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2021년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당선무효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1심이 뒤집힌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맞물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야권 유력 후보인 이 대표가 기사회생한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성남시장 재직 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개발 1처장을 몰랐다"는 이 대표 발언을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 유죄로 판단했던 "2015년 호주 출장 중 김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과 202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 협박 때문에 성남 백현동 부지 용도를 상향 변경했다"는 발언도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상고할 경우 대법원 판단이 남았으나 법률심인 만큼 사실관계를 다루지 않는다. 항소심 선고가 이 대표 발언의 허위사실 여부를 가르는 사실상의 심판대다. 이에 검찰은 제1 야당 대표이자 유력 대선주자 제거를 위한 먼지털이식 수사와 무리한 기소를 한 게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우리 정치에 대화와 타협 대신 사생결단식 대결 문화가 뿌리내린 배경엔 정치화한 검찰 책임도 크다.
당장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낸 이 대표는 정치적 면죄부에 만족해선 안 될 것이다. 이번 논란은 이 대표의 설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차기 대선주자인 이 대표 지지율이 정권교체 여론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배경에는 중도층의 의구심이 크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정치 지도자에 걸맞은 언행을 보여야 한다.
여야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고 헌재 탄핵심판 선고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항소심 선고를 활용하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특히 국민의힘에선 권성동 원내대표가 "합리적 상식을 가진 법관이라면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며 판사들의 정치 성향을 의심했고, 한동훈 전 대표도 "정치인에게 주는 거짓말 면허증"이라며 비판 수위를 한껏 높였다. '이재명 유죄'만 외친 국민의힘 입장에서 당혹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항소심 선고까지 부정하면서 사법부 불신을 조장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