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일부 피해 적은 주민, 집에 돌아가려 해도 상수도 끊겨
"불이 정말 무섭다"…바람 타고 불길 날아다니던 당시 상황이 '악몽'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
(안동=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경북 북부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안동시 운흥동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한 어르신이 뒷짐을 진 채 이동하고 있다. 2025.3.27


(안동=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집에 가서 뭘 할 수 있어야 돌아가죠. 집이 완전히 새카맣게 타버렸는데, 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요."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

이곳에서 만난 전(72)모씨는 체육관 2층에 올라 텐트가 설치된 아래층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는 이번 화재로 한평생 떠나본 적 없는 집을 잃었다.

이틀 전인 지난 25일 오후 5시께,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넘어와 전씨의 집이 있는 안동시 길안면까지 덮쳤다.

마을에서는 대피방송이 나왔고, 시청 공무원을 따라 이곳 체육관으로 왔다.

하룻밤 뒤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채비하는데 먼저 도착했던 이웃으로부터 "전씨 집이 타버렸다"는 전화를 받았다.

전씨는 "집에 가보니 정말 잿더미가 됐다. 집 주변에 거름을 주려고 콩 껍질을 놔뒀는데 거기에 불이 붙었던 건지 불길이 집을 덮쳤다"며 "마을 중에서 우리 집이 가장 피해가 크다. 대체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겠는지 모르겠다"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씨 마을에는 현재 물이 끊겼다. 물이 나오지 않다 보니 이웃집에 가서 며칠만 지내보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전씨는 "대피소에서 집까지 차로 30분이 넘게 걸려서, 이웃집에 지내면서 아직 타지 않은 사과나무 가지치기라도 하면서 마음을 달래고 싶은데 이웃집에 물이 없어 생활할 수가 없다"며 "집 앞에 둔 농기계 몇 개만 남았다. 70년 모아놓은 재산이 싹 날아갔는데,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말을 아꼈다.

안동체육관 임시대피소
(안동=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경북 북부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안동시 운흥동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주민들이 머무르고 있다. 2025.3.27


비슷한 시각 안동체육관으로 온 박(66)모씨 부부는 이틀 전 '가작히'('가까이'의 경상도 방언) 불이 다가왔던 그날의 순간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의 집 역시 이틀 전 오후께 불길이 덮쳤다.

퇴직 후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퇴직금을 모아 산 집이었다.

테라스까지 갖춘 규모가 큰 집이었는데 기름칠이 된 테라스의 데크가 오히려 불쏘시개가 돼버릴 줄은 몰랐다.

허리가 아파 움직이지 못하는 박씨를 대신해 그의 아내가 옆집에서 물을 끌어다가 열심히 불을 끄려고 고군분투했으나, 불은 집을 다 태우고서야 3시간 만에 멈췄다고 했다.

박씨는 "멀리 산에서 불이 났길래, 어떻게 해야 하나 보고 있었는데 10분 만에 불이 가작히 오더니 집으로 붙었다"며 "지하수가 나오는 옆집에서 물을 끌어다가 불을 막 끄려고 했는데 도저히 잡히질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한 달 전 뇌실에 물이 차는 '수두증'으로 큰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자꾸만 허리가 저리고 어지럽지만 당장은 대피소에서 머무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을 찾질 못했다.

그는 "다행히 타지 않은 창고에 텐트와 이불이 한 채 있어 불편하더라도 창고에 있고 싶은데 안전한지를 모르겠다"며 "불이 정말 무섭다. 바람을 타고 눈앞에서 불길이 날아다녔던 그날만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안동의 산불 진화율은 52%다.

불길이 안동 시내 방면으로 확산하는 만큼 진화 작업이 우선이기 때문에 집을 잃은 이재민들에 대한 복구는 차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2496 계엄 122일 만에…윤석열, 4일 ‘운명의 선고’ 랭크뉴스 2025.04.01
42495 선고 절차는?…과거엔 20여 분 만에 결론 랭크뉴스 2025.04.01
42494 20층 높이 치솟은 거대 불기둥…말레이 가스관 폭발, 110여명 부상 랭크뉴스 2025.04.01
42493 "이러다 마을 사라질라"… 화마 휩쓴 텅 빈 마을엔 매캐한 냄새만 남았다 랭크뉴스 2025.04.01
42492 미, 한국 플랫폼 규제를 ‘무역장벽’ 적시…미 빅테크 ‘민원’ 반영 랭크뉴스 2025.04.01
42491 故 장제원 아들 노엘 "내가 무너질 일은 없어…사랑한다, 다들" 랭크뉴스 2025.04.01
42490 "향후 30년, 30만 명 희생된다"…'발생 확률 80%' 재앙 예고한 日 랭크뉴스 2025.04.01
42489 尹 탄핵 선고 시점 예측 적중한 보수 논객... "헌재, 이미 8 대 0 합의 마쳐" 랭크뉴스 2025.04.01
42488 관례상 요지 먼저 설명하면 전원일치…박근혜 땐 22분·노무현 땐 26분 ‘낭독’ 랭크뉴스 2025.04.01
42487 “어떤 국가도 예외 없다”…전 세계 강타하는 트럼프 관세폭풍 랭크뉴스 2025.04.01
42486 르펜 ‘대권 제동’…프랑스 ‘요동’ 랭크뉴스 2025.04.01
42485 최태원 SK 회장 “더 큰 사회적 문제 해결 위해 기업들 연대해야” 랭크뉴스 2025.04.01
42484 위기의 애경그룹…뿌리 ‘애경산업’  시장에 내놓는다 랭크뉴스 2025.04.01
42483 헌재, 사실상 결론 정해‥헌법학자들 "만장일치 파면" 촉구 랭크뉴스 2025.04.01
42482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일 11시 선고…생중계 허용 랭크뉴스 2025.04.01
42481 용산 “차분하게 결정 기다릴 것”… 尹 직접 헌재 대심판정 나가나 랭크뉴스 2025.04.01
42480 생후 52일 신생아 두고 5시간 집 비운 엄마, 아기는 숨졌다 랭크뉴스 2025.04.01
42479 이재명 “대한민국 저력 전세계에 증명하자” 윤석열 파면 서명 촉구 랭크뉴스 2025.04.01
42478 산불에 “할머니” 외치고 업고 뛴 외국인…장기체류 자격 부여 검토 랭크뉴스 2025.04.01
42477 말레이 쿠알라룸푸르 인근서 가스관 폭발… 최소 112명 부상 랭크뉴스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