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호 북한 대외경제상과 대화하는 마체고라 주북러대사. 연합뉴스
러시아는 최근 평화 협상과 관련한 미국과의 접촉 내용을 북한 측에 상세히 알렸으며 북한 측이 양국의 접촉 재개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측은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중단했던 러시아와 미국의 접촉이 재개된 것에 매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밝혔다.
마체고라 대사는 지난 21일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미국과의 접촉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당시 쇼이구 서기는 김 위원장과 2시간 이상 면담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우크라이나 관련 문제, 군사 협력 문제 등을 논의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 측은 러시아와 미국의 접촉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의라고 해석하기보다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 세력과의 대결에서 러시아가 이루고 있는 성과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와 미국의 밀착을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 동지들은 러시아와 북한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피를 흘리며 다져 온 양국 국민 간의 형제애에 (미국과의 접촉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체고라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접촉할 의향을 보이는 것에 대해 “북한이 응하고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엔 아직 실질적인 접촉 제안을 보지 못했다”며 “북한과 비핵화 협상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해 9월 “북한에 적용하는 ‘비핵화’ 용어 자체가 모든 의미를 잃었다. 우리에게 이것은 종결된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고 인용했다.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를 지지하는 입장이었으나 북한과 관계 강화에 나선 이후 한반도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마체고라 대사는 미국이나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위해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 지도부에 누군가의 중재가 필요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며 “북한과 미국에는 여러 가지 소통 채널이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지난달에 이어 지난 2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미국 측 대표단과 만나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범위를 에너지 시설에서 흑해로 확장하는 데 합의했으나 러시아산 비료와 농산물 수출에 대한 서방의 제재 해제를 이행 조건으로 제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