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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22일 산불 확산 이후 연기 자욱
연기·분진에 일상생활 고통…단수 지역도
산불 확산 위험 노출·피난 걱정 ‘스트레스’
대피소 이재민들, 은박 매트 위 숙식 생활
의성 산불 엿새째인 27일 오전 산불로 발생한 연기로 경북 안동시내가 희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삭 기자.


“목이 칼칼해요”

27일 안동시내에서 만난 주민 A씨(70)가 불편하다며 말했다. 지난 22일 산불이 처음 난 이후 오늘 처음으로 외출했다는 그는 “연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안동시내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46)도 “며칠째 창문을 열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도시 전체가 연기와 탄내로 완전 마비됐다. 집 안에 있어도 탄내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찾은 안동시내 전역은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것처럼 연기로 가득했다. 며칠째 산불이 지속되면서 연기과 매연, 분진이 안동 전체를 뒤덮은 탓이다.

“비 온다 캤는데….”

안동중앙신시장 오일장에서 만난 관리요원 조재익씨(66)가 하늘을 바라보면 장탄식을 쏟았다. 그는 “오일장을 찾은 상인들이 많이 줄었다”며 “평소 임동면·길안면 주민들이 물건을 팔러 많이 오는데 오늘은 산불 때문에 오일장에 오지 못한 거 같다”고 설명했다.

중앙시장길에 200m 길이로 들어선 오일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입구는 상인과 방문객들이 제법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눈에 띄게 한산했다. 도로를 따라 늘어선 노점상에도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엿새째 이어지는 산불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 안동중앙신시장 오일장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삭 기자.


조씨는 “평소 같았으면 물건을 판매하려는 상인들로 도로가 가득 차는데 산불 때문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산불이 지속되면서 안동시민들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시내 곳곳에서는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상당수였다. 시내를 돌아다닌지 한시간도 채 안됐는데도 옷에 탄내가 뱄다.

최악의 공기질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안동지역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도 연일 치솟고 있다.

이날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산불이 처음 시작된 22일 안동지역의 하루평균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는 각각 67㎍/㎥, 28㎍/㎥였다. 산불 닷새째인 26일 하루평균 미세먼지는 447㎍/㎥, 초미세먼지는 320㎍/㎥로 치솟았다. 이날 낮 12시 기준 안동지역의 미세먼지는 444 µg/m³, 초미세먼지는 346 µg/m³로 여전히 산불 전의 7~10배에 달했다.

27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마을 곳곳이 산불에 타 폐허로 변했다. 연합뉴스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산불로 인한 연기 등으로 안동 일대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야외활동 자제 등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도청 신청사 인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몇몇 상점에는 ‘산불로 인해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한 편의점은 출입문에 ‘마스크 품절’이라고 써붙였다.

산불 진화로 소방용수 사용이 급증해 수돗물 공급이 끊긴 지역도 많다. 안동 일직면, 남선면, 길안면, 임하면, 남후면, 풍천면 일부 지역에는 지난 25일 오후부터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시는 해당 지역에 비상 급수와 생수를 지원 중이다. 일부 산불이 심한 지역은 통신선도 대부분 소실되면서 통화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산불 상황은 일상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화재 위험에 늘 노출돼있고, 언제 피난가야할지 몰라 불안한 탓이다. 이날 오전 10시 29분에도 “남후면 무릉리에서 시내 방면으로 산불이 확산 중”이라며 대피하라는 재난문자가 날라왔다. 이미 안동대학 인근 등 도심지역에도 수차례 대피령이 떨어진 바있다.

경북 안동시 길안면 길안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 27일 오후 이재민들이 머무르고 있다. 이삭 기자.


산불로 터전을 잃은 지역 주민들은 대피소에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안동시 길안면 길안중학교에는 주민 150여명이 현재 머물고 있었다. 대부분 이번 산불로 집이 전소된 인근 주민이다. 이들은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며칠밤을 지새웠다.

대피소에서 만난 C씨(82)는 “집 주변으로 불꽃이 넘실거려 25일 오후에 부랴부랴 이곳으로 왔다”며 “다음날 가보니 집이 모두 타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사흘을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산불이 꺼지지 않았고, 집이 언제 복구될지 모르니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길안중학교 체육관에는 구호용 텐트 없이 은박 매트만 깔려 있었다. 체육관이 좁아 구호용 텐트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재민들은 은박매트 위에서 잠을 자고 식사를 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길안면 목욕탕이 대피소와 가까이 있어 샤워와 목욕 등은 해결할 수 있다.

정근수 길안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장(63)은 “산불 상황을 볼 때 대피소에서 나오더라도 집이 전소된 주민들은 각 마을 경로당에서 생활하는 등 대피 생활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마을마다 세탁기, 세제 등 생필품 추가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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