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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메신저앱 ‘시그널’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보좌관, 국방부 장관, 국무부 장관, 국가정보국장, 그리고 미국의 부통령.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물들입니다.

이들이 상업용 민간 메신저 앱인 '시그널'에 단체 대화방을 만들고 아무런 보안 조치도 없이 군사 기밀, 그것도 예멘 후티 반군을 공습하는 정보를 논의했다는 이른바 '시그널 단톡방 유출'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단톡방에 초대된 언론사 디애틀랜틱 편집장 - 어쩌면 트럼프가 가장 초대되지 않길 바랐을 인물 - 에 의해 공개됐는데요.

여기에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예상대로입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거죠.

"애틀랜틱? 모른다. 망해가는 잡지 아니냐" (트럼프)
"그 편집장은 기만적인 사람이다.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헤그세스 국방장관)
"사체를 숨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가 애틀랜틱의 두 번째 페이지다. 아무도 안 보니까" (일론 머스크)

월스트리트저널은 '시그널 유출 사태'의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트럼프가 익숙한 '플레이북', 바로 '공격, 공격, 공격'이라는 수법을 꺼내 들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메신저 공격하기

트럼프가 늘 사용하는 수법은 메신저를 공격하는 겁니다.
메시지의 내용, 즉 사건의 쟁점은 일부러 피해 가면서 메시지를 전달한 사람의 신뢰성을 공격하는 거죠.
트럼프와 헤그세스 장관, 머스크 모두 '기밀 유출'을 부인하며 제프리 골드버그(60) 디애틀랜틱 편집장을 사기꾼이라고 공격했습니다.

트럼프는 현지 시각 2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이 모든 것이 마녀사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공격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피해가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이 성공했기 때문에 기밀 정보는 유출되지 않은 거고, 그럼 아무 문제가 없다, 는 트럼프식 삼단논법입니다.

백악관 대변인은 말꼬리 잡기를 시작했습니다.
월요일 기사에서 디애틀랜틱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시그널 그룹에서 '전쟁 계획'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는데, 수요일의 후속 기사에서는 이를 '공격'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백악관 대변인은 '전쟁이랬다가 공격으로 말을 바꾼다. 당최 신뢰할 수가 없다'고 공격했습니다. 그러면서 시그널 메시지는 "민감한 정책 논의"라고 단어를 치환했습니다.
전쟁도 아니고 공격도 아닌 민감한 정책 논의는 기밀이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일명 수레바퀴 돌리기 전략

디애틀랜틱에서는 시그널 단톡방의 메시지를 연일 폭로하고 있습니다.
폭로 내용에는 밴스 부통령이 유럽을 뒷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하고, 후티 반군을 공습하기 2시간 전에 정확히 몇 시 몇 분에 어떤 무기를 사용하고 어디를 공습할 것인지 같은 대단히 민감한 군사 기밀도 들어있습니다. 공습을 알리는 상황 보고에 왈츠 미 안보보좌관이 이모티콘으로 답하는 것도 들어있습니다.

디애틀랜틱이 공개한 ‘후티 반군 공습 단체 대화방’. 공격 계획을 알리자 왈츠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먹, 미국 국기, 불꽃 이모티콘으로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와 트럼프 행정부는 이 메시지들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습니다. 메시지 내용에 대한 반박을 하는 순간,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를 '수레바퀴 돌리기 전략'이라 불렀습니다.

트럼프가 뉴욕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로 일하던 시절부터 과거 위기의 순간에 사용했던 전략과 동일하다는 겁니다 : 언론을 겨냥하고, 잘못을 부인하며, 의혹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공세에 공세를 돌려막기 하는 방식입니다.

트럼프는 대선 선거 운동 과정에서 러시아의 연계 의혹에 대한 조사, 두 차례의 탄핵, 그 외 수많은 성적인 스캔들과 논란의 순간들을 이겨냈습니다. 수레바퀴 전략, 이른바 주변부를 공격하며 종국에는 의혹에 대해 의혹을 갖게 만드는 수법이 통했던 거죠.

■"언론이 가짜뉴스 퍼뜨리는 동안에도 우리는 일을 할 겁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시그널 유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보안 사건이 발생하면 FBI나 법무부, 국가안보 부서에서 잠재적 피해 정도와 법률 위반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에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단체 대화방에서 기밀을 퍼뜨린 당사자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계속해서 메신저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론이 가장 잘하는 일인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동안에도 우리의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시그널 단체 대화방 주요 인물. 왼쪽부터 밴스 부통령, 헤그세스 국방장관,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전 폭스뉴스 진행자로 음주 운전과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을 모두 이겨내고(?) 국방부 장관에 인준된 헤그세스는 트럼프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행정부 내 일부에서는 헤그세스가 시그널 채팅에서 가장 민감한 정보를 공유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헤그세스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편을 들어줬습니다.

■"시그널 안전해" vs "시그널 구멍 있어"

미 의회가 '시그널 단톡방 유출' 사건을 조사하기로 하면서 사건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핵심은 디애틀랜틱의 편집장인 골드버그가 시그널 단체 대화방에 추가된 경위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그널은 보안 기능이 있는 앱이라서 안전하다(시그널 채팅은 설정자가 설정한 시간 이후에 자동 삭제됩니다, 디폴트는 24시간)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제 말을 바꿔 "그가 시그널에 초대된 건 구멍이 있어서다"라며 앱의 기술적 보안 문제를 붙들고 있습니다.

이번 사안에 대해 공화당에서도 등을 돌리는 모습은 분명합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인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공화당, 뉴저지)은 "시그널은 매우 민감한 정보를 논의하기에 부적절한 플랫폼"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트럼프의 마지막 전략은 "판 바꾸기"…자동차 25% 관세 부과 발표

백악관의 대응에 대한 우려가 계속 커지자 트럼프는 위기 대응 전략의 다음 단계인 주제 전환으로 넘어갔습니다.
현지 시각 26일 오후 백악관은 일정에 행사 하나를 추가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전 세계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다음 달 2일 상호 관세 부과를 앞두고, 품목별 관세는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던 전망을 180도 뒤집은 겁니다. 물론 이는 선후 관계일 뿐 인과관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인 것 같은데요.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김정은과 만나는 북미 2차 회담 결렬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옛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 폭로 이슈를 희석하기 위해 ‘빅딜’(일괄타결) 카드로 협상을 무산시켰다는 분석이 나왔었습니다. 그때도 트럼프는 "마녀사냥"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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