끄다 왼쪽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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