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날 산불이 번진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에 있는 한 주택. 이곳에서 80대 여성이 불을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최종권 기자


“회오리바람 탄 불길 마을 덮쳐”
“마치 토네이도 같았어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온 불길이 순식간에 마을을 휩쓸었습니다.”
26일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에서 만난 이명식(80)씨는 전날 동네를 덮친 산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송강2리는 진보면 소재지에서 파천면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산골 마을이다. 이씨와 아내 이태경(75)씨는 산불 확산 당시 마을에서 가장 늦게 대피한 사람이다.

이씨는 “전날 오후 5시 10분쯤 마을 양쪽에 걸친 산이 노을이 진 것처럼 붉게 물들더니 10분쯤 있다가 주택 쪽으로 불길이 번졌다”며 “산불이 집 18채를 다 태우고 다른 산으로 넘어가는데 30분도 안 걸린 것 같다”고 기억했다.

이씨 부부는 자동차를 타고 이날 오후 5시 30분쯤 마을 밖으로 대피하려 했지만, 진입로가 불길에 막히면서 고립됐다고 한다. 이씨는 “마을 앞쪽 진입로로 나가려 했지만 이미 불길이 확산한 상태였고, 뒤편 소로도 불이 번진 상태였다”며 “마침 넓은 밭이 보여서 그곳에 차를 세우고 40~50분 동안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파천면 송강리에 사는 이명식(80)씨가 전날 산불 당시 아내와 피신했던 마을 뒤편 농지. 최종권 기자


탈 것 없는 들판 서 버텨
그는 “탈 것이 없는 들판이 그나마 안전하다고 생각해 움직이지 않고 차를 밭에 세웠다”며 “창문을 닫고 구조를 기다리던 중 진입로 한 곳에 불길이 잦아들어서 차를 타고 대피했다”고 말했다. 이씨 아내는 “불똥이 이리저리 튀고, 연기가 자욱해서 기다리는 내내 불안했었다”며 “조금만 늦었어도 불상사가 생겼을 것”이라고 안도했다.

이 마을에선 미처 대피하지 못한 8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군은 산불 상황에서 긴급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진보문화예술회관으로 대피한 숨진 여성의 남편은 “아내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왔으나, 그 순간 불똥이 튀면서 아내 몸에 불이 붙는 바람에 함께 대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산불 당시 진보면으로 대피 행렬이 몰리면서 마을은 아수라장 같았다고 한다. 주민 김모(79)씨는 “산불이 번질 당시 바람이 워낙 거세서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였다”며 “순식간에 불이 번졌기 때문에 누굴 도울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대피방송을 듣지 마자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마을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전날 산불이 번진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 마을. 최종권 기자


청송군 3명 사망…거동 불편한 노인
전날 산불로 청송군에선 지금까지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진보면 시양2리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청송읍 한 도로 외곽에서 60대 여성이 소사한 상태로 행인에게 발견됐다. 시양2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돌아가신 분은 혼자 거주하고 계셨고, 몸이 불편하신지 평소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으셨다”며 “대피방송을 듣고 주민 대부분 마을 밖으로 나갔지만, 숨진 분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779 경북 안동 일대 산불 재확산‥중앙선 남안동IC~서안동IC 차단 랭크뉴스 2025.03.29
45778 챗GPT '지브리 스타일' 폭발적 인기에 "서버 녹을 정도"...'저작권 침해' 우려도 랭크뉴스 2025.03.29
45777 "2개월 만에 24억 올랐네"…압구정 초고가 아파트 광풍[집슐랭] 랭크뉴스 2025.03.29
45776 산불 재확산...경북 안동서 재발화 랭크뉴스 2025.03.29
45775 "기부 취소·지역 변경"…"애도는커녕 춤과 노래" 랭크뉴스 2025.03.29
45774 공직만 56년, 오뚝이 총리의 마지막 행보 [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랭크뉴스 2025.03.29
45773 변수 대부분 정리된 尹탄핵심판…헌재, 평결 앞 고심하는 듯 랭크뉴스 2025.03.29
45772 간 기능 향상 돕는 '간의 채소' 부추로 만든 영양 만점 레시피 [쿠킹] 랭크뉴스 2025.03.29
45771 '파와하라'가 日신입사원 구했다…벚꽃 명당에 뜬 '29만원 직업' [세계한잔] 랭크뉴스 2025.03.29
45770 주불 진화 하루 만에…밤새 경북 안동IC 부근서 재발화 랭크뉴스 2025.03.29
45769 로봇이 떠난 뒤 깨달았다, 우리는 가족이었음을[오마주] 랭크뉴스 2025.03.29
45768 “기장님 없이 갈 수도 없고” 아시아나항공 여권 분실로 15시간 지연 랭크뉴스 2025.03.29
45767 [속보]안동지역 산불 재발화…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서안동IC 전면 차단 랭크뉴스 2025.03.29
45766 [르포]11m 막타워 오르니 아찔…극한 공포 이겨내고 거침없이 강하[이현호의 밀리터리!톡] 랭크뉴스 2025.03.29
45765 전한길 지원사격, 김어준 유튜브… 4·2 재보선 '尹 탄핵 찬반' 대결 랭크뉴스 2025.03.29
45764 민심 타들어 가는데 여야 여전히 산불 예비비 두고 '숫자 공방' 랭크뉴스 2025.03.29
45763 “지금 사도 안늦었나요?”...자고 일어나면 오른다 랭크뉴스 2025.03.29
45762 [속보] 안동서 산불 재발화…헬기 6대 투입, 진화 중 랭크뉴스 2025.03.29
45761 [속보] 경북 안동서 밤새 산불 재발화…당국 "헬기 투입해 진화 방침" 랭크뉴스 2025.03.29
45760 미얀마 7.7 강진에 144명 사망…태국에선 공사중 30층 건물 ‘와르르’ 랭크뉴스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