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동 금지’ 서약서 요구 부당 헌법소원 각하
이승환 쪽 “집회 이유로 서약서 강요 반복 가능성”
이승환 쪽 “집회 이유로 서약서 강요 반복 가능성”
가수 이승환. 이승환 에스엔에스(SNS) 갈무리
가수 이승환씨가 경북 구미시의 ‘선동 금지 서약서’ 요구가 기본권 침해라며 낸 헌법소원이 각하됐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달 6일 이씨가 구미시장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을 ‘청구인의 권리를 보호할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25일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각하는 소송 과정에 흠결이 분명해 본안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결정이다.
지난해 12월25일 구미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던 이씨는 구미시 쪽이 요구한 정치 선동 금지 서약서 작성을 거부했고, 구미시는 이를 이유로 공연 이틀 전 콘서트 대관을 취소했다. 이에 이씨 쪽은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씨 쪽은 구미시의 서약서 요구로 인해 양심의 자유(헌법 제19조)와 예술의 자유(헌법 제22조),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이씨 쪽은 헌법소원 청구서에 “피청구인(구미시장)이 청구인에 대하여 한 ‘서약서’ 중 ‘가수 이승환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 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 부분에 대해 서명을 요구한 것은 청구인의 양심의 자유 및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각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임을 확인한다’라는 결정을 구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헌재는 구미시가 이씨 쪽에 서약서 서명을 요구한 행위가 이미 종결돼 청구인의 권리를 보호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같은 유형의 침해 행위가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 질서 유지를 위해 긴요할 경우 헌법 소원을 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씨 쪽 대리인단은 이날 밤 ‘위헌적 서약서 강요의 기본권 침해를 판단하지 않은 헌법재판소에 유감을 표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어 헌재 결정을 비판했다. 대리인단은 “정치적 대립이 날로 격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공공기관의 대관행위 과정에서 반대 민원이나 집회를 이유로 한 서약서 강요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지자체장이 법령에 전혀 근거가 없는 요구를 해서 예매자 1000명이 넘는 유료 공연이 취소됐음에도 이를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사항으로 보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