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수 쪽, 공영 방송에 ‘진보 편향’ 공격해 와
2025년 3월 25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 주재 대사 지명자들과의 만남을 갖고 언론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인 엔피알(NPR·국립공영라디오)과 피비에스(PBS)에 대한 정부 지원을 끊고 싶다는 뜻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대사 지명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나는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며 두 공영매체가 “매우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트럼프는 “(공영방송에) 낭비되는 돈은 많고, 게다가 매우 편향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영 대외방송인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을 총괄하는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대폭 축소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번 발언은 대외 미디어를 넘어, 국내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영 미디어까지 축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1970년 ‘공공방송법’에 따라 설립된 엔피알은 비영리 재단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 등으로부터 일부 공공기금을 받아 운영된다. 불편부당한 보도와 높은 정확성으로 미국 언론계에서도 신뢰를 받아온 매체다. 피비에스도 같은 해 설립됐는데, 전국의 공영방송사들이 출자해 운영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미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엔피알과 피비에스는 상대적으로 당파성이 적은 보도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짐 조던 공화당 하원의원 등을 비롯한 보수 인사들은 엔피알 등이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시각을 주로 반영하고, 트럼프 탄핵이나 1·6 미 국회의사당 난입 폭동을 다룰 때 민주당 쪽 입장에 더 우호적이었다고 비판한다. 정부효율부 수장 일론 머스크는 최근 공영방송 관련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이들 공영방송이 지나치게 진보 의제에 우호적이라며 정부 자금 지원을 종료하자는 법안을 여러 차례 발의해 왔다. 트럼프가 임명한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 브렌던 카 역시 이들 방송의 연방 지원금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엔피알과 피비에스의 후원사 언급 방식이 연방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은 상업 광고는 금지돼 있지만, 후원 기업을 소개하는 것은 허용된다.
다만 실제 엔피알이 연방정부로부터 직접 지원받는 자금은 전체 예산의 1%에 불과하다. 피비에스 역시 예산의 16% 정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기업 후원과 개인 기부 등으로 충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