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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심판이 기각된 지 이튿날인 25일 더불어민주당에선 “헌법재판소가 한 대행 결정문에 윤 대통령 파면 힌트를 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정문 중 ‘적극적’ ‘증거’ 같은 단어를 미적분하듯 분석하며 “계엄이 위헌·위법이라는 사실이 전제됐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적극적’ 글자로…野 “尹 파면 힌트”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한 대행 선고문에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부분을 읽을 수 있는 논리적인 내용이 하나가 들어간다”며 결정문 일부를 언급했다. 헌재가 한 대행 소추 사유인 ‘12·3 계엄 선포 묵인·방조’를 기각하며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쓴 문장이다.

한 대행 사건에서 계엄 적법성 판단까지 했을 경우 ‘12·3 계엄 선포’가 핵심 소추 사유인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도 추론할 수 있었는데, 헌재는 한 대행의 개입 여부만 따지고 그 너머는 판단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한 예단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판단을 유보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그런데 박 원내수석은 결정문 중 ‘적극적’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의미 있는 내용”이라고 해석했다. “맥락을 잘 읽어보면 한 대행이 계엄의 정당화를 위해 아무런 적극적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이 얘기는 계엄에 적극적 행위를 했다고 하면 파면 사유가 됐다는 것으로 해석이 될 수 있다. 계엄은 위헌·위법이고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의 논리적 전개로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야권 성향 변호사는 “계엄을 합법이라고 생각했다면 한 대행의 묵인·방조 역시 문제 될 것이 없어 헌재가 적극적 행위 여부를 판단할 필요도 없다”며 “그런데도 굳이 적극적이란 단어를 넣은 것으로 봤을 때 계엄이 위헌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각하 의견으로 판단 자체를 안 한 조한창·정형식 재판관을 빼더라도 최소 6명은 계엄이 위헌이라고 본 셈”이라고 덧붙였다.

‘증거’라는 두 글자 단어가 윤 대통령 파면 근거라고 주장한 의원도 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재판부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힌트를 주지 않기 위해 상당히 고심했다”면서도 “한 대행 결정문에 힌트가 약간 있다”고 주장했다. 결정문을 보면 “한 대행이 한 행위는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고 이는 계엄 자체에 대한 불법성을 전제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CBS라디오 사회자는 “지금 다 ‘윤 대통령 선고 힌트를 못 얻었네’ 이러고 있는데 박 의원은 힌트가 있다고 보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헌재가 ‘불법 행위를 한 것을 증거를 못 잡았다’고 했다. 계엄이 불법이라는 전제를 하지 않았다면 ‘이게 불법이다, 위헌이다’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단어 하나로 尹 결과 추측하는 것은 관심법”
법조계에선 그러나 “단어 하나하나로 유추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도 나온다. 헌재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대행 소추 사유가 계엄 선포 묵인·방조였으니 당연히 그 행위 여부 판단이 결정문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행위 여부를 판단했으니 계엄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법적 해석이 아닌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재는 한 대행의 소추 사유인 ‘묵인·방조’라는 행위가 있었는지만 판단했을 뿐”이라며 “이를 넘어서 글자 몇 개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관심법”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대행 결정문으로 윤 대통령 결과를 유추할 수 없다는 대다수 법률가의 의견이 합리적”이라며 “파면만 생각하다 보니 억지 해석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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