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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 번져 주민 21명 참변
안동 등 초속 27m 태풍급 강풍
주민 “이런 불길 태어나 처음”
경남 산청에서 시작한 산불이 26일 새벽 산등성이를 타고 하동군 옥종면 안계마을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산청 산불은 하동을 넘어 이날 오후 지리산국립공원 안까지 번졌다. 뉴시스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크게 확산하면서 불과 하룻밤 사이에 인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태풍 같은 강한 바람 때문에 빠르게 산불이 번지고 확산 방향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의 대피가 늦어져 피해가 커졌다는 진단이다.

26일 산림당국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의성 산불이 밤사이 안동을 거쳐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순식간에 번져 21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의성 산불은 전날 낮까지 안동으로 퍼졌다가 오후부터 급격하게 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날 산불이 덮친 경북 안동 풍천면 하회리와 경북 청송에선 산불이 확산하던 오후 6시를 전후로 각각 초속 27.6m와 초속 25.1m의 태풍급 강풍이 관측됐다. 영덕 지역은 밤이 되면서 더욱 바람이 강해져 오후 10시 무렵엔 초속 25.4m의 강풍이 불었다.

산불이 집으로 옮겨붙어 피해를 입은 안동시 길안면 주민 김재헌(60)씨는 “바람을 타고 불씨가 사방으로 옮겨붙는데 막을 방법이 없었다”며 “이런 확산 속도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안동시 다른 한 주민은 “인적이 드문 곳에 홀로 사는 어르신들도 있는데 산불이 더 번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영덕군의 한 주민은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로 불이 날아다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영덕 일부 지역은 지자체가 안내한 대피 지역이 채 1시간도 안 돼 불타는 현상이 빚어져 당국이 부랴부랴 또 다른 장소로 주민을 안내하기도 했다.

승용차로 피신 중 도로에서 차에 불이 붙어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실제 영덕에선 요양시설 직원들이 차 안에 있던 1명을 대피시킨 후 차가 폭발해 3명이 숨졌다. 특히 영양군 석보면 포산리 삼의계곡 도로 배수로에서 삼의리 이장 A씨(64)가 아내(59) 처남댁(62)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근처에서 다 타버린 이들의 자동차도 발견됐다. 이장 내외는 대피소 방향이 아닌 불길이 치솟는 삼의리로 다시 향했다가 변을 당했는데 이웃 주민과 행정기관 관계자들은 이장이 다른 주민을 구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피해가 발생한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은 고령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하필 산불이 다른 지역으로 크게 확산한 시각도 한밤중인 오후 11시 이후였다. 그렇다보니 대피가 늦어지며 피해를 입은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순식간에 번지는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주택, 마당, 도로 등에서 변을 당했다.

실제 안동에서는 70대 여성이 집 마당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80대 부부는 집 앞 내리막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축산면 대곡리에서는 80대 남성이 산불로 무너진 자택에 매몰돼 숨졌다.

경북 북동부 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강풍 때문에 산불이 번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상대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많은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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