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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의 한 마을에 불에 탄 집과 트럭이 방치돼 있다. 백경열 기자


26일 오전,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의 한 마을. 이 곳에서는 주택 10여채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불에 탄 채 방치돼 있었다. 지붕은 엿가락처럼 휘어졌고, 일부 주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집 마당에 있던 농기계와 트럭 등은 새카맣게 그을려 뼈대만 남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했다.

이날 전소돼 버린 고향집을 둘러보던 이팔석씨(62)는 “이 집에서 어머니께서 홀로 사셨는데 병세가 심해져서 지난해 7월쯤 포항에 있는 병원으로 옮겼다. 하마터면 화마에 희생될 뻔했다”며 “산불이 이렇게까지 번질 줄, 이런 재앙이 올 줄을 알았겠나”고 말했다.

경북 북부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이번 산불로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70~80대 노령층의 사망 사례가 대부분인 가운데, 일부 사망자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날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5일 오후 이 마을에서 희생된 80대 여성은 자신의 집 마당에서 숨졌다. 희생자는 그의 남편(88)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의성군에서 시작된 이번 산불은 강풍을 타고 확산하더니 전날 오후 6시쯤에는 이 마을 인근의 야트막한 산을 넘어 주택까지 밀려왔다.

26일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의 한 마을에 불에 탄 집과 농기계가 방치돼 있다. 백경열 기자


화마는 순식간에 들이닥쳤다. 이곳 주민들은 불과 1시간여 만에 다수의 주택으로 불씨가 옮겨붙었다고 입을 모았다.

노령층이 대부분인 이 마을 사람들은 대피를 서둘렀다. 당시 희생자의 남편도 다급한 마음에 아내와 함께 인근 초등학교로 몸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거동이 힘들었다.

희생자는 고령인 데다가 10여년 전부터 치매와 당뇨 등으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이들 부부와 가깝게 지내던 이웃 조순석씨(88)는 “희생된 이웃은 몸이 좋지 않았고 비쩍 말랐다”며 “불이 번질 때 남편이 아내를 두 팔로 안아서 마당까지 나왔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많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보니 그만 마당에 아내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가 인근 초등학교로 옮겨지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아내만 숨졌다”며 “남편은 손과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리는 등 화상을 입었지만 목숨을 건졌다. 부부 사이가 참 좋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조씨는 희생자의 80대 남편이 산불 당시 아내와 함께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내만 희생당하자 안타까움에 울부짖었다고 한다.

26일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의 한 주택이 불에 탄 채 방치돼 있다. 백경열 기자


취재진이 26일 찾은 부부의 집은 폐허가 돼 있었다. 집 마당에 설치된 수도꼭지에서는 수돗물이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청송군에서는 지금까지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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