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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구 전문가·장인 2인조, 18세기 왕실가구 위조
베르사유궁, 카타르 왕자 등에 수십억 원에 판매
18세기 가구 전문가 빌 팔로(왼쪽), 앙투아네트 왕비의 방에 있었다는 모조품 의자. 르 파리지앵·르 피가로 엑스(X)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 의자 등 옛 왕실 가구를 위조해 베르사유 궁전 등에 판매한 유명 가구 전문가들이 법정에 섰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가구 전문가 조르주 팔로와 목공 장인 브뤼도 데누의 재판이 25일(현지시간) 퐁투아즈 법원에서 열렸다.

팔로는 골동품상 집안 출신의 18세기 프랑스 의자 전문가로, 업계에서 '의자의 아버지'로 통할 만큼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 한때 파리 4대 학교 중 한 곳인 소르본대에서 미술사를 가르치기도 했다. 데누는 1984년 장식 조각 부문에서 최고 장인으로 뽑힌 인물로, 현지 가구공예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가구 복원 공방을 운영했다.

두 사람은 2007~2008년 앙투아네트 왕비와 루이15세의 정부(情婦) 뒤바리 부인의 응접실 등을 장식한 의자의 모조품을 만들어 고가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데누가 가공한 가구 뼈대에 찍히거나 긁힌 자국을 더해 인위적으로 '역사의 흔적'을 만들어냈다. 이후 도금공이나 실내장식가를 고용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진품에서 떼온 라벨이나 가짜 낙관을 붙였다. 이렇게 정품으로 위장한 제품은 팔로가 중개인을 통해 유명 갤러리에 판매를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챙긴 범죄 수익이 300만 유로(39억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다.

두 사람의 범죄는 사소하지만 위험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팔로는 데누가 뒤바리 부인의 정품 의자 한 쌍을 복원하던 시기에 "장난 삼아 똑같은 걸 만들면 통과되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모조품을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만든 모조품은 너무 정교해서 경매사, 갤러리는 물론 베르사유 궁전과 카타르 왕자 등 유력 구매자까지 속였다. 베르사유 궁전은 2009년 유서 깊은 고급 골동품 갤러리 크래메르(Kraemer)를 통해 뒤바리 부인의 가짜 의자 한 쌍을 84만 유로(10억 원)에 구매했다. 2011년에도 소더비 경매를 통해 앙투아네트 왕비의 방에 장식됐다는 모조 의자를 42만 유로(5억 원)에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카타르 국왕의 형제인 압둘라 빈 칼리파 알타니 왕자 역시 무려 200만 유로(26억 원)을 지불하고 팔로 일당의 가짜 의자 한 쌍을 구매했다. 앙투아네트 왕비의 벨베데르 파빌리온(베르사유 궁전 내 트리아농 정원 건물)에 있었던 의자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르몽드에 따르면 이 의자들은 '왕비를 위해 만들어진 가장 비싼 가구'로 불리며 국보로까지 지정됐다고 한다. 왕자는 사기 전모가 드러난 후 크래메르를 통해 의자값 전액을 환불받았다고 전했다.

팔로는 뒤바리 부인의 가짜 의자가 베르사유 궁전까지 입성하게 된 이유에 대해 "드루오(Drouot) 경매장의 유명 전문가는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차리지 못했고, 이를 갤러리 크래메르에 팔았으며 크래메르도 다시 (모조품을) 베르사유 궁전에 판매했다"면서 "말 그대로 우편물처럼 자연스럽게 통과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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