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항소심 무죄 비판 국힘 정치인들의 과거
윤상현 의원도 공선법 1심 유죄→항소심 무죄
오세훈·홍준표, ‘명태균 허위발언’ 수사 받을 수도
윤상현 의원도 공선법 1심 유죄→항소심 무죄
오세훈·홍준표, ‘명태균 허위발언’ 수사 받을 수도
오세훈 서울시장, 명태균씨. 한겨레 자료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은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인 발언의 폭을 기존보다 넓혔다. 특히 이 대표 발언을 맥락과 무관하게 포 뜨듯 발라내어 기소한 검찰과 이를 ‘당선될 목적의 허위발언’이라고 본 1심 재판부 판단을 깼다는 점이 주목된다. 결과적으로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공직선거법 취지에 부합하는 판결인 셈이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오세훈 서울시장·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잇달아 법원을 비판하는 반응을 내놓았다. 오랜 시간 정치를 하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거나 기소됐던 전력이 있는 이들이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대선 주자가 선거에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정작 오 시장은 이 대표 덕에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될 뻔한 위기를 넘긴 적이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과 ‘파이시티 사업’ 관련 허위사실을 말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내곡동 땅 의혹은 ‘생태탕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은 2021년 10월 오 시장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오 시장이 2005년 6월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 측량을 마치고 생태탕을 먹으러 들렀다는 이른바 생태탕·페라가모 논란과 관련해 “‘측량 현장에 안 갔다’는 토론회 발언이 허위라 하더라도 ‘처가의 토지 보상에 관여했느냐’는 주된 의혹을 부인하는 차원이라면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로 보기 어렵다. 이는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와도 같다”고 밝혔다.
검찰이 오 시장 불기소 처분 근거로 거론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바로 ‘이재명 경기지사 무죄 판례’이다. 검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 과정 중에 한 발언을 허위사실공표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고, 검찰과 법원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불기소 처분은) 이런 판결 취지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 공판을 앞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이 대표 구속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비겁한 정치질” “사법정의 파괴 테러 행위”라며 1심 유죄 선고를 무죄로 뒤집은 항소심 재판부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에 이름을 올린 재판관은 흑역사의 주역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공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한 2020년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함바왕’ 유상봉씨에게서 도움을 받는 대가로 함바식당 운영권 수주에 도움을 준 혐의, 경쟁 후보였던 안상수 전 의원에 대한 허위 고소 공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됐다.
1심은 언론인 식사 제공 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식사를 약속한 시기가 선거가 끝난 이후’라는 이유 등으로 이마저도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일부 유죄 판단을 아예 무죄로 뒤집은 것이다. 2022년 12월 대법원은 항소심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무죄 확정 주심 대법관은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구속취소 등을 두고 국민의힘과 충돌했던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무죄를 정해놓고 논리를 만들었다”고 이 대표 사건 항소심 재판부를 비난했다. 그는 이재명 경기지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거론하며 “소극적인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기상천외한 이유로 파기환송을 받은 일이 있었다”고 썼다. 다만 홍 시장은 “그 정도로 후보 자격 박탈하기는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시장과 오세훈 시장은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검찰의 명태균 게이트 수사 결과에 따라, 두 사람에게는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던 ‘당선될 목적의 허위사실공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 시장은 “통화한 적 없다” “만난 적 없다”고 했다가 번복하고, 오 시장 역시 “2번 만난 게 전부”라고 했다가 발언을 수정하는 등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의 관계를 부정·축소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는 이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