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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방관 176명 투입, 물 245톤 살수
대용량 방사포 배치… 긴장 속 상황 주시
초가 지붕, 나무 기둥 '선제적 살수 조치'
26일 경북 안동시 안동하회마을에서 소방대원이 산불 불씨가 옮겨붙지 않도록 마을 곳곳에 물을 뿌리고 있다. 안동=연합뉴스


26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은 적막 속에 대형 소화 호스에서 나온 물줄기 소리만 가득했다.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고, 낙동강 너머 산능선은 희뿌연 산불 연기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평소 관광객들이 찾던 길목에선 소방관들만 2인 1조로 분주히 움직였다.

하회마을은 2010년 8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곳엔 보물로 지정된 양진당, 충효당과 국가민속유산으로 지정된 화경당 고택 등이 있다. 하회마을에서 약 3㎞ 떨어진 병산서원도 세계문화유산이다.

'하회마을 방어전'은 전날부터 24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의성에서 시작된 불줄기가 안동을 삽시간에 삼키자, 소방은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지키기 위해 전날 오후 5시를 기해 인근 5개 이상의 소방서 자원과 인력을 총동원하는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했다. 경북 구미뿐 아니라 경기 남양주, 서울 등에서도 소방관들이 급파됐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장비 31대(하회마을 20대, 병산서원 11대)와 대원 176명(하회마을 131명, 병산서원 45명)이 투입됐다.
소방차량뿐 아니라 물탱크용 차량과 대용량 방사포도 배치됐다. 대용량 방사포는 대형 소방 펌프차 26대가 동시에 방수하는 수준의 소방용수를 한꺼번에 뿌릴 수 있다.

26일 경북 안동시 안동하회마을 하회교회 앞에 소방차량이 주차돼 있다. 안동=강지수 기자


소방관들은 마을 곳곳에 약 50m 간격으로 늘어서 밤새 자리를 지켰다. 전날 오후 불던 돌풍이 걱정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날 오후 남풍이 초속 0.9m 수준이라 바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하회마을에는 짚으로 된 지붕이나 목재 건물이 많아서 방심은 금물이다. 소방 인력들은 소방차량과 비상소화장치를 이용해 이날 오후 6시까지 한두 시간마다 총 12차례에 걸쳐 245톤의 물을 뿌렸다. 한 소방대원은 "
하회마을을 둘러싼 낙동강이 방화선 역할을 하지만, 강풍을 타고 불티가 날아올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후 한때 마을에서 직선거리로 5㎞ 앞까지 불줄기가 뻗쳤다는 소식에 현장엔 더욱 긴장감이 감돌았다. 양진당에서 살수 작업 중이던 김천소방서 소속 대원은 "다른 곳보다 중요하니 벽이나 천장, 짚 부분 위주로 물을 흠뻑 뿌리고 있다"며 "아무래도 고압 방수를 계속하면 건물에 손상이 갈 수도 있으니 그 부분도 신경 써달라는 마을 측 주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영길 하회마을 이장은 "보존해야 할 유산들이 가옥 형태로 돼 있다"며
"들고 갈 수도 없고 업고 갈 수도 없어서 저지선을 확보하고 지켜야 된다"
고 힘줘 말했다.

26일 경북 안동시 안동하회마을 종합안내소 옆에 설치된 예천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에서 소방대원들이 상황판을 수정하고 있다. 안동=강지수 기자


마을에 대피 권고가 내려져 주민 169명은 피했지만 60여 명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은 주민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한 50대 남성은 직접 소화전에서 호스를 끌어와 초가지붕 위로 연신 물을 뿌렸다. 그는 "연기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보니 언제든 불티가 바람에 넘어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근심했다. 류열하 안동하회마을보존회 이사장은 "어제는 저쪽 산등성이가 발갛게 보였는데 오늘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소방에서 경계 태세를 하고 있어도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
다른 곳도 아니고 세계유산을 못 지키면 국제적 망신 아니겠느냐"고 우려
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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