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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멕시코 북서부 에르모시요에서 현지에서 생산된 포드 차량들이 보관돼 있다. 에르모시요/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26일(현지시각), 3.1% 떨어진 채 정규 장을 마친 제너럴모터스(GM)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도 8% 급락했다. 포드와 스텔란티스 주가도 각각 4.5%까지 급락했다. 한국의 현대차(-4.3%)와 일본 도요타(-2%) 보다 주가 하락폭이 크다. 트럼프는 자국 제조업 부흥을 내걸었지만 미 업체들도 관세 피해의 사정권에 들고 있다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업체들도 휘청이는 것은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단일시장이 된 미국·멕시코·캐나다 경제가 30여년 만에 다시 쪼개지는 국면에 접어든 반면, 자동차 산업 공급망 국제화는 심화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지엠은 지난해 멕시코 생산량의 85%에 해당하는 71만2천대를 미국에서 팔았다. 포드는 92%인 35만8천대, 크라이슬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는 77%인 31만4천대를 미국에 팔았다. 무관세와 저임금을 노리고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업체들의 대미 수출량은 대부분 한국·일본·독일 업체들보다 많다. 기아는 지난해 멕시코 생산량의 62%인 16만7천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사정이 이러니 미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트럼프는 이달 초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려다 ‘두 나라에만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만 불리해진다’는 미국 업체들의 호소에 관세 부과를 한 달 연기한 바 있다. 가장 불리하다고 지목된 지엠의 자회사인 한국지엠의 지난해 대미 수출량도 41만대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테슬라는 미국 판매 차량을 전부 미국에서 만들기에 이번 조처로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설 공산이 높다. 하지만 머스크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수입 부품 가격 상승 부담이 “사소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산업 분석 업체인 콕스오토모티브는 미국의 수입 자동차·부품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에는 대당 6천달러(약 879만원), 미국산에는 3천달러의 비용 부담이 추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자동차 생산이 30% 정도인 하루 2만대가량 줄 것으로도 내다봤다. 생산은 줄고 가격은 뛰는 제조업체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 펼쳐진다는 얘기다. 미국자동차협회가 성명을 내어 나프타를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의해 “통합된 북미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보존돼야 한다”고 촉구한 배경이다.

이에 자동차 관세는 고율 관세를 휘두르는 트럼프의 정책이 지속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고물가에 시달려온 미국 소비자들이 가계가 구매하는 가장 비싼 내구재인 자동차 가격에 어떻게 반응하냐가 관건이다. 한층 가격이 오른 자동차 구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소비 침체→생산 위축→임금 감소라는 트럼프로선 반갑지 않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미 정부는 미국 업체들의 사정을 봐주는 조처도 내놓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 대상인 자동차 부품은 어디까지 미국산으로 볼지 분류가 어렵다는 이유로 당분간 관세 적용 대상에서 뺐다. 돈을 빌려 미국산 자동차를 구매할 땐 이자만큼을 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방안도 미 정부는 검토하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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