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박씨, 생전 사업 과정서 소송 탓 금전적 어려움
3년 전부터 낮엔 회사 일하고 퇴근하면 배달

25년 지인 “왜 시설물 관리 못 했나” 울분
서울시, 민원 2건 받고도 육안 조사 결과만 받아
전날 도로 한복판 땅꺼짐(싱크홀)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대명초교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25일 도로가 푹 꺼져 있다. 김태형 [email protected]

“주 7일 일만 한 친구”, “가족 걱정 안 끼치려는 아들”, “다른 라이더들 위해 힘썼던 분”.

서울 강동구 명일동 땅꺼짐(싱크홀)으로 참변을 당한 박아무개(33)씨 빈소를 찾은 이들이 그에 대한 기억을 털어놨다. 간단찮은 현실 앞에 쉼 없이 일하고, 배려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박씨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간 황당한 기반 시설 붕괴에, 시민 생명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책무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박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동네 친구 ㄱ씨는 사고가 벌어진 24일 박씨에게 메시지를 보낸 일을 기억하며 울먹였다. “싱크홀 보고 평소처럼 ‘야, 여기 사고 났다’고 카카오톡을 보냈어요. 답이 없었어요.” 뒤이어 찾아본 땅꺼짐 사고 영상 속,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오토바이 뒷모습이 낯익었다. 이윽고 ‘경찰이 집에 왔다’는 박씨 어머니 전화가 그에게 걸려왔다.

유족과 지인 설명을 들어보면, 박씨는 2018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운영하던 소규모 통신 서비스 업체를 물려받았다. 사업 과정에서 한 기업과 미지급금을 둘러싼 소송이 벌어져 금전적 어려움을 겪었다. 3년 전부터 낮에는 회사에 나가서 일하고, 퇴근하면 배달하며 돈을 모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발견된 박씨 휴대전화에는 ‘배달 완료’ 기록이 남아 있다. 박씨를 25년 알고 지낸 지인 ㄴ씨는 “3년 전부터 배달 일을 시작했는데, 다른 아르바이트도 병행하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았다”며 “걱정을 안 끼치려 가족에게도 자세히 알리지 않고 홀로 모든 일을 감당하려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역 라이더 단체대화방에서 ‘부방장’으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다른 라이더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분 중 한 분이었다고 한다”며 “정보를 모르는 신참 라이더에게 여러 도움도 주고, 교류하는 분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의 황망한 죽음에 시민 안전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등의 책임을 강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박씨의 지인 ㄴ씨는 “고인한테 미안하고 불쌍하고 화가 나는 부분도 있다. 왜 시설물 관리를 못 했나. 명확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시민재해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하고 안전 관리에 소홀한 책임자를 처벌한다. 실제 서울시는 이달 6일과 14일 주유소 바닥이 갈라졌다는 등의 민원을 접수했으나 현장 조사 대신 지반 침하가 없다는 감리단과 시공사 육안 조사 결과만 받아, 재해 위험 요소를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그 책임 소재와 내용 면에 있어, 일터에 적용되는 중대산업재해에 견줘서도 훨씬 모호하다. 이번 사고가 벌어진 ‘도로’가 법이 적용되는 공중이용시설로 명시돼 있지도 않다. 오민애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는 “중대시민재해는 발생한 장소가 어디인지부터 따지는 탓에 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다양한 종류의 재해를 포괄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재해 범위와 책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865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6월부터 韓 서비스 예상 랭크뉴스 2025.03.29
45864 불은 꺼졌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희생자들...침통한 분향소 랭크뉴스 2025.03.29
45863 “외딴집 이틀째 연락 안되더니”…경북 북부 산불 희생자 26명으로 랭크뉴스 2025.03.29
45862 “고아 아니고 미아인데 입양 당했다”…진실화해위 “국가는 사과하라”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3.29
45861 ‘여든살 아이들’이 증언하는 제주4·3…“진실 밝혀야” 랭크뉴스 2025.03.29
45860 [속보] '경북 산불' 영양·의성서 사망자 2명 추가 랭크뉴스 2025.03.29
45859 韓대행 "산불 이재민 일상 회복 때까지 모든 지원 아끼지 않을 것" 랭크뉴스 2025.03.29
45858 "살려줘요" 비명에 맨손으로 잔해 파헤쳐…'아비규환' 미얀마 랭크뉴스 2025.03.29
45857 [속보] 韓대행 “이재민 일상 회복까지 모든 지원 아끼지 않을 것” 랭크뉴스 2025.03.29
45856 피해 ‘눈덩이’ 미얀마 강진, 각국 항공기·구호대 급파…트럼프도 지원 약속 랭크뉴스 2025.03.29
45855 이낙연, ‘이재명 무죄’에 “사법부 의심”…‘파기자판’ 썼다 지우기도 랭크뉴스 2025.03.29
45854 봄철 러닝족 괴롭힌 아킬레스건 비명…"깔창이 뜻밖 구세주" 랭크뉴스 2025.03.29
45853 80년대생부터 여성이 남성보다 고학력…첫 취업은? 랭크뉴스 2025.03.29
45852 안동·의성 산불 재발화…이 시각 대피소 랭크뉴스 2025.03.29
45851 주유소 기름값 7주 연속 내렸다…휘발유 L당 ‘1669.8원’ 랭크뉴스 2025.03.29
45850 경찰, '헌재소장 살인예고' 극우 유튜버 압수수색‥휴대폰 포렌식 진행 랭크뉴스 2025.03.29
45849 부산대 의대 "미등록자 내달 5일부터 제적 절차 진행" 랭크뉴스 2025.03.29
45848 산불 인명피해 70명으로 늘어‥안동·의성 일부 재발화 랭크뉴스 2025.03.29
45847 생명보다 영업?…산불 속 캐디에 ‘후반 나가라’ 지시한 골프장 논란 랭크뉴스 2025.03.29
45846 산림청 “경북 안동·의성 일부 산불 재발화…진화 완료” 랭크뉴스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