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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산 벌겋게 타고, 오는 길에도 여기저기 불똥”
“사돈집서 ‘빨리 나와’ 해서 짜증 냈는데 큰일 날 뻔”
처남댁 구하다 숨진 이장 부부 소식도 안타까움 사
26일 영양군으로 번진 산불로 영양군민 500여명이 영양군민회관에서 임시 거주를 하고 있다. 정봉비 기자

“앞뒤 산이 벌겋게 불타오르고 있었죠. 겁이 나기도 하고 연기도 마셔서 얼른 차를 타고 군청에서 대피하란 곳으로 출발했는데 오는 길에도 불똥이 여기저기 퍼져있었어요”

26일 산불을 피해 영양군민회관으로 대피한 권아무개(75)씨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했다. 권씨는 영양군 중에서도 산불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는 석보면에서 왔다. 지난 25일 순간 최대풍속 27m의 강풍의 영향으로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영양군에까지 번졌다. 이날 찾은 영양군민회관은 현재 불에 타고 있는 영양읍, 석보면, 입안면 등에서 급하게 대피한 주민 500여명과 자원봉사자들로 가득찼다. 주민들은 지친 표정으로 강당 한켠에 이부자리를 펴놓고 담요를 덮고 누워있었다. 6~7명 단위로 둘러 앉아 컵라면, 과자 등 구호물품을 먹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90살 이상의 고령자나 부상자는 대형 텐트 14개에서 자리를 잡고 누워있었다.

이날 영양군은 “청송군에서 번져온 불길이 영양읍, 석보면, 입안면 등에 번져 현재 1925명의 주민이 영양군민회관, 영양중고등학교, 영양초등학교,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한 상태”라며 “산불로 인해 현재까지 6명의 사망자와 1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25∼26일까지 공무원, 산불진화대, 의용소방대 등 총 800여명의 인력이 현장에 투입됐다고 알려왔다.

26일 영양군으로 번진 산불로 인해 영양군민회관으로 대피한 한 군민이 반려견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봉비 기자

주민 대부분은 어젯밤 갑자기 솟아오르는 산불을 목격하며 경황없이 대피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앞뒤 산이 벌겋게 불타오르고 있고 오는 길에도 불똥이 여기저기 퍼져 있어서 내내 벌건 풍경이 이어졌다”며 “세상에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질 수 있나”라며 혀를 찼다. 마찬가지로 석보면에서 올라온 황범진(63)씨는 “사돈집에서 ‘빨리 나오라’고 난리를 피우고 소리를 질러서 짜증냈는데 조금만 늦었어도 정말 큰일 날 뻔했다”며 “개인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혈압약과 여든이 넘은 노모가 착용하는 의료용품이 다 집에 있는데 돌아갈 수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화매리에 거주하며 집이 현재 전소됐다고 밝힌 한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전날 오후 6시께 화매리에 사는 처남댁을 구하러 다녀오는 길에 숨진 채 발견된 석보면 삼의리 이장 부부의 소식이 전해져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권씨는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석보면 사람들이 모이면 다 (삼의리) 이장 이야기만 한다”며 “대피장소인 석보초등학교와 정반대인 삼의리로 돌아간 걸 보면 주민들 대피 작업을 위했던 것 아니겠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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