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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기후행동]
글로벌 탄소 배출 8~10% 달하는 패션산업
판매 안 되고 쓰레기통 직행 옷이 10~40%
있는 옷 입고, 바꿔 입고, 수선해서 오래 입자
"소비자에게도 '패스트 패션' 바꿀 힘이 있다"

편집자주

기후위기가 심각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상 속 친환경 행동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열받은 지구를 식힐 효과적인 솔루션을 찾는 당신을 위해 바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2023년 4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린 '21%파티'의 모습입니다. 재킷과 원피스를 들춰보면서 옷을 고르는 여느 쇼핑몰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사실 다시입다연구소에서 주최한 이 행사는 '내 옷장 속 입지 않는 옷'과 다른 사람의 '입지 않는 옷'을 모아 서로 교환하는 행사입니다. 옷과 작별할 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함께 새 주인에게 건네고요. 다시입다연구소 제공


싱그러운 봄 잘 보내고 계신가요.

기자의 휴대폰에는 포근한 기운과 함께 '봄맞이 혜택' 'S/S 봄 신상 쿠폰'과 같은 광고 문자도 날아왔더라고요. 알록달록 봄옷을 보다 보면은 순간 마음이 동해, 쇼핑몰에서 '찜하기' 버튼도 와라락 누르게 되고요.

하지만 새 옷 몇 벌 살까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최대한 꾹꾹 참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지구도 지갑도 좀먹는 '쇼핑 중독' 대신 '느린 수선 라이프' 어떤가요'라는 기사를 쓴 뒤로는, 습관적인 새 옷 구매를 줄이고 싶었거든요.

'무한 소비'를 조장하기 위해 유행을 만들어내고, 광고와 마케팅 공세를 퍼붓는 기업들의 전략이 성장을 넘어 지구를 황폐화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음을 이 기사에서 살펴봤는데요.
패션산업
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0%를 차지
하는 점, 매년 생산되는 새 옷의 10~40%는 주인을 만나지도 못하고 곧바로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신세가 된다는 점, 1분마다 19만 벌의 옷이 새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알고 나니 소비 욕구가 저절로 줄어들더라고요.

저는 올해부터 새 옷을 살 때마다 기록해, 꼭 필요한 소비였는지 점검하고 있는데요.
기후위기는 걱정되지만, 봄을 맞아 예쁜 옷도 사고 싶고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 것도 솔직한 심정
인데 방법이 없는 걸까요. 그래서 빈티지 쇼핑이나 옷 교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나만의 패션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옷장 속 방치된 옷에도 서사가 있다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가 2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입다연구소는 패션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알리고 의류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2020년 시작된 비영리 스타트업이에요.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다시입다연구소'에서 만난 정주연 대표는 "지구를 위해 가장 지속가능한 옷은
이미 우리가 옷장 속에 가지고 있는 옷
"이라고 강조했어요. "내 옷장에 어떤 옷이 있는지 몰라서 새 옷을 사기도 하잖아요. 옷장을 정리하면서 지금 가진 옷들을 잘 살펴보는 것만 해도 중요한 환경 실천의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2020년 시작된 비영리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는 탄소를 뿜뿜 내뿜고, 폐기물을 만들어 내고, 환경 오염과 아동 노동력 착취 등 여러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패스트 패션 사회'를 끝내고 대안적 의류 소비 경험을 확산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곳이에요.

다시입다연구소는 '지속가능한 의류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매년 4월을 전국 21%파티의 달로 정해 전국 곳곳에서 옷 교환 행사를 엽니다. 연구소가 직접 주최하는 행사는 주로 서울에서 열리지만 전국 어디든, 심지어 해외이더라도 파티 호스트가 되어 친구·지인들과 함께 '21%파티'를 직접 열고 싶은 분이 있다면 다시입다연구소에서 '파티 툴키트'를 무료로 보내준다고 해요. 올해 툴키트 신청 마감은 4월 6일까지입니다. 다시입다연구소 제공


연구소에서는 멀쩡하고 예쁘지만 어쩐지 손이 잘 가지 않아서
옷장에 방치된 내 옷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옷을 1:1 물물교환하는
'21%파티 행사'를 매년 4월
열고 있습니다. 21%는 무슨 뜻이냐고요? 연구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사람들의 옷장 속 '사 놓고 입지 않는 옷'의 비율이 평균 21%였다고 해요.

옷장에 방치된 이 옷들에 다시 쓸모와 서사를 불어넣는 게 21%파티의 목적입니다. "첫 파티를 열었을 때 패션을 사랑하는 40대 초반 분께서 본인이 20대, 30대 때 월급 아껴가면서 샀던 귀한 원피스와 신발을 갖고 오셨어요. 그분이 '이런 행사 열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내가
정말 아끼고 사랑했던 옷들을, 나의 역사와 추억을 담아 새 주인에게 소중하게 입양 보내고 싶은
마음
인 거죠."

21%파티 툴키트 구성품 중에는 '굿바이&헬로(Goodbye&Hello)' 교환 태그가 있는데요. 언제 어디에서 이 옷을 샀고, 몇 번 입었고, 왜 다른 주인을 찾도록 내놨는지 사연을 적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사진 속 회색 모자에는 '아이유 콘서트에 갔다가 햇빛이 너무 강해 급하게 사게 됐다'며 '부디 귀여운 주인을 만나 행복하렴'이라고 적혀 있네요. 다시입다연구소 제공


스트레스 풀려고, 마음이 허해서 덜컥 충동구매를 하는 대신 내 취향과 필요에 맞는 옷을
오래오래 아껴 입으면 지구에도 좋은 일이죠
. 연구소에서는 '수선해서 입기' 문화를 실험하는 '21%랩'이 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워크숍을 엽니다. '패션의 나라'인 프랑스는 아예 국가에서 수선을 권장해서, 2023년부터 의류 수선을 하는 사람에게 건당 6~25유로(약 9,500원~3만9,500원) 지원금을 주고 있어요.

가진 옷 점검하기, 옷 교환하기, 수선해서 입기 외에도 '환경을 위한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천하는 방법들은 또 있습니다. 예컨대 새 옷을 사야 한다면 가급적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죠. 한 걸음 더 나가자면
내가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에 이메일 등으로 연락해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입다연구소의 슬로건 중 하나는 '오래된 미래를 입다'입니다.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를 유발하는 저가의 패스트패션이 난무하는 시대에 내가 이미 가진 옷, 예쁘고 멀쩡한데도 누군가의 옷장에 묻혀 있는 옷을 잘 발굴해 입기만 해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는 의미죠. 다시입다연구소 제공


정 대표는
세상을 바꿀 힘이 개인에게도 있다
고 말합니다. "단지 예쁘고 싸고 유행이라는 이유로 옷을 사는 게 아니라, 탄소 배출을 줄이려 노력하고, 재활용 소재를 쓰고, 의류 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옷을 살 때 그런 기업들이 성장해가는 거잖아요. 소비자에게도 '패스트 패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겁니다."

"꼭 필요한 물건만 쓸 때의 그 충만함"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가 2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슬로건 중 하나를 들어 보이고 있습니다. 왕태석 선임기자


'새 옷 덜 사기' 경험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옷장을 비울수록 내면은 단단해지고, 쇼핑 대신 또 다른 삶의 즐거움을 찾게 된다고 해요.

2023년 11월 말부터 '지구를 위한 1년'을 스스로 정해 '새 옷 사지 않기' 도전을 시작한 김수빈씨. 한 해를 결산해보니 '빈티지 옷 세 벌·새 옷 세 벌'을 사기는 했지만, 전과 비교하면 훨씬 적게 산 것을 보고 뿌듯했다고 해요. "지난해 연말부터 다시 '1년간 새 옷 사지 않기' 재도전을 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한 음료 마시지 않기'도 새로 추가해서 도전 중이에요."

저도 옷을 덜 사고 싶어서 '꿀팁'을 물었습니다. 수빈씨는
'광고를 멀리하라'
고 조언해요. "사실 첫 결심 직후가 '블랙 프라이데이'라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해서 많이 흔들렸어요. 견물생심이라고, 도전을 시작한 후에는 애초에 광고 클릭을 잘 안 하려고 해요. 예전엔 저도 계절 바뀔 때마다 옷을 샀는데요.
살 때는 기쁘지만 매년 꾸준히 손이 가는 옷은 극소수
더라고요. 진짜 오래 함께할 옷을 골라내면 좀 더 아껴 입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꼭 필요한 물건을 자주 사용하며 생활할 때, 간소한 삶에서 오는 벅참과 충만함이 있고요."

다시입다연구소에서 의류 업사이클링 워크숍을 진행하는 모습입니다. 순간의 기분전환을 위해 철마다 새 옷을 여러 벌씩 사기보다는, 내가 이미 가진 옷을 오래오래 소중히 아끼고 사랑해가며 입으면 지구에도, 지갑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다시입다연구소 제공


저도 봄을 맞아서 이번 주말에는 옷장 정리를 한번 싹 하려고 하는데요. 엄마가 물려주신 카키색 원피스, 빈티지 숍에서 산 양장 맞춤 재킷과 멋진 개나리색 레자 셔츠, 친구가 준 빨강 카디건과 함께 이번 봄을 잘 보내보려고요.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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