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개 시민단체, MBN 비판 기자회견
8~15세 여아 참여 '언더피프틴' 논란
"미성년자 성상품화... 방송 철회해야"
8~15세 여아 참여 '언더피프틴' 논란
"미성년자 성상품화... 방송 철회해야"
128개 시민단체가 26일 서울 중구 MBN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더피프틴' 방송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아동 성 상품화 논란이 제기된 MBN의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 방송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여성 아동·청소년들을 상품화하고, 과도한 경쟁과 심리적 압박으로 아동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28개 시민사회단체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MBN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더피프틴’ 방송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공식적으로 폐지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또 프로그램을 제작한 크레아스튜디오 측에는 “이번 프로그램 기획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제작 홍보 행위를 전면 중단함과 동시에 방송 제작분을 완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MBN에서 31일부터 방송 예정인 '언더 피프틴'. 공식 영상 캡처
‘언더피프틴’은 전 세계 70개국의 8~15세 여성 아동·청소년 59명이 참가하는 걸그룹 육성 프로그램으로 31일 방송 예정이다. 최근 예고편과 참가자 프로필이 공개되면서 아동 성 상품화 비판이 일었다. 짙은 화장을 하고 신체가 노출된 의상을 입은 아동 프로필 사진에 바코드 이미지를 넣어 성적 소비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비판이 이어지자 MBN은 지난 21일 “프로그램 세부 내용은 물론 방영 여부 등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제작사는 여전히 방송을 희망하고 있다. 제작사인 크레아스튜디오 측은 25일 긴급 제작보고회를 열고 “어리다는 이유로 방치되는 15세 이하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프로필 사진 바코드는 학생증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이라며 “(아동 성 상품화는) 엄청난 오해”라고 해명했다.
'언더피프틴'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의 서혜진 대표(왼쪽)가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긴급 제작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제작사 측 해명에도 해당 방송을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김수정 민언련 공동대표는 “아이돌로 데뷔하고 싶은 어린아이들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제작 시스템 안에서 자신을 상품화해야 한다”며 “상업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미성년자를 상품화한 명백한 아동 학대이고 또 미성년자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지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아동을 경쟁시키는 이런 프로그램은 어린이·청소년들이 스스로 평가받는 것을 당연시하게 한다”며 “아동들에게 돌이키기 힘든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128개 시민단체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여성가족부는 여성 아동·청소년 대상 오디션·연예 콘텐츠 전반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고, 성적 대상화 및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128개 시민단체가 26일 서울 중구 MBN 사옥 앞에서 '언더피프틴' 방송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