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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외교안보 인사들, 채팅방서 유럽 조롱과 혐오 언사
‘유럽 구제를 증오’ ‘유럽 무임승차’ 등 적나라한 표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25일 하와이에서 해군 특공대들과 만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사람들을 다시 구제하는 것을 증오할 뿐이야”(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

“나도 유럽 사람들의 무임 승차에 대한 당신의 혐오를 완전히 공유하고 있어”(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각료들이 민간 메신저 채팅방에서 군사작전 계획을 논의한 사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보안이 안되는 민간 메신저 채팅방에서 극비인 군사 계획을 논의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에 대한 적나라한 혐오와 경멸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제이디(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위 외교안보 인사들은 예멘의 후티 반군(안사르알라)에 대한 군사공격을 논의하는 채팅방을 민간 메신저 ‘시그널’에 개설한 뒤, 지난 15일 실수로 잡지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을 초대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채팅방 대화 내용을 24일에 애틀랜틱에 폭로했는데, 이 중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유럽을 노골적으로 혐오하고 조롱하는 내용이 들어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으로 미국보다는 유럽이 더 이득을 본다며, 자신들의 공격으로 “구제”받는 유럽을 증오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유럽의 “무임승차”에 대해 공감한다며 “한심하다”고 답했다.

스티븐 밀러 국토안보보좌관으로 추정되는 ‘에스엠(SM)’이라는 대화명의 인사도 유럽 조롱과 혐오에 가세했다. 그는 이집트와 유럽이 후티 반군 공격 작전에 보상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유럽이 보상하지 않으면, 그럼 뭐지?”라며 “미국이 성공적으로 큰 비용을 들여서 항행의 자유를 복원하면, 그 대가로 얻어낼 추가적인 경제적 이득이 있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홍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막는 예멘의 후티 반군을 격퇴하면, 이 홍해 항로를 이용하는 유럽이 미국에 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미국이 이렇게 유럽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데, 유럽이 아무런 대가를 미국에 지불하지 않는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유럽 쪽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유럽연합의 한 외교관은 미국의 후티 반군 공격에 대해 통보는 받았다며, 보상에 관한 고위급 대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광범위하게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동맹은 이제 끝났다는 탄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밴스 부통령은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의 가치를 부정하는 주장을 했다. 밴스 부통령은 “현재 유럽의 가치가 미국이 방어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유럽의 이민 정책과 극우 정당에 대한 금기 등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유럽이 “문명적 자살”의 위기에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유럽의회의 나탈리 루와조 의원은 엑스에 미국 당국자들이 보안이 안되는 메신저에서 군사작전 계획을 떠든 것을 놓고는 “이제 첩보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개탄했다. 유럽연합에서 대외정책 보좌관을 지낸 나탈리 토치 이탈리아국제연구소 국장은 “범대서양 관계가 끝났고, 기껏해야 무관심한 혐오만이 남았다”며 “최악의 경우, 유럽을 잠식하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있고, 그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원 정보위의 마크 워너 민주당 간사는 “책임이 큰 직책에서 무능력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며 “피트 헤그세스, 마이클 왈츠는 사임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에서도 이 사태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에서는 별일 아니라는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엔비시(NBC)와 회견에서 “작은 문제일뿐이고, 심각한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폭로한 애틀랜틱이 곧 망할 언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어떤 전쟁 계획도 논의되지 않았다”며 “어떤 비밀 사항도 새나가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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