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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우회해 홀로 진입한 트랙터, 경찰이 견인 시도
남태령 있던 시민들 몰려와 견인 막으며 대치
경찰이 운행 허용하자 시민들 뒤따르며 효자로 행진
26일 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주변에 멈춰있던 전농의 트랙터가 움직이고 있다. 고나린 기자

26일 밤 10시, 이날 새벽 4시부터 18시간 동안 서울 도심 한복판에 서 있던 붉은 트랙터에 시동이 걸렸다. 이윽고 트랙터를 둘러싸고 있던 경찰차 3대가 자리를 비켰다. 비상등을 켠 트랙터가 어둑한 도로를 비추며 바퀴를 구르자 시민들이 뒤따라가며 외쳤다. “남태령이 또 이겼다”, “민주주의가 이겼다”, “윤석열을 파면하라”

이날 내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봉준 투쟁단과 이에 연대하는 시민들은 경복궁역 주변에서 ‘트랙터 1대’를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다. 전날 전봉준 투쟁단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기 위해 트랙터와 트럭을 몰고 경복궁역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여하려 했으나 남태령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혔다. 이에 시민들과 함께 남태령 밤샘 집회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충남에서 트럭에 실려 온 트랙터 한 대가 도로를 우회해 새벽 광화문에 홀로 진입했다.

경찰은 트랙터 강제 견인을 시도했고, 남태령에 있던 시민들이 도심으로 몰려와 견인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항의하던 정용준 비상행동 공동상황실장은 경찰에 연행됐다.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트랙터는 남태령에서 끌고 온 것이 아니다. 집회 신고에서 금지된 범위 외 트랙터 이용행위는 없었다”며 “트랙터의 위치를 원상 복구하고 연행자를 석방해야 한다”고 했다. 비상행동은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등을 불법체포 감금과 직권남용, 독직폭행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과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주변에서 26일 오전 트랙터를 견인하려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길어지는 대치 속에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평일 저녁 이어 온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매일 긴급집회’(긴급집회) 장소도 트랙터 주변으로 급히 변경했다. 트랙터를 지키고 있던 500여명의 시민에, 집회 참여 시민까지 가세하며 이날 저녁 트랙터를 둘러싼 시민이 수만 명에 이르렀다는 게 주최 쪽 설명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온 이은숙(55)씨는 “어제 퇴근하고 밤까지 남태령에 있다가, 오늘 퇴근하고 경복궁역으로 왔다. 경찰이 견인을 막던 시민을 연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막 나가는구나 싶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왔다”고 말했다. 강아무개(28)씨도 “전날 남태령에서 조금 밖에 못 있었던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오늘도 힘을 보태기 위해 저녁에 나왔다. 와서 모습을 보니, 경찰이 시민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긴급집회 무대에 올라 “민주당이 서울경찰청장에게 항의 방문해 빼앗아 간 트랙터를 돌려주고, 연행된 분을 조속히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던 서울경찰청이 많은 민주시민이 결집하자 두려웠던 모양이다. 무대에 오르기 10분 전, 집회를 마친 후 트랙터를 돌려주고 운행을 허용하겠다고 통지했다”면서 “우리가 승리한 것”이라고 외쳤다.

이갑성 전농 부의장(전봉준투쟁단 서군 대장)은 “8년 전 저희가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로 박근혜를 끌어내렸고, 윤석열을 구속시켰다. 그런데도 검찰이 윤석열을 석방하고, 헌법재판소에서는 선고를 날마다 연기해서 저희 농민들이 다시 트랙터를 끌고 나왔다”면서 “130년 전 전봉준 대장처럼, 세상이 어려울 때 농민이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트랙터를 앞세운 채 헌법재판소 방향을 향해 다시금 외쳤다. “민주시민이 이겼다! 윤석열은 파면이다!”

비상행동은 이날 밤 10시50분께 “트랙터는 시민들과 함께 효자로를 행진한 후, 이제 생명의 터전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전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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