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산청 산불 이레째인 27일 산림청 소방 헬기가 경남 산청군 구곡산에 붙은 불을 진화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산불 진화 헬기(산불 헬기) 부족 문제가 윤석열 정부 출범 초부터 꾸준히 국회에서 지적됐지만 해결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헬기 주축인 러시아제 헬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반에 부품 확보 우려가 나왔지만 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현재 8대가 멈춰선 상태다. 미국에서 헬기를 임차하는 방안도 LA산불로 해외 반출이 금지되며 무산됐다.

경향신문이 27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산불 진화 헬기 문제를 다룬 21·22대 국회 회의록들을 살펴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산불 헬기 문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일주일째인 2022년 5월 16일 열린 21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회의부터 지적됐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림청 헬기 62%가 러시아 제품”이라며 “(러·우 전쟁) 사태를 봤을 때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된다”고 말했다. 남성현 당시 산림청장은 “산림청은 입찰 신청을 할 뿐”이라며 “(수입국을) 인위적으로 다변화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2023년 2월20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러시아 산불 헬기) 제조사가 (러·우 전쟁에 따른) 제재 대상에 등재돼 (부품 공급이) 안 되는 건데 정부의 대책 같은 게 있나”라며 “국무조정실에서 미국의 특별 허가를 받겠다는데 빨리 성과를 내달라”고 말했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여당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8월 26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그 전에도 (카모프 헬기) 부품 공급상의 어려운 점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 대응이 너무 늦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헬기 국산화를 주문했다.

헬기 부품 수급 문제는 이후 현실화했다. 지난 26일 기준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50대다. 산불 진화 주력 기종인 KA-32 카모프(3000ℓ급) 헬기가 29대인데, 러·우 전쟁으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현재 8대가 가동중지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2022년 3월15일 강원 동해시 묵호항 등대마을을 방문해 산불피해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헬기 추가 도입 사업비를 반영하지 않아 지적받기도 했다. 주 의원은 지난해 10월16일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헬기 추가 도입 명목 사업비가 (내년도) 전체 예산에 반영이 안 됐다”며 “어떻게 하려나 했더니 ‘국회에서 올려 달라’고 이렇게 무책임한 답변을 하나”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대형 산불 헬기를 임차하는 방식으로 헬기 부족 문제에 대처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마저도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부터 미국에서 임차할 계획이던 대형 헬기가 LA산불에 따른 미국 정부의 반출 금지령으로 무산된 것이다. 서 의원은 지난 2월18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대형 헬기 임차 계획이 금년에 무산됐다. 미국 산불 때문에 그렇지 않나”라며 대책을 물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헬기는 처음 계약에서 도입까지 3~4년 정도가 소요된다”며 “러시아산 헬기가 8기가 가동이 안 돼서 빠른 시간 내에 보완할 수 있게 임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역시 노후 헬기 대응을 위한 입법 등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산불 헬기는 기령(헬기 사용 연수) 20년을 초과한 헬기가 33대, 30년 이상 된 헬기도 12대에 달해 추가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방자치단체와 소방청도 헬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임차 헬기인 데다 용량도 적고 노후화됐다. 지난 26일 추락한 강원도 인제군 임차 헬기도 생산된 지 30년 넘은 노후 기종으로 확인됐다. 21대 국회에서는 노후 헬기 교체 지원 및 산불헬기 장비 확보 계획 수립을 골자로 하는 산림보호법(김승남 민주당), 산불헬기 기령 제한을 골자로 하는 동법 개정안(설훈 민주당) 등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715 트럼프 관세에 車업계·동맹국 울 때…中 BYD는 웃고 있다, 왜 랭크뉴스 2025.03.29
45714 "한국 산불,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악영향"…해외 기후전문가들 분석 보니 랭크뉴스 2025.03.29
45713 美 3월 미시간대 소비심리 3개월째 급락…기대 인플레 5%로 상승 랭크뉴스 2025.03.29
45712 의대생 ‘일단 복귀’ 기류 물꼬 텄나…서울대 이어 울산대 의대 ‘전원’ 복학 신청 랭크뉴스 2025.03.29
45711 "국민버거 맞나요?" 불고기버거 세트 배달시키니 가격에 '헉'…롯데리아, 3.3% 인상 랭크뉴스 2025.03.29
45710 지리산 산불, 일몰 전 주불 진화 못해…야간 진화 계속 랭크뉴스 2025.03.29
45709 "귀찮게 밥을 왜 먹어요?"…50일 만에 무려 '200만봉' 팔린 식사대용 스낵 랭크뉴스 2025.03.29
45708 "투표하면 200만달러 쏜다" 머스크, 이번엔 위스콘신 선거 지원 랭크뉴스 2025.03.29
45707 농담인줄 알았는데 갈수록 묘한 기류… 캐나다 기절초풍 랭크뉴스 2025.03.29
45706 군 헬기까지 모든 자원 총동원… 오후 5시 “주불 진화 완료” 선언 랭크뉴스 2025.03.29
45705 이집트서 3600년 전 파라오 무덤 발견…"약탈된 흔적 있어" 랭크뉴스 2025.03.29
45704 "사랑니 대신 멀쩡한 이빨 뽑혀"…고통 호소하던 여성 사망에 中 '발칵' 랭크뉴스 2025.03.29
45703 EU, 알코올 0.5% 이하 와인도 '무알코올' 광고 허용 랭크뉴스 2025.03.29
45702 중도층 '탄핵 찬성' 다시 70% 대로‥선고 지연에 찬성여론 올라갔나? 랭크뉴스 2025.03.29
45701 4개의 판 위에 있는 미얀마... "단층 활발한 지진 위험지대" 랭크뉴스 2025.03.29
45700 연세대 의대, '제적' 1명 빼고 전원 등록…인하대는 미등록 고수 랭크뉴스 2025.03.29
45699 우원식 "한덕수, 마은혁 미임명은 위헌"…헌재에 권한쟁의 청구 랭크뉴스 2025.03.29
45698 이스라엘, 휴전 후 첫 베이루트 공습(종합) 랭크뉴스 2025.03.29
45697 민주 "국힘, 이재명 호흡 소리를 '욕설'로 주장…도 넘었다" 랭크뉴스 2025.03.29
45696 "경험도 경력" 외교부 인증 '심우정 총장 딸의 35개월 경력'의 비밀 랭크뉴스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