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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산불에 헬기·장비 부족, 피로 누적에 애태우는 인력들
헬기 추락으로 공중 진화 중단되자 망연자실
26일 오후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야산에 산불 진화용 헬기가 추락해 당국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헬기로 진화 작업을 벌이다 추락해 숨진 박아무개(73)씨는 40년 비행경력의 베테랑 조종사였다. 그는 26일 낮 12시51분께 경북 의성군 신평면에서 산불을 끄기 위해 시코르스키 S-76B 중형 헬기(강원 인제군 임차 헬기)를 조종하다 변을 당했다.

경찰과 산림 당국 등은 “헬기가 작업하다 전신주 선에 걸려 넘어졌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한 뒤 헬기가 짙은 연기에 가려진 전신주를 미처 보지 못하고 선에 걸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 산불이 난 지점에 정확하게 물을 뿌리기 위해서는 헬기가 낮게 날아야 하는데, 현장은 연기가 많이 나 시야 확보가 어렵다고 헬기 조종사들은 토로한다.

헬기 노후화도 문제다. 이 헬기(담수 용량 1200ℓ)는 강원도가 산불 진화를 위해 임차한 것으로, 기령(기체 나이) 30년 된 기종이다. 산림청은 2027년까지 헬기 8대를 추가로 도입해 배치할 계획이다. 노후화에 더해 소방 헬기도 부족한 편이다. 산림청 진화 헬기는 모두 50대, 이 가운데 러시아제 8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부품 수입이 끊겨 가동이 중단됐다. 또 7대는 1980~90년대 도입한 600ℓ급 소형 헬기여서 대형 산불 현장에 투입하지 못한다. 대형 헬기는 3000ℓ, 초대형 헬기는 8000ℓ를 물탱크에 담을 수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불을 끄기 위한 사투는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 경남 산청에 30대, 경북 의성~영덕 화선에 97대가 떠 있습니다.” 26일 오후 김남용 산림청 산림항공안전계장은 산불 화선의 이동 상황과 진화 헬기들의 비행 상태를 살피느라 상황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산불 진화에 투입된 헬기는 산림청 35대(50대 보유), 육군 49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임차 헬기 49대, 소방 소속 12대, 경찰 소속 4대 등 모두 149대다.

영남 산불 현장은 지난 21일부터 엿새째 실시간 130대 안팎의 헬기가 하루 10시간 이상 비행하고 있다. 전체 헬기가 진화에 투입되지 못하는 것은 제작사가 요구하는 안전 비행 기준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산림청 쪽은 “초대형 헬기 7대는 15시간, 수리온과 러시아 카모프 헬기는 50시간마다 정비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공중 진화대는 반복되는 비행과 강풍, 고압전선을 피해 현장에 접근하기도 힘들다”며 “소방수를 투하하고 급수를 해 다시 돌아왔을 때 더 커진 불길을 보면 맥이 풀린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2일 발화한 경북 의성 산불은 닷새 동안 공중·지상 진화를 뚫고 200여㎞를 동진해 26일 새벽 영덕 해안에 이르렀다. 불길을 잡지 못하는 것은 순간최대풍속이 태풍급인 26㎧에 이르고 건조한 숲에 낙엽, 폐목 등 인화물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상에서도 소방 요원들은 쉴 새 없이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의 지상 진화대는 확산하는 화선에 쉴 새 없이 투입되면서 피로 누적이 한계에 달했다. 충남소방본부는 산청에 23명(차량 10대), 의성에 60명(차량 23대)을 각각 지원하고 매일 근무자를 교대하고 있다. 충남소방본부 관계자는 “타 지역 지원인력은 교대하지만 해당 지역 진화인력은 비번자까지 동원돼 화선에 배치돼 있다. 대부분 5~6일째 계속 진화에 투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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