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북 청송 산불 희생자 합동분향소
거동 불편한 아내 구하러 도움 청한 사이 지붕 무너져
목계마을 산물 현장

“이번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아내)랑 남편이랑 정말 애틋했어요.”

27일 경북 청송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박금오(65)씨는 “같은 마을 주민이 산불에 희생돼 분향소를 찾았다. 한 마을에 살면서 자주 얼굴을 뵀는데 사고를 당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박씨가 사는 청송군 목계마을에는 25일 저녁 6∼7시께 불길이 들이닥쳤다. 주민들이 대피를 시작했지만 ㄱ씨(80대)는 거동이 불편해 집에서 나오지 못해 화를 피하지 못했다고 한다. ㄱ씨는 남편 ㄴ씨(80대)와 함께 살았지만 ㄴ씨도 고령인 탓에 ㄱ씨를 혼자 대피시키기 힘들었다. ㄴ씨는 대피한 뒤 도움을 청했지만 그사이 지붕이 무너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청송군 목계마을 화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 이승욱 기자

10여년 전에 청송군에 귀촌한 ㄱ씨 부부는 애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ㄱ씨 거동이 자유로웠을 때는 ㄴ씨와 함께 마을을 다니며 주민과 교류가 왕성했고, ㄱ씨가 거동이 불편해진 뒤에도 ㄴ씨가 끝까지 돌봐왔다고 한다. 목계리의 한 주민은 “동네 사람들이 ㄴ씨에게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몇 번 말을 했다. 그때마다 ‘그래도 몇십년을 함께 살았는데 내가 다닐 수 있을 때까지는 책임지려고 한다’고 말했다”라고 했다.

목계마을은 소나무가 많은 솔밭으로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산불이 덮쳤을 때 불에 붙은 솔방울이 여기저기로 불길을 옮기면서 피해가 컸다. 박씨는 “집 뒤에 숲이 있다. 남편이 집을 살리겠다고 불이 옮겨붙는 와중에도 집에 끝까지 물을 뿌렸다”며 “집은 살렸는데 남편이 연기를 많이 마셔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청송군에서는 이번 산불로 3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중 한명인 60대 ㄷ씨는 차를 타고 배우자와 대피하는 과정에서 차 사고를 당해 화를 입었다. 희생자 3명의 주검은 보건의료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는데 이 중 2명의 빈소가 차려질 예정이다. 분향소엔 다른 지역에서 장례 절차가 진행될 희생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의 위패가 마련됐다. 현재 희생자 3명의 주검은 부검을 위해 강원 원주시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진 상태다.

화재 피해를 입은 경북 청송군 목계마을. 박금오씨는 이번 화재로 집은 지켰지만 1년 농사를 망쳤다고 전했다. 이승욱기자

한편, 27일 새벽 5시 기준 청송지역 산불 진화율은 77%를 기록했다. 화선 길이는 88㎞이며 이중 67.76㎞가 진화됐다. 산불영향구역은 5000ha다. 이번 산불로 주민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또 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주민 8003명이 대피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997 [속보] 美 무역장벽 보고서 발표…한국 소고기·망 사용료 언급 랭크뉴스 2025.04.01
46996 마비 환자의 생각 실시간 전달…18년 만에 목소리 찾았다 랭크뉴스 2025.04.01
46995 [단독] 더 건강해지는 서울시 손목닥터…효과성 평가 추진한다 랭크뉴스 2025.04.01
46994 [속보] 美, 한국 무역장벽으로 소고기부터 네트워크 망 사용료까지 망라 랭크뉴스 2025.04.01
46993 마은혁 카드가 자충수 됐다…헌재 지연 부른 민주당의 선택 랭크뉴스 2025.04.01
46992 [속보] 美 "韓자동차시장 접근 확대 미국업계의 우선순위" 랭크뉴스 2025.04.01
46991 [속보] 美정부, 상호관세 발표 앞두고 국가별 무역평가 보고서 공개 랭크뉴스 2025.04.01
46990 [단독] 검찰, '명태균·오세훈 대화 전 국민의힘 경선룰 결정' 문건 확보 랭크뉴스 2025.04.01
46989 野 "헌재 재판관 임기 연장", 與 "후임 임명" 맞불... 당리당략만 판친다 랭크뉴스 2025.04.01
46988 머스크 "철밥통 공무원 다 자른다"…예산 1500조 삭감 폭탄 선언 랭크뉴스 2025.04.01
46987 생산·소비·투자 고개 들었지만…식당·호텔은 죽을 맛 랭크뉴스 2025.04.01
46986 젤리 훔친 6살 아이 딱 걸렸는데…"왜 도둑 취급하냐" 되레 폭발한 아빠 랭크뉴스 2025.04.01
46985 美테크기업, 전문직 비자 직원들에 "못들어올라…美 떠나지마라" 랭크뉴스 2025.04.01
46984 관세·공매도·미 침체 ‘삼각파도’…국내 증시 ‘검은 월요일’ 랭크뉴스 2025.04.01
46983 美, 경찰책임자 등 홍콩 고위인사 6명 제재…"자치 훼손" 랭크뉴스 2025.04.01
46982 “2차 국회 봉쇄 때 김봉식이 ‘청장님 지시’라면서 ‘포고령 따르자’ 무전” 랭크뉴스 2025.04.01
46981 “김새론 유족 등에 120억 손배소”…法, 김수현 사건접수 랭크뉴스 2025.04.01
46980 '챗GPT' CEO "GPU 녹아내려 사용 일시 제한" 새 이미지 생성 모델 얼마나 좋길래 랭크뉴스 2025.04.01
46979 초읽기 몰린 ‘헌재의 시간’… 문형배 결심 시선집중 랭크뉴스 2025.04.01
46978 4월로 가는 윤 탄핵심판 결정…‘헌재법 사각 메워라’ 야권 입법 총력전 랭크뉴스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