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계선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에서 유일하게 파면 의견을 냈던 정계선 헌법재판관 자택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등이 사퇴 촉구 시위를 벌였다. 헌법재판관을 직접 압박하는 집회는 사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오후 6시쯤 윤 대통령 지지자 수십 명은 서울 강남 소재 정 재판관 집 앞에서 집회를 했다. 이들은 1인 시위를 주장하며 거리를 두고 “탄핵 무효” “정계선 사퇴해라” 등 구호를 외쳤다. 1인 집회는 경찰 신고 없이도 진행할 수 있다.

이날 오전 10시 헌법재판소는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관 8명 중 인용 입장을 낸 건 정 재판관이 유일했다. 이후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온라인에선 정 재판관의 주소가 ‘파묘’ 됐다. 파묘는 개인정보나 이력 등을 찾아내 공유하고 나아가 가짜 뉴스와 음모론을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미국 정치 갤러리 등에는 26일 18시부터 정 재판관 집 앞에서 진행하는 집회에 참석을 독려하는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한 보수 유튜버는 라이브 방송을 켜고 정 재판관 집 앞에 찾아가 붉은색 경광봉과 태극기를 흔들었다. 그는 “인용수괴 정계선” 등을 외치기도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주택가라 소리를 지르면 민원이 많이 들어올 수 있다”고 주의를 줬지만 소용없었다.

주민들은 당황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정 재판관 집 바로 앞 건물 관리인은 “정 재판관이 여기 사는지도 몰랐다”며 “우리 건물 화장실이 공용 화장실이 돼서 청소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재판관이 거주하는 건물 관리인 최모(83)씨는 “오래 가지만 않으면 좋겠다”며 “주변이 학원가라 아이들도 많이 다니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26일에도 또 집회를 연다고 예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특별한 대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보행 도로가 좁고 분리대 사이 간격도 넓어 사람이 몰리면 폴리스라인 등으로 통제할 예정”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메신저 등에선 정 재판관에 대한 인신공격과 음모론도 거세다. 디시인사이드(디시)와 텔레그램 채널 등에선 정 재판관의 이름을 이용한 합성어를 부르며 조롱하거나, 정 재판관이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는 사실과 엮어 ‘간첩’ ‘빨갱이’라고 칭하는 글이 공유됐다.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앞두고 재판관들이 착석한 모습. 김종호 기자

탄핵 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미뤄지면서 재판관에 대한 공격성 집회 및 온라인 글도 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탄핵 찬·반을 가리지 않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보수로 분류되는 정형식 재판관을 “파시스트” “쫄보”등으로 칭하는 글이 올라왔다. 앞서 지난 1월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대행 역시 자택 주소가 공개되면서 2개월간 매일 사퇴 촉구 시위를 겪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재판관을 압박하는 집회 등은 사법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이같은 행동은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한다”며 “1인 시위를 주장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다중이 위력으로 위협을 가한다면 협박죄가 성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호암의 신민영 변호사도 “표현에 따라 모욕죄,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410 트럼프 최측근 머스크에 찍힐라…기업들 엑스에 광고 재개 랭크뉴스 2025.03.30
46409 “유효 기간? 영구적”…트럼프, 관세 드라이브 ‘더 크게’ 건다 랭크뉴스 2025.03.30
46408 文 "계엄 내란 광기 원형 찾을 수 있어"…제주 4·3 관련 책 추천 랭크뉴스 2025.03.30
46407 천주교 시국선언 "군경으로 국회 장악, 단죄 식별 그렇게 어렵나" 랭크뉴스 2025.03.30
46406 하루종일 ‘진화율 99%’…힘겨웠던 주불 진화 선언 랭크뉴스 2025.03.30
46405 “민주당 해산” “내각 줄탄핵” 헌재 바라보다 격해진 여야 랭크뉴스 2025.03.30
46404 부산대 의대생 600명 전원 복귀 결정…전산망 열어 신청 접수 랭크뉴스 2025.03.30
46403 기후변화에 '괴물 산불' 예상해 대책 세웠지만...속절없이 당했다 랭크뉴스 2025.03.30
46402 이재용은 시진핑·정의선은 트럼프… 국가 대신 뛰는 총수들 랭크뉴스 2025.03.30
46401 꿀벌이 美과일 75% 맺어주는데…올겨울 원인모를 떼죽음에 비상 랭크뉴스 2025.03.30
46400 “헌재는 윤석열을 파면하라” 탄원 서명…9시간 만에 20만명 동참 랭크뉴스 2025.03.30
46399 산불 대응에 ‘10조 추경’ 물꼬 튼 정부…“4월 중 통과 요청” 랭크뉴스 2025.03.30
46398 신정아 "尹 무서워 오줌쌌다"…반윤 검사가 밝힌 '조사실 진실' 랭크뉴스 2025.03.30
46397 ‘왕의 귀환’ 지드래곤 8년 만의 콘서트···73분 지연은 오점 랭크뉴스 2025.03.30
46396 홈플러스, 회생법원에 ‘임원 사흘치 급여’ 지급 허가 신청 랭크뉴스 2025.03.30
46395 “원자폭탄 334개 위력”…미얀마 강진 나흘째, 사망자 1600명 넘어 랭크뉴스 2025.03.30
46394 정산 계획 내놓지 못한 발란…결제서비스까지 전면 중단 ‘잠정 폐업’ 랭크뉴스 2025.03.30
46393 고령 고객 개인정보로 대출 받은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 송치 랭크뉴스 2025.03.30
46392 고려대·충남대·부산대 의대생도 전원 등록…복귀 '대세'로 랭크뉴스 2025.03.30
46391 삼전 주주만 516만 명인데…전자주총땐 발언·의결권 행사 현실적 불가 랭크뉴스 202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