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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영덕군까지 확산하는 불길
아비규환에 어르신부터 구한 청년도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영덕군까지 확산된 26일 오전 영덕군 뒤편 산이 불타고 있다. 뉴스1


영남권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기지를 발휘해 가까스로 화마가 덮친 현장을 벗어났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청년은 위기의 순간에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부터 떠올리며 자신의 차량으로 대피시켰다.

한국일보가 26일 경북 영양군 임시 대피소인 군민회관에서 만난 배재칠(72)씨 부부는 "집채만 한 불덩어리가 영양군 석보면 포산리에서 운영하던 한약재 공장을 덮치자 차를 끌고 황급히 대피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뿌연 연기로 앞이 안 보여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2m 높이 낭떠러지에 떨어졌다"며 "눈을 떠보니 얕은 냇가에 차량이 빠져 있었다"고 했다. 그는 금이 간 갈비뼈 쪽에 손을 갖다대면서 당시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부부는 간신히 차에서 빠져나왔으나 거센 불길이 다가오자 냇물에 뛰어들었다. 배씨 부부는 수면 위로 얼굴만 내놓고 수십 분간 벌벌 떨었다고 한다. 저체온증으로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물에서 나와 인근 이웃집으로 내달린 뒤 장롱과 신발장을 뒤져 젖은 옷부터 갈아입고 애타게 구조를 기다린 끝에 극적으로 생존했다고 한다.

경북 영덕군 지품면 복곡리에서 사과와 배 과수원 농사를 하는 김명희(65)씨는 전날 오후 6시 20분쯤 과수원에 굵직한 불똥들이 떨어지자 부리나케 차량을 내몰았다. 인근 하천에서 과수원에 쓸 물을 길어올리다가 재난 알림 문자메지시를 받은 지 10분도 안 돼 벌어진 일이었다. 김씨는 "막 '도깨비불' 같은 불씨들이 여기저기 떨어지면서 입고 있던 작업용 바지와 장화에 작은 구멍이 하나둘 뚫리기 시작했다"며 "정말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다"고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무조건 멀리만 가자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불길이 다가오는 다급한 순간에도 동분서주하며 고령의 이웃들을 구한 영웅도 있었다. 영덕군 지품면 황장리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청년으로 알려진 신한용(36)씨는 마을에 불이 본격적으로 번지기 전부터 자신의 차량에 주민들을 태워 직접 대피시켰다. 밭에 나무를 심다가 안동 방향에서 불길이 다가오는 걸 확인한 뒤 곧장 면사무소에 "대피 명령을 내리라"고 외쳤다. 신씨는 "귀가 안 들리거나 무릎이 아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아른거렸다"며 "동네는 잿더미가 됐지만 사상자가 한 명도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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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집채만 한 불똥이 날아다녀… 지구 종말이 온 줄 알았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2617400004385)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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