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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 진화 현장


시천면에서 시작된 산불, 신라 후기 건립된 덕산사 위협

예보된 비 거의 안 내려…강풍·험한 산세로 진화 어려움


경남 산청·하동 산불이 발생 1주일째인 27일 대한민국 제1호 국립공원 지리산을 위협했다. 산림당국은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지리산 사수에 나섰지만 두꺼운 낙엽층에 숨은 불씨가 계속 재발화하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오전 지리산 등산로로 향하는 산청 시천면 동당마을 뒤 구곡산 능선에서 산발적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소방차량이 연신 마을 주변에 물을 뿌려대고 있었다. 소방헬기도 5~10분 간격으로 오가며 진화작업을 벌였다. 지난 21일 발생한 산청 산불은 바람을 타고 주로 동쪽으로 이동하다 지난 26일 방향을 틀어 지리산 경계를 넘어왔다. 산림당국은 “현재 지리산 30~40㏊ 정도가 산불 영향권”이라고 했다. 불길은 정상 천왕봉에서 4.5㎞ 떨어진 내원리까지 접근했다.

지리산국립공원 인근인 경남 산청군 시천면 동당마을 뒤 야산에서 27일 산불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산청 | 한수빈 기자


진화 현장은 초긴장 상태였다. 지리산 산세가 워낙 험한 데다 바람이 계속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을에 남은 젊은 주민들은 대피소와 집을 오가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주민 신모씨(60)는 “산불이 1주일 사이 꺼졌다 살아났다 세 번이나 반복했다”며 “팔십 넘은 노모만 대피시켜 놓고 오늘도 집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소나무 잎은 물이 스며들지 않아 헬기로 물을 뿌려도 진화가 잘 안된다”면서 “비가 와야 끝날 것 같다”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119소방대원은 산불 재발화 여부를 지켜보면서 지휘본부와 수시로 교신했다. 헬기 진화로 산불이 꺼진 곳은 진화대원과 공무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기 위해 소방장비를 들고 산으로 올랐다.

동당마을에서 5㎞가량 떨어진 국립공원 탐방로 입구에 중산마을이 있다. 평소 탐방객이 많은 이 마을에도 전날 긴급대피령이 발령됐다. 경찰이 출입 차량과 입산객을 통제했다. 지리산 능선 마을 곳곳에는 충남·전남 등 다른 지역에서 파견된 소방차량이 상주하며 방화선을 쳤다.

천왕봉 능선 쪽에는 안개와 산불 연기가 뒤섞여 산봉우리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산불은 국립공원 경계부 능선을 따라 인근 삼장면 덕산사도 위협했다.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덕산사에는 국보인 비로자나불 좌상과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이 있다. 전날 덕산사는 비로자나불 좌상을 금서면 동의보감촌 한의학박물관으로 옮겼다. 삼층석탑은 방염포로 둘러싸고, 소방차와 살수차들이 지켰다. 전날 산불이 지리산으로 확산하자 시천면 중산리 전체와 삼장면 대포, 황전, 내원, 다간 등 4개 마을 주민이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등 인근 대피소로 피했다. 대피소에서 만난 강모씨(77)는 “불이 지리산까지 번졌다고 뉴스에 나오니까 친인척들이 안부를 묻는 전화를 수십통이나 했다”면서 “비워놓은 집이 불에 안 탔는지 아들이 수시로 가보고 있다. 비가 와야 하는데, 언제 올 건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낮 한때 1㎜ 안팎의 비가 내려 산불 확산 속도를 늦추기는 했지만 진화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의 직원 130여명도 진화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은 주불보다는 낙엽과 땅속의 잔불을 정리했다. 지리산국립공원은 1967년 12월 국내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경남·전남·전북 등 3개 도에 걸쳐 있어 22개 국립공원 중 가장 넓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반달가슴곰이 80마리 넘게 서식 중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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