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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대명초교 사거리 근처 도로 한복판에서 24일 발생한 지름과 깊이 각 20m 싱크홀(땅꺼짐)에 매몰됐던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33)씨가 25일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사고가 난 지 약 18시간 만인 이날 낮 12시36분 박씨를 수습했다. 박씨는 싱크홀 내에서 헬멧을 쓰고 바이크 장화를 착용한 상태로 발견됐다.

박씨의 30년 지기인 김모(33)씨에 따르면 박씨는 2018년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뒤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했다. 광고업에 종사했던 그는 낮에는 프리랜서 직원으로 회사에 다니고, 퇴근 뒤 배달일을 부업으로 했다. 김씨는 “(박씨가) 일주일 내내 일만 해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며 “사는 게 바쁘다고 연락을 자주 못 하고 산 게 그저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박씨의 직장 동료 A씨는 “오후 5시에 회사에서 퇴근하고 오전 2시까지 라이더 일을 한 뒤 다시 아침에 회사에 출근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며 안타까워했다. 강동구에 마련된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은 “받은 것밖에 없는데…우리 애기 어떡해”라며 오열했다.

박경민 기자
싱크홀은 전날 오후 6시29분쯤 갑자기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 1명도 부상을 당했다. 소방은 싱크홀이 더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25일 오전 10시40분부터 인근 주유소 지하 기름탱크에서 기름을 모두 빼내는 작업을 병행했다.

이번 싱크홀은 지난해 8월 장마철에 발생한 연희동 싱크홀과 달리 초봄에 발생했다. 지반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집중호우와 폭염이 없었던 만큼 계절적 요인보다는 상·하수도나 가스, 통신 등 지하 매설물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 교수는 “이번 사건은 2014년 석촌호수 싱크홀 사건과 상당히 닮았다”고 짚었다. 그는 “인근에서 지하철 공사가 진행됐다는 점, 토양이 단단한 암반이 아닌 가는 모래가 쌓인 충적층으로 이뤄졌다는 점 등이 유사하다”며 “당시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으로 공사 현장에서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싱크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소방 당국은 싱크홀 중심부가 지하철 공사장 입구에서 약 80m 떨어진 곳에 있다고 밝혔다. 지하철 공사장 관리 책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사 과정 중 (땅꺼짐) 조짐이 있었는지와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며 “(사건 수습 후)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이재혁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지하철 공사와의 연관성을 배제하지 않고 고려하고 있다”며 “정밀조사를 통해 원인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4년 잠실 석촌호수 지하차도 싱크홀 사고를 계기로 2016년 지하안전법을 만들어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5년마다 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반 침하 사고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싱크홀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2023년 발생한 싱크홀 사고는 총 957건으로, 이틀에 한 번꼴이다. 전문가들은 사고를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예방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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