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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영대학원, 지난 1월
혁신 사례로 'CJ올리브영' 선정

CJ그룹 계열사 가운데 세번째
CJ ENM·CJ제일제당 등도 HBR에 소개

CJ그룹, K-컬쳐(Culture) 이끈 주역
K콘텐츠, K푸드, K뷰티 등 주요 산업서 큰 성과
[스페셜 리포트: K컬처 30주년, 전세계가 주목하는 CJ]

사진=CJ올리브영

작년 3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팀이 한국을 찾았다.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 결과를 기억하는 이들은 몇 없다. ‘다저스의 방한’으로 사람들이 떠올리는 장면은 따로 있다. 10여 명의 선수단 아내들이 올리브영 매장 앞에서 초록색 올리브영 종이가방을 들고 활짝 웃는 모습이다.

이 사진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해진 후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초청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들은 자발적으로 쇼핑 장소로 올리브영 매장을 택했다. 올리브영에서 편의를 봐준 건 하나도 없었다. 이들은 직접 ‘올리브영’을 검색해 찾아왔다. 사고 싶은 제품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구매를 결정했다. 제임스 아웃맨의 아내 다샤 아웃맨은 ‘한국의 스킨케어는 최고다(Korean skincare is the best!)’라고 표현하며 쇼핑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개최한 미국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로 ‘올리브영 쇼핑’을 꼽았다. 심지어 ‘과소비’를 했다고 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젠지(Z세대) 아이콘으로 꼽히는 로드리고가 직접 올리브영을 언급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인기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리브영은 이제 외국인의 필수 관광 코스다. 올리브영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1일(오픈일)부터 올 2월 28일까지 올리브영N 성수를 찾은 누적 방문객 수는 80만 명을 돌파했다. 명동과 강남 일대의 올리브영도 외국인으로 가득하다.

올리브영의 인기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K콘텐츠의 힘이, K팝의 영향력이 뷰티와 패션 등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가면서 또 다른 ‘K-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모든 게 합쳐진 결과물이 ‘소프트파워’다.

소프트파워는 국격과 직결된다. 문화의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지만 한 나라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에 미치는 힘은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 이상이다. 문화가 반도체와 함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정받는 까닭이다.

모두가 소프트파워를 가지고 싶어하지만 ‘패권국’은 극소수다. 소프트파워는 오랜 기간 강대국 지위를 유지해온 국가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수십 년간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미국 오스카상 시상식을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것은 여전히 미국이 강력한 문화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화 산업에서 오랜 기간 ‘을’로 지내온 한국이 강국으로 올라선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전 세계가 한국의 문화를 동경하고 모방하고 있다. 콘텐츠를 넘어 푸드와 뷰티 시장까지도 한국의 무대다. 전 세계의 모든 대중문화는 ‘K마크’가 이끈다.

이재현 회장은 30년 전 제조업만이 살길이라는 분위기에서도 문화의 미래를 봤다. 무모하다는 비판에도 포기하지 않고 투자를 이어왔다. “이제는 문화야. 그게 우리의 미래야”라고 강조한 이재현 회장의 뚝심은 대한민국 ‘문화 강국’의 기초를 닦았다.
다저스 선수단 아내들의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 콘텐츠·푸드 이어 이번에는 K뷰티’CJ그룹이 또다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선택을 받았다.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혁신 사례로 소개됐다. HBR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발간하는 경영 매거진으로 리더십 및 조직 문화에 대한 통찰력과 기업의 모범 사례 등을 제공한다.

CJ는 이번 올리브영 사례로 3개의 계열사가 HBR에 소개되는 기록을 남겼다. 2015년과 2017년에 CJ ENM에 대한 내용이 소개됐고 지난해에는 CJ제일제당의 이야기가 담겼다. CJ그룹의 사례는 K콘텐츠, K푸드, K뷰티로 모두 문화(Culture)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갖고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웨이브(한류)’를 선도한 대표 기업으로서 CJ그룹의 역할과 위상을 인정한 셈이다.

HBR은 올리브영을 혁신 사례로 선정한 이유로 △뷰티 트렌드 선도 △유통 환경 변화 선도 △인디 브랜드 성공 지원 △수출 판로 역할 앞장 등을 꼽았다.

특히 HBR은 올리브영이 뷰티 혁신을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뷰티 트렌드를 선도한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는지를 조명했다. 특히 올리브영이 중소 기업들의 수출 판로가 됐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HBR은 “올리브영은 국내외 인기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했고 2019년 5월에는 글로벌 온라인몰을 출시해 미국, 멕시코,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약 150개국의 고객에게 한국 제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판로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0년 올리브영 글로벌몰 매출의 70%가 미국 시장에서 발생하며 한국 대표 K뷰티 제품 수출업체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올리브영 글로벌몰은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접속할 수 있는 역(逆)직구몰이다. 최신 K뷰티 상품 외에도 K푸드, 웰니스, K팝 앨범 등 1만 종 이상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PC와 앱을 통한 쉬운 접속, 집 앞 배송 등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지난해 12월 기준 글로벌몰 누적 회원 수는 246만 명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수출의 주요 채널로 인정했다.

그래픽=송영 디자이너

올리브영은 ‘점포’에 대한 고객들의 선입견도 바꾸었다. 이전까지 화장품 매장은 ‘구매’에 목적이 있는 이들만 방문하는 곳이었다면 올리브영은 다양한 화장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그 개념을 변화시켰다.

‘발견형 쇼핑(Discovery shopping)’의 시작이다. 올리브영 매장에서는 직원이 따라다니지 않는다. 이전까지는 없던 개념이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가면 직원이 “찾으시는 제품 있나요”라고 묻는 게 당연했다. 이후 직원이 고객 바로 옆에서 제품을 추천해주고 구매를 유도했다.

올리브영은 고객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직접 무언가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 이상의 기쁨을 준다고 봤기 때문이다.

HBR은 올리브영을 ‘놀이터’에 비유했다. 매체는 “올리브영 매장은 단순 구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에너지와 다채로움으로 가득한 몰입감 있는 뷰티 놀이터”라며 “매대에는 1만 개에 달하는 뷰티와 헬스 제품들이 진열돼 있고 베스트셀러와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들이 눈에 잘 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은 매장 내 비치된 수전 매대에서 클렌저와 로션을 테스트해 보고 헤어 스타일링 바에서 헤어 드라이어와 고데기등 다양한 스타일링 기기까지 체험해 볼 수 있다”며 “서울의 대표 쇼핑 관광지 명동에 위치한 올리브영 플래그십 스토어는 일평균 약 5000건의 구매가 이루어지며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최고의 뷰티 제품 경험을 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또 올리브영은 인디 브랜드의 성공을 지원하는 데 공헌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이 갖고 있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개돼 온 시장에 올리브영이 등장하면서 중소 브랜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 수는 2013년 3884개에서 2023년 3만2000개로 늘어났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MD가 기획 단계부터 직접적으로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수의 인디 브랜드는 연구개발, 마케팅, 제품 개발 등의 분야에서 올리브영 MD의 도움을 받는다. 이런 협업이 우리를 차별화시킨다”고 설명했다.
과거 올리브영. (사진=CJ그룹)
◆ 올리브영 온리원 철학’의 결과물올리브영은 1999년 CJ그룹의 자회사인 CJ제일제당에 헬스&뷰티 컨비니언스(HBC) 사업부로 시작했다. 이재현 회장은 한국 소비자 맞춤형 헬스&뷰티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고 ‘HBC 사업’을 신사업으로 택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 잡은 올리브영 1호점은 ‘건강=약국’, ‘미용=화장품 가게’, ‘생활용품=슈퍼’라는 공식을 파괴한 첫 매장이었다. 국내 최초로 H&B 시장을 제시하며 ‘건강한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국내에 없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업 초기 올리브영은 약국 형태로 구상됐으나 의약품 규제의 영향으로 전략을 조정해야 했다. 또 2000년대 원브랜드 로드숍이 인기를 얻을 때에는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대기업이 자사가 직접 운영하는 리테일 채널을 키우기 위해 올리브영 입점을 철수한 적도 있었다.

올리브영은 위기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온리원’ 정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략을 짜기로 결정했다. 온리원 철학은 이재현 회장이 1995년 내세운 CJ그룹의 핵심 경영철학으로 ‘최초, 최고,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최적의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리브영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가 무엇인지에 집중했다. 의약품 규제에 부딪치자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 등을 중심으로 매장을 재디자인했다. 원브랜드 매장에 밀릴 때에는 2030 여성을 타깃 고객으로 설정하고 브랜드를 다양화하는 ‘정반대 전략’을 채택했다. 세상에 없던 형태라도 고객이 편리함을 느끼면 언젠가 빛을 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결과 올리브영은 2010년대 들어 바뀐 뷰티 트렌드의 수혜를 단독으로 누렸다. 당시 여러 브랜드를 비교한 뒤 구매하는 방식이 유행하자 소비자들은 한곳에서 여러 가지 화장품을 살 수 있는 매장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올리브영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50여 개에 불과하던 매장 수는 급격히 늘었다. 2008년 매장 수 57개에서 2011년에는 100호점을 오픈, 2017년에 1000호점을 돌파했다. 1999년 올리브영 1호점이 세상에 나온 이후 100호점을 열기까지 12년이 걸렸지만 1000호점 오픈은 6년 만인 2017년에 달성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371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매출은 국내 최초의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3조8851억원인 반면 올리브영은 4조79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2.7%다.

이재현 회장은 올리브영의 성공에 대해 “올리브영은 트렌드와 환경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하고 도전해 현재의 성과를 냈다”며 “위기에 대비해 온리원 성과를 만든 사례”라고 언급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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