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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휩싸인 영남 3월 기상 어땠길래
의성 산불이 닷샛째 이어진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천년고찰 고운사에서 스님들이 무너진 범종각과 가운루 등 누각을 바라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영남 지역에서 4~5일째 확산하는 대형 산불이 진압되지 않고 계속 인근 지역으로 번지는 것은 ‘태풍급’ 강풍이 직접적 이유다.

지난 20년간 영남 지역의 3월(1~25일) 강풍특보 발표 횟수를 보면, 20년 전인 2005~2010년 1~9회에 불과했던 것이 2021~2025년 6~24회에 달했다. 지난해와 올해 3월 특보 횟수가 24회와 23회로 지난 20년 중 가장 많았다. 강풍특보는 육상에서 풍속이 초속 14m, 순간풍속이 20m 이상이 예상(주의보)될 때 발표된다.

산불이 번져나간 지난 25일 일 최대순간풍속(초속 기준)은 의성 14.5m, 안동 19.7m, 청송 25.1m, 영양 16.5m, 영덕 25.4m였다. 태풍의 풍속이 초속 17m 이상이니, 이날 이 지역에 태풍급 강풍이 불었던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문을 열 수 없어 창문을 깨고 나왔다는 증언도 나왔는데, 풍속이 초속 10m 이상이면 간판이 떨어져 나가고, 20m가 넘으면 사람이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수준이다.

경사가 가파르고 골짜기 많은 경북 지역의 지형 조건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국지풍을 만들었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를 보면, 30도 경사가 있는 지형에 초속 6m의 바람이 불 때 바람이 없는 평지보다 화재 확산 속도가 최대 78배까지 증가한다. 채희문 강원대 교수(산림환경과학)는 “강한 서풍이 불어오는 가운데, 산속에 미기후(주변과 다른 국소지역의 특별한 기후 현상)가 발생해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국지풍이 발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에서의 풍속과 100m 정도 높이에서의 ‘공중 풍속’의 차이가 3배에 이르는 등 고지대 진화 작업에 필요한 공중 풍속 정보가 부족해 진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3월까지 날씨가 평년보다 유난히 고온건조하다는 것도 문제다. 올해 들어 이달 24일까지 전국 강수량은 77.8㎜로 평년 같은 기간 강수량(108.2㎜)의 71.9%에 그쳤다. 특히 영남의 경우 대구·경북은 예년의 65%(61㎜), 부산·울산·경남은 예년의 52.5%(73.7㎜) 수준의 비가 내렸다.

이런 기상조건에 대해 국외에서도 관심이 모아졌다.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클라이밋센트럴’은 25일(현지시각) 한국과 일본의 산불 사태에 대한 분석을 내고 “2024년 후반부터 평균보다 건조한 기상조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심각한 가뭄 조건이 화재 위험을 키웠다”고 짚었다. 이 단체는 기후변화가 온도 상승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기후변화지수’(CSI)를 측정하는데, “한국의 남부 지역과 도시에서 지난 21~25일 일 최고기온이 기후변화지수 5등급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해 더위가 최소 5배 더 발생했다는 뜻이다.

또 다른 비영리 기후단체 ‘클리마미터’는 한국과 일본에서 과거(1950~1986년)와 최근(1987~2023년)의 사례들을 비교해볼 때, 이번 산불이 어떤 기상조건의 변화 아래 크게 번졌는지 연구한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이번 대형 산불이 과거보다 “기온이 최대 2도 더 높고, 하루 강수량은 최대 2㎜ 더 적으며(30%), 바람이 시속 4.8㎞ 더 강하게(10%) 부는 기상조건” 아래에서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이는 “지구온난화의 추세와 일치”하며, 자연적인 원인보다는 “인간이 주도한 기후변화로 인해 강화된,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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