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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 도륜스님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KBS대구 캡처
산불로 목재 건물 상당수가 타버린 경북 의성 고운사의 한 스님이 "천년고찰을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눈물을 보였다. 불길이 절을 덮치기 전에 석조여래좌상, 탱화 등은 미리 옮겨져 화를 면했다.

고운사는 지난 25일 국가지정보물인 '연수전'과 '가운루'가 전소되는 등 경내 대다수 전각이 잿더미로 변했다. 신라시대인 서기 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이 절은 경북을 대표하는 '천년고찰'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였다.

도륜 스님은 KBS대구총국과 인터뷰에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스님은 "다른 스님들과 문화재를 옮기다가 5시 반에 인명 피해가 나면 안 되니 철수하라고 해서 끝까지 남아 있다가 철수했다"며 "문화재가 손상되면 세월을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지켜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고운사 경내 전각이 상당수 소실된 가운데 범종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김종호 기자
고운사에 소장돼 있던 보물 석조여래좌상을 비롯해 대웅보전 석가모니 후불탱화 등 유형문화유산 41점은 불길이 닥치기 직전 경북 각지로 옮겨졌다.

하지만 도륜 스님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눈물을 보였다. 스님은 "천년고찰을 이어왔는데 우리 대에서 부처님 전각을 잃어버리게 돼 정말…"까지 말하고 고개를 떨궜다. 이어 목이 멘 목소리로 "죄송하다"고 했다.

스님은 "부처님 도량을 지키지 못해 부처님께 참회를 드린다. 저희들이 부처님 도량을 잘 지켰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계종 지도부에서도 상황을 파악하러 고운사를 방문했다.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26일 "산불로 유명을 달리하신 국민이 많다는 소식에 위로와 애도를 전한다"며 "잔해를 보니 불길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겠다. 진압에 나서준 소방대원들과 모든 관계자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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