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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요구안 대부분 수용됐지만 휴학 지속
복귀 위해 “내년 신입생 뽑지 말자” 주장도
“24·25학번 순차 교육 vs 수험생 기회 박탈”

경기도 내의 한 의대 도서관에 전공서적과 가운, 청진기가 놓여져 있다. 대규모 제적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의대생들은 복귀 조건 조차 아직 내걸지 않고 있다./뉴스1


의대 휴학생들의 복학 신청을 마감한 대학들이 미복귀 학생들에 제적 예고 통지서를 발송했다. 아직 복귀 신청이 끝나지 않은 대학들도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의대생 제적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정부나 대학, 심지어 당사자인 의대생들도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잘 모르고 있다.

25일 조선비즈가 만난 22학번, 23학번 미복귀 의대생들은 복학 조건으로 제각기 다른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의대생 단체가 이렇다 할 복귀 조건도 제시하지 않아 각자 이유를 단 것이다. 예과 1년을 마치고 지난해 휴학한 23학번 의대생은 “솔직히 무엇을 위해 휴학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마치 유령과 싸우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핵심 요구는 정부가 수용…그래도 “정부 불신”
의대 교육과정은 예과 2년·본과 4년 등 총 6년이다. 예과와 본과 모두 휴학생이 대거 나왔다. 복학하지 않겠다는 의대생들은 미복귀 사유로 정부를 못 믿겠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서울의 한 의대 교정에서 만난 본과 1학년 학생은 “정부는 우리가 복귀하면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으로 돌리겠다고 하지만, 사실은 정원은 4567명으로 두되 모집 인원만 조절하겠다는 것”이라며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도 정부가 입맛대로 추진하는데, 내년 이후 의대 정원을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은 24학년도와 같이 3058명으로 조정한다”며 “다만 3월 말까지 전원 복귀라는 조건이 따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모집 인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의대생이 전원 복귀하더라도 의대 정원은 증원을 반영한 4567명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학생은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원 자체를 다시 증원 전으로 되돌려야 학생들의 마음이 돌아설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근거인 ‘필수의료 패키지’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예과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다는 의대생은 “필수의료 패키지가 시행되면 개원 면허제로 개원이 어려워지고, 대학병원에 남은 의사들은 처우가 나빠져도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없다”며 “의료사고 보상 강화 방안도 결국은 의사들이 소송에서 더 불리하게 짜여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개원 면허제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당초 개원 면허제 도입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면허 체계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크게 보아 의대생들의 핵심 요구 사항이 이미 정부 정책에 반영돼 있는 셈이다.

일러스트=염현아

의대협 8대 요구안 두고 의정 입장차
지난해 3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발표한 8대 요구사항도 마찬가지다. 의대협은 의대생들의 복귀를 전제로 정부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정책의 전면 폐지, 의·정 합의체 설치, 수련 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1년 가까이 지나면서 의대생들의 요구가 상당수 정부 정책에 반영됐다. 그럼에도 의대생들은 여전히 8대 요구사항 외에는 별다른 요구 조건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대생들은 정책에 대한 관점과 해석의 차이로 기존 요구 사항이 아직도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8대 요구사항 중 의·정 합의체 구성은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 구성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의대생이나 의사 단체는 추계위에 의료계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수가 체계 개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의 내용도 지난해 발표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이미 반영됐으나 세부 내용을 두고 의정 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대생들도 휴학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23학번이라는 한 의대생은 “선배들도 우리가 왜 휴학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만 강조하고 있다”며 “복학을 하고 싶지만, 선배들 눈 밖에 날까 봐 이번에도 복귀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휴학생 복귀 위해 내년 의대 정원 ‘0명’ 주장도
이런 가운데 의대생과 의사 단체 대표들이 내년 의대 신입생 모집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해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휴학생들이 복귀할 때 정상 교육을 받기 위해 내년 의대 진학에 도전하는 수험생의 기회를 뺏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휴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면 올해는 24·25학번이 같이 신입생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선우 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월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4, 25학번의 동시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순차 교육·진급을 해야 한다”며 “2026학년도에는 신입생을 뽑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도 지난 8일 열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월례 정기회의에서 같은 이유로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을 선발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는 이들은 개인 의견일 뿐 의사나 의대생 전체의 의견은 아니라고 본다. 의협은 “이런 의견도 있다는 것을 전달하려는 것일 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의대생들도 의대협 대표의 말이 이해되는 되지만 실현은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했다.

한 의대 본과 1학년 학생은 “의대협 비대위원장이 왜 이렇게 주장했는지 이해는 되지만, 정부가 절대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비대위원장의 개인적인 의견이었을 뿐 이 생각에 동의하는 의대생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극단적인 의견이 나온 것은 이전에도 의료계와 정부가 협의해서 결정된 사항들이 몇 년 뒤 슬그머니 달라지는 일들이 반복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배 의사들은 미복귀 의대생들에게 복학을 독려했다. 강석훈 강원대 의대 교수는 지난 24일 열린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포럼에서 “투쟁은 교수가 할 테니, 학생들은 이제 돌아와 실리를 챙길 때”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 학장단도 25일 의대생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학생들의 학업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용기를 내 부디 복귀해 주기를 간절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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