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때 척추 제대로 형성 안 돼 발병
3000명에 1명꼴 생겨…“예방책 발판”
3000명에 1명꼴 생겨…“예방책 발판”
신생아에게 생긴 척추이분증 부위를 표현한 삽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국내 연구진이 신생아 3000명 가운데 1명꼴로 생기는 선천성 희귀 질환인 ‘척추이분증’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척추이분증은 태아 시절 척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생기는 병으로, 심할 경우 보행 장애 등을 일으킨다. 이번 연구가 척추이분증 예방을 위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연세대 의대 김상우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척추이분증 원인을 유전적 차원에서 규명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27일자로 발간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척추이분증은 태아의 척추 일부가 제대로 만들어지 않아 생기는 선천성 질환이다. 태아의 신경관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척추 바깥으로 신경, 척수, 뇌척수액 등이 튀어나오면서 불룩한 주머니를 형성한다. 증상이 심하면 발달 또는 배뇨 장애를 겪고, 혼자서 걷지 못할 수도 있다.
그동안 과학계는 척추이분증을 일으키는 환경적 요인을 예방하기 위해 산모에게 엽산 섭취를 권장해왔다. 실제로 이를 통해 환자 규모가 줄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신생아 3000명당 1명꼴로 척추이분증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 몸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 즉 유전적 요인이 척추이분증 발병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과학계는 추정해왔다. 하지만 유전적 원인이 무엇인지는 오리무중이었다.
연구진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를 통해 답을 찾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과 협업해 전 세계 851명의 척추이분증 환자와 그들의 가족 2451명의 유전자를 들여다봤다. 김 교수는 “척추이분증 원인 규명 탐구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세포의 구조 유지와 신경세포 신호 전달 등을 맡는 100개 이상의 특정 유전자들이 척추이분증을 유발하는 핵심 열쇠라는 점을 규명했다. 특히 이 유전자들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지 않고 자식에게서 발병하는 ‘드보노 돌연변이’ 특성을 띤다는 점도 알아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해 향후에는 임신부들이 엽산과 함께 새로운 특정 물질을 섭취해 척추이분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