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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유통사들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충격적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돈 빌려준 채권자뿐 아니라 여기에서 장사 하시는 소상공인분들, 물건 납품하는 협력사 모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1만9000여 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임직원분들 생계가 걱정됩니다.

홈플러스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인 MBK가 주인이라 더 충격이 컸어요. 설마 MBK가 부도를 낼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홈플러스처럼 대기업 유통사도 이 정도인데 중소 유통사는 상황이 더 안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지난해 티몬, 위메프 사태 때만 해도 온라인쇼핑 시장에 국한해서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인 줄 알았는데요. 이제 어떤 유통사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경각심이 커졌습니다. 홈플러스, 티메프 사태는 정말 서막에 불과한 것일까요.

◆성장 포기했는데도 적자

회생절차에 돌입한 유통사들은 하나같이 오랜 기간 적자를 내고 있었어요. 티몬, 위메프는 2010년 창업 이후 단 한번도 이익을 내 본 적이 없었어요. 홈플러스는 2021년 이후 3년간 연간 2000억원 안팎의 영업적자가 쌓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회사들이 망한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해요. 다 그렇거든요. 대표적인 게 쿠팡입니다. 지금은 이익을 잘 내고 있지만 흑자로 돌아선 시점이 불과 2년 전이었어요. 그 전까진 적자의 대명사 하면 쿠팡이었어요. 한 해 1조원 넘게 손실을 냈던 때도 있었습니다. 홈플러스와 경쟁 관계인 이마트도 그래요. 이마트의 작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약 1200억원 흑자지만 대형마트 사업만 떼어놓고 보면 200억원 적자였어요.

유통사들이 적자를 내면서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우선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죠. 특히 온라인 사업은 사모펀드, 벤처캐피털이 돈 못 줘서 안달이 났을 정도로 돈 싸들고 와서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돈줄이 확 막혔어요.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2021년 이후가 될 것 같은데요. 비전펀드 같은 큰 ‘전주’가 투자를 확 줄이면서 자금줄이 막히기 시작해요. 빚을 빚으로 막는 게 불가능해진 것이었어요. 온라인쇼핑 업계가 갑자기 ‘흑자경영’ 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어요.

오프라인 유통은 온라인과는 달랐어요. 투자를 받기보다는 부동산 팔아서 빚을 갚았어요. 홈플러스도 그랬죠. 주요 매장 가운데 가치가 큰 알짜 부동산만 쏙 팔았습니다. 또 일부는 팔고 자신들이 임대해 쓰는 ‘세일즈 앤드 리즈백’ 방식으로 세입자로 들어갔고요. 이건 롯데마트, 이마트 모두 비슷했어요. 이마트는 심지어 서울 성수동 본사마저 팔아 넘겼죠.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이 본사로 쓸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어요. 더 팔 게 없어지면 결국 버틸 수 없어요. 홈플러스가 그렇게 무너졌습니다. 회생절차 신청 직전에 슈퍼마켓만 떼어서 팔려다가 실패했거든요.

결국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이익을 내야 버틸 수 있어요. 하지만 계속 적자만 냈던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는 건 쉽지 않아요. 뭔가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포기한 게 ‘성장’이었어요.

11번가를 볼까요. 지난해 매출이 무려 35%나 감소했습니다. 그런데도 7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어요. 할인쿠폰 안 주고 특가상품 없애고 직원 수 줄여서 얻은 결과였어요. 지마켓은 매출이 20% 가까이 감소했는데 적자는 두 배로 더 불어났어요. 비용 통제마저 실패한 겁니다.

그나마 이 회사들은 대기업 계열이라 버틸 수는 있었어요. 모기업 지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살아날 기미가 없으면 계속 퍼줄 수도 없어요. SK그룹은 11번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이미 끊었어요. 신세계는 지마켓을 사실상 중국 알리바바에 떠넘겼죠. 지마켓, 알리익스프레스를 알리바바와 합작 법인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는데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지마켓은 없애고 알리익스프레스만 남겨둘 수도 있어요.

문제는 대기업이 아닌데 적자가 나는 회사입니다. 컬리가 그렇죠. 적자를 계속 줄이곤 있지만 그렇다고 흑자를 내진 못했어요. 그래서 매각설, 부도설, 대표 잠적설 같은 루머에 계속 시달려야 했어요. 컬리가 올해 흑자전환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엄청난 도전에 직면할 수 있어요.

◆버티컬 커머스도 버티기 어려워

오프라인 유통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아요. 대기업 계열이 아닌 곳 중에 적자 나는 곳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죠. 전자랜드 같은 곳이 그래요. 한때 하이마트와 함께 국내 가전 양판점의 대명사였지만 지금은 매장을 찾는 것조차 어려워요.

전자랜드 매출은 2021년 약 8700억원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2023년엔 6000억원 아래로 떨어졌어요. 영업적자는 그 해 200억원을 넘겼고요. 1위 하이마트도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전자랜드가 갑자기 턴어라운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여요. 완전히 다른 사업을 한다면 모를까요.

대기업 계열 유통사라 해도 경쟁력 없는 점포는 버티기 어려워요. 지방 소형 백화점이 그렇죠. 이미 구조조정이 시작됐어요. 예컨대 지방 매장이 많은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마산점을 접었고 부산 센텀시티점은 매각하기로 했어요. 부산 센텀시티점 바로 옆에 국내 최대 규모의 신세계백화점이 있어서 경쟁이 안 됩니다. 서울도 그렇지만 특히 지방은 이런 식으로 초대형 매장 위주로 정리가 될 것 같아요. 대전만 해도 한때 한화갤러리아가 터줏대감 역할을 했는데 신세계가 2021년에 새로 초대형 백화점을 열면서 주도권을 뺏겼어요. 여기서 이미 뒤처진 롯데백화점 대전점은 더 어려운 상황이 됐죠. 그나마 성심당이 있어서 버티고는 있지만 오래 가긴 힘들 것 같아요.

대형마트도 확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요. 우선 홈플러스 126개 매장 전부가 사실상 정리 대상이 됐어요. 경쟁력 있는 매장 일부를 제외하곤 상당수가 문을 닫을 겁니다. 이마트, 롯데마트도 매장 수를 계속 줄이고 있는데 이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아요.

사실 대형마트는 요즘 팔아도 잘 남는 게 없어요. 마진이 높은 상품은 아예 안 팔리거든요. 샴푸, 비누, 치약 같은 생활용품이 그런데요. 사람들이 다 온라인으로 사거든요. 그나마 채소, 과일, 고기 같은 신선식품은 잘 팔리는데 문제는 마진이 10% 미만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상품 폐기가 많고 보관과 운송 비용도 많이 들고 여기에 기후변화로 상품 구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대안은 창고형 할인점인데요. 이것도 쉽진 않아요. 이마트는 원래 주력인 대형마트 사업에 타격을 줄까봐 트레이더스 매장을 늘리는 데 주저했어요. 하지만 트레이더스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이마트는 계속 부진하자 요즘 보다 과감해졌습니다. 서울 시내에도 트레이더스를 내고 있어요. 최근 서울 마곡에 매장 문을 열었는데 단숨에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매장 통틀어 매출 1위로 올라섰어요. 이마트는 원래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매장을 운영 중이었는데 이 곳을 2021년 팔아서 현금화했어요. 그리고 트레이더스를 넣은 것이죠. 이런 식으로 부동산 가치가 있거나 잘 안 되는 이마트 매장을 팔고 트레이더스를 새로 넣는 식으로 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버티컬 커머스 앱도 구조조정에 들어갈 듯해요. 버티컬 커머스는 특화된 쇼핑 앱을 말해요. 명품, 식품, 중고거래 이런 식으로 카테고리를 나눠서 여기에만 집중하는 앱이죠. 과거엔 버티컬 앱이 종합 온라인몰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들었어요. 팬덤을 바탕으로 영업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시장이 너무 작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요. ‘머트발’로 불리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같은 명품 플랫폼이 대표적인데요. 가장 큰 발란조차 매출이 1000억원을 넘지 않아요. 물론 다 적자를 내고 있고요. 반려동물 관련 앱의 경우 펫프렌즈, 핏펫, 어바웃펫 같은 곳이 있는데 이 시장도 많아야 매출 1000억원 수준이죠.

이런 버티컬 앱에 갇히는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 무신사, 컬리 같은 곳은 적극적으로 확장했어요. 무신사는 원래 신발 전문몰이었는데 종합 패션몰로 진화했죠. 컬리는 식료품 중심에서 뷰티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고요. 다만 버티컬 앱이라고 해도 시장 규모가 크면 가능성이 있어요. 에이블리가 대표적인데요. 국내 여성복 시장 규모가 50조원에 달하는데 에이블리가 이 시장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가고 있어요.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구조조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분명한 건 누군가는 여기서 살아남을 것이고 승자는 그 과실을 다 누리겠죠. 여러분은 어디에 베팅하실 건가요.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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