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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 산불이 엿새째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불길이 지리산 국립공원 코앞까지 접근했다. 하지만 화마(火魔)가 덮친 위치는 지형이 가파르고 고도가 높아, 진화 인력·장비 투입이 원활하지 않아 산림당국 비상이다.

지난 25일 오후 지리산과 인접한 경남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일대에 산불이 번져 산불진화 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리산 국립공원 200m 앞까지 ‘활활’
26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 경남 산청군 시천면의 구곡산(높이 961m) 기슭에서 타오른 불길이 인근 삼장면 지리산 국립공원 황금능선 부근으로 접근했다. 국립공원 경계로부터 직선으로 불과 200m 거리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경남(산청·하동·함양)과 전남(구례), 전북(남원) 등 3개 도에 걸친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1967년 지정)이다. 면적이 48만3022㎡로, 국내에서 가장 넓다.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 관계자는 “직원 약 30명이 등짐펌프와 갈퀴를 들고 방화선을 구축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구곡산 불길을 잡기 만만찮은 상황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형이 매우 경사지고 고도가 높아 사람이 접근하기도 어렵다”며 “고도가 높아 작은 헬기도 투입이 어려운 곳”이라고 했다. 이어 “경북 산불 상황 때문에 헬기 배치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25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일대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뉴스1


낙엽 속 ‘좀비 불씨’…공중·특수진화대 밤새 마을 지켜
실제 구곡산 불길은 지난 21일 발생한 산청 산불 초기부터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이곳을 제외한 산청 산불은 대부분 큰 불길이 잡혔다. 하지만 구곡산 불은 진화 헬기를 집중 투입해 물을 퍼부어도, 이후 바람과 함께 되살아나길 반복했다. 한 산림청 관계자가 “좀비다 좀비”라며 진저리를 쳤을 정도다.

산림당국은 완전 진화가 어려운 이유를 불씨가 30~40㎝ 높이 낙엽층 아래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헬기가 뿌린 물이 낙엽층 아래까지 스미지 않는단 얘기다. 게다가 가파른 경사 탓에 헬기에서 뿌린 물이 곧장 낙엽층 윗부분을 타고 흘러내리는 상황이다. 이런 불길이 전날(25일) 늦은 오후 급격히 확산, 인근 마을 등 민가로 접근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산불재난특수진화대 대원 104명이 밤새 3㎞ 길이의 방화선을 구축, 야간 진화 작업을 벌여 민가를 막았다.



하동·진주 번진 산불…인명피해 1명 더
좀비 불씨와 바람이 만나면서 산청 산불은 밤낮없는 사투에도 교착상태에 빠졌다. 불길은 하동과 진주로 확산하는 중이다. 하동 확산세가 커 현재 ‘산청·하동 산불’이라고 부른다. 3개 지역 대피인원도 계속 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산청 498명, 하동 1070명, 진주 164명 등 총 1732명이 인근 학교 등 20곳에 대피했다. 전날 1222명에서 510명 더 증가했다.

산불의 전체 진화율은 80%에 그쳤다. 전날 오후 6시 진화율 87%에서 7%p 떨어졌다. 산불 영향구역은 1685㏊로 밤새 70㏊ 더 증가했다. 전체 화선은 63㎞로 남은 불길은 12.5㎞다. 주택·공장·사찰 등 64곳이 불에 탔다. 인명 피해도 늘었다. 진화 작업 중 산비탈에서 넘어져 타박상을 입은 소방관 1명(경상)이 추가, 현재까지 산청 산불로 총 14명의 사상자(사망 4명·중상 5명·경상 4명)가 발생했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전 연무(연기와 안개)가 가시면서 헬기를 차례로 띄우는 중이다. 헬기 30대를 운용, 진화대 등 인력 1720명, 산불진화차 등 장비 222대를 투입, 불길이 센 하동 쪽 진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진주시 수곡면으로 번진 산불은 전날 주불이 잡힌 상태다. 하지만 경북 산불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실제 헬기 투입 댓수는 다소 유동적이라고 한다.

경남도 관계자는 “전남과 전북에 총 6대의 헬기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로, 현재 투입됐거나 투입하려는 중”라며 “불길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최대한 가용할 수 있는 인력과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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