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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20m 강풍에 진화율 역주행
진화대원들 불안·피로감 호소
울주 아파트 코앞 불길 ‘일촉즉발’
경북 의성 산불이 번지면서 안동과 청송 전역에 대피 명령이 떨어진 25일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로 법무부 호송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교정당국은 3500여명의 수용자를 이감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 산불이 번지면서 안동시 전역에 대피 명령이 떨어진 25일, 안동시 길안면은 모든 주민이 대피해 텅 비어 있었다. 세차게 부는 바람에는 재가 가득해 숨쉬기 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안동 중심부 주민들은 공기가 메케해지고 주변에 연기가 보이는 데다 대피 문자까지 오자 그야말로 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하던 일을 접고 너도나도 가족 등에게 전화를 물어 안부를 물었다. 한 주민은 “시야가 선명하지 않아 앞이 주황색, 노란색으로 보이고 공기도 상당히 메케하다”며 “불이 하천 위로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고 토로했다. 길안면에 집이 있다고 한 주민은 “어제까지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우리 지역 전체가 불에 다 탔다.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초토화됐다”고 한탄했다.

이날 안동과 청송 전역에 대피령이 발표되면서 교정당국은 경북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 수용자를 이감했다. 안동시 풍산읍에 있는 안동교도소 수용자 800여명,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 있는 경북북부교정시설 4개기관 수용자 2700여명 등 총 3500여명이다. 법무부는 이들을 버스에 나눠 태워 대구지방교정청 산하 교정기관으로 이송했다.

산림당국은 의성 산불 주불 진화를 위해 나흘째 대대적인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진화율은 오히려 역주행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기준 71%를 기록한 진화율은 이후 이날 오전 9시까지 60%, 55%%, 54% 순으로 계속 떨어지다가 오후 3시 기준 62%로 조금 올랐다. 이날 산불 현장에서는 오후들어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20m인 강풍이 불어닥쳤다. 또 낮 최고기온도 초여름 날씨인 26도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연기까지 짙어 진화에 나서지 못하다 오전 10시쯤에서야 진화를 시작했다.

대형산불이 잡히지 않으면서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과 진화대원들도 피로감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경남 산청 시천면에서 작업 중인 한 진화대원은 “밤낮으로 진화하느라 피로감이 큰데다 동료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불안감도 든다”며 “아무리 꺼도 바람이 불길을 다시 키워버리니 비 내리기만을 바라야 하나”라고 말끝을 흐렸다.

경남도 관계자는 “해발 900m가 넘는 고산지대에 쓰러진 나무가 많아 헬기로 물을 뿌려도 불씨가 남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고산지대는 강풍이 불면 다시 불이 살아나 확산한다. 지형 탓에 접근이 쉽지 않아 불씨가 민가로 날리는 것을 방지하는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불 불기둥으로 인해 상승한 불똥이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비화(飛火)’ 현상도 커지면서 산림 당국이 진화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비화는 수십m나 수백m를 날아가 다른 곳에서 새로운 불을 만들곤 한다.

울산 울주 산불 현장에서도 평균 초속 3m, 최대 초속 9m의 바람이 불면서 진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강풍은 오후 3시엔 초속 7∼16m 정도까지 거세졌다.

울주 산불이 더욱 거세지면서 이날 오후 한때 불길이 총 28개 동 1715가구 대단지 아파트와 불과 몇십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주민들이 불길 접근에 대비해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는 등 초기 대응에 나섰을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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