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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전 사무소 방문 자리에서
최근 잇단 언론 폄하 발언도 논란
2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위원회에서 안창호 위원장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인권위의 내란 옹호 활동 등을 비판해온 한겨레·경향·엠비시(MBC)를 거명하며 직원들에게 “이런 매체는 보지 말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인권위 직원들 설명을 종합하면, 안 위원장은 전날 대전 서구 탄방동 케이티(KT) 탄방타워에 입주한 인권위 대전사무소를 방문한 뒤 오후 1시께 직원들과 식사를 하며 “한겨레·경향·엠비시(MBC)가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의 추진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 이런 매체는 보지 말라”고 말했다. 업무보고를 겸한 이 자리에는 이석준 인권위 사무총장을 비롯해 다른 간부와 대전 사무소 직원 등 15명이 참석했다.

한겨레는 그동안 인권위의 비상계엄 정당화 안건 의결과 계엄 연루 장성들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 조사,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간리)에 보낸 안 위원장의 헌법재판소 비난 서한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해왔다.

대전인권행동이 26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을 옹호하고 차별을 조장해 국가인권위를 파괴하는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안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그의 대전 사무소 방문 소식을 듣고 최근 인권위의 반인권적 행보에 대해 항의하러 온 ‘대전인권행동’ 대표단과의 만남 직후 나왔다. 이 자리에서 대표단이 인권위가 계엄을 정당화하는 안건(계엄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통과시킨 이유를 물으며 항의하자, 안 위원장은 “권고안 전문을 읽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나는 떳떳하다. 언론에 알려진 것 중에 많은 것이 왜곡됐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헌법재판소가 졸속으로 평의를 하고 있다”며 인권위는 이를 바로잡으려 한 것이라고 거듭 발언했다.

이날 ‘대전인권행동’ 소속 회원 30여명은 오전 10시부터 인권위 대전사무소 앞 1층에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사무실이 있는 13층에 올라가 면담을 요구했다. 안 위원장은 사무소장실에서 1시간30분가량 나오지 않다가 결국 면담에 응했다.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한 안 위원장 발언의 진의 △사이버 인권교육에서 ‘차별금지법의 이해’를 폐기한 이유 △변희수 재단 설립을 불허하고 있는 이유 등을 물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청주 외국인보호소 방문을 앞두고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대전사무소에 들른 참이었다.

안 위원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언론을 깎아내리거나 비난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 지난달 27일 상임위에서는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결정문의 영어 번역을 감수한 교수가 ‘국제사회에서 할 말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하더라”며 “언론이 정치적인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고, 지난 4일 전원위에서는 자신이 헌법재판소를 비난하는 서한을 간리에 보낸 것에 대한 보도가 왜곡됐다며, 기자들에게 “사실대로 보도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무엇이 왜곡 보도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20일 상임위에서는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언론이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조작해내는 수준의 비방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비난하자, 안 위원장도 이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인권위 출입기자단 간사는 20일 상임위 직후 홍보협력실을 통해 “언론의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하는 고위 공무원의 부적절한 언론 폄하 발언에 유감을 표하며, 계속될 경우 공식 항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안 위원장의 ‘한겨레 등을 보지 말라’는 발언은 기자단의 이런 항의 이후 6일 만에 나온 것이다.

안 위원장은 27일 ‘한겨레·경향·엠비시를 보지 말라고 한 사실이 있는지, 최근 공개석상에서 언론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한겨레의 문자메시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한편, 인권위는 오는 10월 간리(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의 특별심사를 받아야 한다.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한국 인권위의 정부 옹호 활동 등에 대해 간리에 문제를 제기했고, 간리는 최근 특별심사를 결정했다. 간리는 5년에 한 번 정기심사를 통해 각 국가인권기구 등급을 부여한다. 한국 인권위는 우수 등급인 A등급을 유지해 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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