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리더십 공백… ‘사즉생’ 각오 이재용식 해법은
총체적 난국에 위기감 고조… “책임경영 정립 필요”
“숫자 위주 경영 한계… ‘용인물의’ 인재술 복원해야” 목소리
고(故)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리더십 공백 문제가 불거지면서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위기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TV, 가전 등 전 사업 분야에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2명의 대표이사(전문경영인) 중 세트(완제품)를 이끌던 한 부회장의 부재는 뼈아픈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내 최고 의사결정조직인 ‘사업지원TF’를 컨트롤타워로 두는 재무 중심 경영의 한계를 이 회장이 스스로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래에 놓인 전문경영인들은 단기 성과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며 “이병철 창업주의 용인물의(用人勿疑·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 것) 철학과 함께 기술 개발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에 리더십 공백까지… JY식 위기 대처에 이목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한 부회장의 부재로 인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스마트폰, TV, 가전 사업에서의 반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돌발 악재를 만난 셈이다.
삼성전자는 대내외적으로 AI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AI 칩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밀려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이 ‘2030년 세계 1위 달성’을 선언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업계 선두인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의 점유율은 작년 기준 9%인 반면 TSMC의 점유율은 67%에 달한다. 스마트폰 사업 역시 2년 연속 애플에 밀려 출하량 1위 자리를 내줬고,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구도에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생활가전 사업도 고비용·저수익의 악순환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 임원들을 질책하며 강도 높은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죽으려 하면 살 것)’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이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한 것이다.
이 회장은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병철·이건희 정신 사라진 삼성, ‘숫자’만 보는 재무통에 의존”
오랜 기간 침묵을 지켜온 이 회장의 강도 높은 질책성 발언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사업부뿐만 아니라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져 온 삼성의 전반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지적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 학계 등에서는 재무 중심의 사업지원TF가 음지에서 ‘책임지지 않는 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관건은 이 회장의 문제의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김기찬 교수는 지금 삼성전자의 문제는 사업 담당 경영인들의 안이함이 아니라 재무 관리가 중심인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회장이 언급한 ‘삼성 고유의 회복력’의 핵심은 ‘임파워먼트 시스템(empowerment·권한부여체계)’에 있다”며 “이병철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까지 이어져 온 ‘용인물의’ 인재술은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확고한 권한을 줘 삼성의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의 삼성전자는 재무 관리를 통한 단기 성과를 중시하면서 임파워먼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에 리더십 공백 문제까지 겹치며 혼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이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건이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삼성의 책임경영을 명확히 정립하고, 기술에 근본을 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게 직접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지금 삼성의 리더십에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은 이재용 회장뿐이다”라고 말했다.
총체적 난국에 위기감 고조… “책임경영 정립 필요”
“숫자 위주 경영 한계… ‘용인물의’ 인재술 복원해야” 목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스1
고(故)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리더십 공백 문제가 불거지면서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위기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TV, 가전 등 전 사업 분야에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2명의 대표이사(전문경영인) 중 세트(완제품)를 이끌던 한 부회장의 부재는 뼈아픈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내 최고 의사결정조직인 ‘사업지원TF’를 컨트롤타워로 두는 재무 중심 경영의 한계를 이 회장이 스스로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래에 놓인 전문경영인들은 단기 성과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며 “이병철 창업주의 용인물의(用人勿疑·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 것) 철학과 함께 기술 개발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에 리더십 공백까지… JY식 위기 대처에 이목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한 부회장의 부재로 인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스마트폰, TV, 가전 사업에서의 반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돌발 악재를 만난 셈이다.
삼성전자는 대내외적으로 AI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AI 칩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밀려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이 ‘2030년 세계 1위 달성’을 선언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업계 선두인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의 점유율은 작년 기준 9%인 반면 TSMC의 점유율은 67%에 달한다. 스마트폰 사업 역시 2년 연속 애플에 밀려 출하량 1위 자리를 내줬고,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구도에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생활가전 사업도 고비용·저수익의 악순환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 임원들을 질책하며 강도 높은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죽으려 하면 살 것)’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이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한 것이다.
이 회장은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병철·이건희 정신 사라진 삼성, ‘숫자’만 보는 재무통에 의존”
삼성전자 서초사옥./뉴스1
오랜 기간 침묵을 지켜온 이 회장의 강도 높은 질책성 발언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사업부뿐만 아니라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져 온 삼성의 전반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지적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 학계 등에서는 재무 중심의 사업지원TF가 음지에서 ‘책임지지 않는 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관건은 이 회장의 문제의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김기찬 교수는 지금 삼성전자의 문제는 사업 담당 경영인들의 안이함이 아니라 재무 관리가 중심인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회장이 언급한 ‘삼성 고유의 회복력’의 핵심은 ‘임파워먼트 시스템(empowerment·권한부여체계)’에 있다”며 “이병철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까지 이어져 온 ‘용인물의’ 인재술은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확고한 권한을 줘 삼성의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의 삼성전자는 재무 관리를 통한 단기 성과를 중시하면서 임파워먼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에 리더십 공백 문제까지 겹치며 혼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이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건이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삼성의 책임경영을 명확히 정립하고, 기술에 근본을 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게 직접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지금 삼성의 리더십에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은 이재용 회장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