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북 영양군 석보면 이장 가족 3명이 탑승했던 차량이 26일 산불에 불탄 채 계곡 부근에서 발견됐다. 영양=연합뉴스


일주일째 이어진 최악의 산불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27명에 달했다. △기상(건기 장기화) △지형(골바람) △수종(소나무) 등 구조적 요인으로 산불이 대형화·일상화했다는 경고가 이어졌지만, 산불의 심각성에 걸맞은 대피 체계 수립에 실패하면서 인명피해가 크게 났다.

사망 사고를 보면 대피 도중에, 혹은 아예 몸을 피하지도 못한 채 목숨을 잃은 사례가 많다. 경북 안동시에선 50대와 70대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청송군에서도 70대가 집에서 숨을 거뒀다. 영덕군에선 요양원 직원이 환자들을 옮기다가 차량이 폭발해 3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인 산간 마을 특성을 반영한 경보 시스템도 없었다. 본보 기자들의 현장 취재에 따르면 △재난문자에 대피 장소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안동) △30분 만에 대피 장소가 변경된 사례(영덕) △학교로 대피하니 다시 체육관으로 가라는 혼선(영양)이 잇따랐다. 구형 피처폰을 쓰는 고령자 중엔 재난문자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상황 전파를 위한 비상연락망이나 유사시를 위한 대피 체계도 미리 준비되지 않았다. 마을 이장이나 주민이 일일이 이웃을 돌며 인기척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로 인해 영양군에선 이장 부부가 이웃을 찾으려고 대피소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화마에 변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사상 최악의 산불(피해면적 3만6,000㏊)이 워낙 순식간에 닥치기는 했다. 그러나 선제 경보와 대피를 통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사고도 적지 않다. 피할 새도 없이 산간에 사는 고령자들이 주로 당했다는 점에서, 이번 참사는 27명의 사망자를 낸 2023년 경북 북부 폭우·산사태와도 맥이 닿아 있다.

우리는 수십 년간 여러 참사를 겪으면서 교통이나 도시 인프라 관련 재난에는 상당한 수준의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농·산촌 인구 저밀지역에서 고령자에게 닥치는 재난에 맞서는 데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절감했다. 고립되어 사는 고령자에게 정확히 경보를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과 행동요령, 유사시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킬 수 있는 인력과 장비 지정이 선제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비극은 반복될 수 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941 미얀마 군정 발표, “사망자 1,002명·부상자 2,376명”…미국 USGS “사상자 만 명 넘을 듯” 랭크뉴스 2025.03.29
45940 산청 신촌마을 대피령‥산불 확산 우려 랭크뉴스 2025.03.29
45939 100㎝ 낙엽층에 파고든 불씨…식생·지형에 지리산 산불 장기화 랭크뉴스 2025.03.29
45938 "싱크홀 사고로 딸급식이 빵" 불만 올린 김경화 전 아나 결국 랭크뉴스 2025.03.29
45937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위로 되길" 백종원, 각종 논란 속 이재민 위해 나섰다 랭크뉴스 2025.03.29
45936 경찰, ‘경북 산불’ 최초 발화 추정 지점 현장 조사 랭크뉴스 2025.03.29
45935 정부 "지진 피해 미얀마에 30억원 긴급 지원" 랭크뉴스 2025.03.29
45934 주불 진화·잔불 정리…이 시각 안동 랭크뉴스 2025.03.29
45933 정부, ‘강진 피해’ 미얀마에 30억원 전달… “인도적 지원, 필요시 추가” 랭크뉴스 2025.03.29
45932 최상목, ‘환율 오르면 이익’ 미 국채 투자 논란…민주당 “언제 샀는지 밝혀라” 랭크뉴스 2025.03.29
45931 중상자 1명 추가 사망‥총 사망자 30명 랭크뉴스 2025.03.29
45930 미얀마 강진 사망자 1천명 넘어…부상자 2천376명(종합) 랭크뉴스 2025.03.29
45929 "MZ들이 쓸어 담더라"…불교박람회 품절 대란 '스밀스밀'이 뭐야? [이슈, 풀어주리] 랭크뉴스 2025.03.29
45928 가방에 뭘 주렁주렁 다냐고? 귀여운 게 최고잖아요 랭크뉴스 2025.03.29
45927 꽃샘추위에도 "탄핵무효"…탄핵반대 광화문 대규모 집회 랭크뉴스 2025.03.29
45926 "해고된 직원이 가게 인스타 삭제, 분통터져요"…보복성 행위에 법원이 내린 판결 랭크뉴스 2025.03.29
45925 90년 삶이 알려준 것...“용서하고 베풀고 사랑하라” 랭크뉴스 2025.03.29
45924 [속보] 경남 산청·하동 산불, 오후 3시 현재 진화율 99% 랭크뉴스 2025.03.29
45923 테슬라 31점 VS 웨이모 87점…머스크 ‘자율주행 낙제점’ 왜 [김기혁의 테슬라월드] 랭크뉴스 2025.03.29
45922 미얀마 강진 사망자 1천명 넘어…미 지질조사국 “1만명 넘을 확률 71%” 랭크뉴스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