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정부, 다른 사건 상고 포기해야”
수용자들을 동원해 부산시 주례동 국유림에 형제복지원 시설을 짓고 있는 공사 현장 모습. 형제복지원 운영자료집.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제공
1970~80년대 부산 최대의 부랑인 수용시설에서 자행된 인권유린 사건, 이른바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 두 건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7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이향직씨 등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청구 소송 2심 결과에 대해 법무부가 상고한 것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 결정했다. 심리불속행은 헌법을 위반하거나 기존 판례를 상반되게 해석하는 등의 사유가 없으면 더 심리하지 않고 기각해 2심 판결을 확정하는 제도다.
이씨 등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13명은 2021년 5월 국가를 상대로 첫 국가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장 고 박인근씨가 2년7개월 형만 복역하고 풀려난 판결이 부당하다며 비상 상고한 것에 대해, 그해 3월 대법원이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다.
이에 지난해 1월 1심은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이씨 등이 청구한 배상금 80억원 중 일부인 38억3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그해 11월 2심은 원고와 피고 쪽 항소를 모두 기각해 원심판결이 유지됐고, 대법원도 이날 심리불속행 기각해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 사건 피해자 중 김의수씨는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승리한 뒤로도 국가가 상고할 것이란 두려움에 그달 지인들에게 유서를 남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도 했다. 국가는 결국 상고장을 제출해 이날 대법원 판단까지 소송을 끌었다.
다른 형제복지원 피해자 김아무개씨 등 15명이 제기해 원심에서 총 62억원의 배상판결이 내려진 소송도 이날 대법원 민사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가 심리불속행으로 기각 결정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이 소송도 지난해 3월 1심이 피해자 손을 들어줬고, 그해 11월 2심에서도 판단은 유지됐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훈령에 따라 민간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무연고 장애인, 고아 등 어려운 처지의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키거나 구타, 학대해 사망 또는 실종에 이르도록 인권침해를 했던 사건이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 협의회 대표 이향직씨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재판 과정에서 14살이면 사리 분별이 될 나이라며 나를 추궁하던 폭력적인 질문이 떠오른다”며 “소송이 그동안 길게 이어지며 그때의 아픔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 판례가 나왔으니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정부가 상고하지 말고 그만 끝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