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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급여로 본 고용위기

지급액 28·26개월 연속 증가세
청년 진입 용이한 도소매업도 악화
교육서비스업은 10개월 연속 감소
뉴시스

최근 게임업계는 ‘살벌하다’는 말이 어울린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4월과 10월 두 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다른 대형 게임사들도 인력 감축에 열을 올린다. 중소 규모 게임업계 역시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린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가 모바일 중심에서 사업 다각화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열매를 맺는 과정에서 인력 감축 등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청년 일자리 덮친 불황

고용 불황의 긴 그림자가 건설·제조업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가 많은 업종인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에도 드리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두 업종의 구직급여 지급액은 지난달까지 각각 28개월, 26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정보통신업 분류에는 출판기획자, 영화감독, 고객서비스 상담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이 속해 있다.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에는 연구원, 경제학자, 변호사, 광고기획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번역가 등이 포함된다.

구직급여는 실직한 근로자가 생계를 유지하며 재취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급하는 실업급여의 일종이다. 고용보험 가입자면서 최근 18개월간 보험 가입 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지급받을 수 있다. 때문에 업종별 구직급여 지급액은 해당 업종의 실직자 증감 지표로 해석 가능하다.

해당 업종의 구직급여 지급액 월별 증가율도 높다. 정보통신업 구직급여 지급액은 2023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적게는 전년 동월 대비 10.7%에서 많게는 45.0%까지 증가했다.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구직급여 지급액도 같은 기간 전년 동월과 비교해 적게는 2.2%에서 많게는 23.9%까지 증가했다.

특히 두 업종은 청년 고용 비율이 높은 업종으로, 청년층 고용 사정이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에서의 20~34세 취업자 수는 각각 47만명, 51만6000명으로 두 업종의 40.5%, 34.9%를 차지했다.

이는 불경기와 시장 내 구조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상 콘텐츠 시장은 제작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제작 편수가 급감했다. 앞서 사례로 든 게임업계도 자체 사업 재편 영향이 반영되며 인력을 조정 중이다.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분류도 사정이 비슷하다. 광고대행사들은 기업이 광고 일감을 줄이는 바람에 상황이 좋지 않다. 문장호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교수는 “불경기에 따른 기업들의 광고 지출 축소 등으로 최근 광고업계가 과거에 비해 위축됐다”며 “일이 많지 않아 대형 광고기획사가 조그마한 광고를 따기 위해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명 로펌이나 회계법인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4대 회계법인은 포화 상태인 인력 시장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해당 분야 업황이 조금 둔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여기에 두 업종이 상대적으로 이·퇴직이 잦은 특성이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소매업도 침체 직격타

청년층의 고용시장 진입이 쉬웠던 도소매업도 최근 상황이 좋지 않다. 도소매업 구직급여 지급액은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달의 경우 1년 전보다 14.2% 증가한 1135억원이 지급됐다. 해당 업종 고용보험 가입자도 161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도소매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체 종사자의 96%를 차지하는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을 말한다. 인력 감축 영향이 고스란히 구직급여 지급액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도소매업 구직급여 지급액 증가는 인구 감소와 내수 부진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TGI 프라이데이스’ 운영사 MFG코리아는 다음 달까지 전국 모든 매장을 철수한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피자’와 ‘스무디킹’도 올해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아르바이트생과 직원들의 고용 상황도 악화됐다. 지난달 도소매업 구직급여 지급자 수는 7만600명으로 2023년 8월(7만1300명) 이후 1년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교육 시장은 역주행

대다수 업종이 불경기에 시달리지만 교육서비스업은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교육서비스업 구직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5월 이후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다. 적게는 전년 동월 대비 3.8%에서 많게는 17.3%까지 줄었다.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년 연속 구직급여 지급액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교육서비스업 분류에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학교 교사 외에 사설학원, 직업훈련기관 등이 속해 있다. 내수 침체가 지속하는 상황이지만 사교육 시장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2024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는 29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1000억원(7.7%)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의대 정원 증가로 n수생이 늘며 사교육 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령인구가 계속 줄어드는데도 사교육비 수요는 매년 높게 나타난다. 사설학원을 중심으로 이·퇴직 유인이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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