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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22일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을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중국 샤오미 웨이보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첫 공식 해외 출장지로 택한 곳은 중국이다. 지난 22일부터 중국에 방문해 현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 미국의 견제에도 로봇·전기차 등 새로운 기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을 놓칠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2일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찾아 레이쥔 회장과 만났고, 23일부턴 이틀간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기업 CEO들이 모이는 베이징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했다. 포럼 마지막 날인 24일엔 곧장 광둥성 선전으로 날아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를 방문했다. 최근 임원들에게 ‘사즉생(死卽生)’ 정신을 강조하며 위기 극복을 강조한 뒤 자신이 직접 뛰는 모습이다.

일련의 적극 행보는 중국 기업들이 각종 부품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현실과 맞닿아 있다. 중국 빅테크는 최근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도 스마트폰·인공지능(AI)·로봇·전기차 등 다방면에서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중국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이 올해부터 5년간 연평균 6.54%씩 성장해 2029년엔 약 1084억 달러(약 16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에만 48.3% 증가했다. BYD의 지난해 매출만 1070억 달러(약 157조2000억 원)로 테슬라(980억 달러)를 제쳐 전기차 세계 1위 기업에 올랐다. 중국의 로봇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로봇 기술 격차가 0.3년까지 좁혀졌고, 향후 한국이 추월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위치한 '우한 글로리 로드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연구개발팀 구성원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조작하고 있다. 연합=신화통신
이같은 중국의 기술 굴기는 삼성전자에겐 위기이자 기회다. 스마트폰·가전 등 세트(완제품) 부문에선 중국 빅테크와 경쟁 관계지만, 동시에 디스플레이·반도체·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등 부품 부문에서 삼성은 공급자로서 거래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64조9275억원을 기록했는데, 상당 비중이 반도체인 것으로 추산된다. 자회사 하만을 통한 전장 분야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올해 경제 목표를 ‘내수 진작’으로 설정한 만큼 향후 삼성전자가 파고들 수 있는 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 ‘이구환신(以舊換新·중고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 시 지원)’ 정책에 3000억 위안(약 60조원)을 배정했다. 지난해 1500억 위안에서 2배 늘어났다. 새 전기차·스마트폰 구매에 보조금을 지원해 소비를 독려하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6400만 명 이상이 혜택을 누렸고, 판매 규모는 1조3000억 위안(약 26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은 부품 부문에서 중국 기업들 문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9월 ‘2024 삼성 오토모티브 컴포넌트 테크-데이(SAT)’를 중국 천진에서 개최해 현지 자동차·전장 기업에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기술을 선보였다. MLCC는 다수의 센서가 탑재되는 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이 회장이 이번 방중에서 샤오미·BYD 등 전기차 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빅테크들과 만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이 성사될 경우 대중 신규 투자 및 협력 방안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물론 리스크 요인도 있다. 미국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0년 미 상무부 추가 제재안에 따라 중국 화웨이에 대한 메모리 반도체 등 공급을 사실상 중단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이 수시로 흔들린다는 점도 변수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미국도 중국을 계속 압박하는 폐쇄형 정책만 고집하긴 어려울 것이라 삼성전자가 미래 전략 차원에서 중국을 공략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부품을 자체 조달로 해결하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범용 반도체나 각종 전자 부품 등 삼성전자가 강한 분야에서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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