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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요르단 대표팀 경기 후반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쯤 되면 ‘고양 굴욕’에 이은 ‘수원 굴욕’이다. 오만에 이어 요르단과도 비겼다. 북중미월드컵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최대 위기를 맞이한 홍명보(56)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전술 시험대에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8차전에서 요르단과 1-1로 비겼다. 전반 5분 이재성(33·마인츠)의 선제골을 못 지키고 전반 30분 마흐무드 알마르디에 동점골을 내줬다.

한국은 4승4무(승점 16)로 불안한 조 선두를 유지했으나 본선행 조기 확정에 실패했다. 2위 요르단(3승4무1패·승점13)과 승점 3점 차의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각 조 2위까지 나가는 월드컵 본선 직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3위 이라크(승점12)는 26일 새벽 팔레스타인과 맞붙는다. 한국은 6월5일 이라크와 원정 9차전, 6월10일 쿠웨이트와 홈 10차전, 단 2경기만 남겨뒀다. 조 3, 4위는 4차 예선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은 3차예선에서 최근 3경기 연속 1-1 무승부에 그쳤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지난 20일 고양에서 80위 오만전 무승부에 이어 64위 요르단과도 비겼다. 지난해 11월 101위 팔레스타인과도 못 이겼다. 아시아의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

25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요르단 대표팀 경기 전반전에서 이재성 선수가 골을 넣은 뒤 손흥민 선수와 기뻐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홍 감독은 이날 손흥민(33·토트넘)을 최전방 원톱에 세우는 ‘손 톱(Son top)’을 꺼내 들었다. 133번째 A매치에 나선 손흥민은 이운재와 함께 한국 A매치 역대 최다출전 공동 3위에 올랐다.

전반 2분 왼쪽 코너킥을 차러 가던 손흥민이 두 팔을 번쩍 들어 홈 팬들의 함성을 적극 유도했다. 전광판을 통해 측정 된 4만1532명 만원관중의 소음은 최고 105데시벨(㏈). 록밴드의 라이브 공연(110㏈)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손흥민이 활처럼 휘는 예리한 오른발 코너킥을 올렸다. 문전에서 선수들 사이의 빈 공간으로 들어간 이재성(33·마인츠)이 왼발로 차 넣었다. 이재성의 요르단전 2경기 연속골.

손흥민은 선수들을 둥글게 모아 놓고 뭔가 말했다. ‘한 골로 안심하기 이르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려대로였다. 전반 30분 야잔 알나이마트가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 내준 공을 무사 알타마리가 중거리슛을 때렸다. 골키퍼 조현우(울산)가 쳐낸 공을 잡은 알마르디가 연결한 터닝슛이 권경원(코르파칸) 맞고 굴절돼 들어갔다. 지난해 아시안컵 4강(0-2패) 때처럼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가 또 센터서클 부근에서 공을 빼앗기는 치명적 실수로 빌미를 제공했다.

25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요르단 대표팀 경기 전반전에서 조유민 선수가 헤딩슛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빠진 중앙 수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공백을 절감했다. 홍 감독은 요르단의 역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특정 선수에만 의존하는 ‘해줘 축구’ 비판에서 벗어날 기회였지만 홍 감독은 전술적 유연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 낙마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 본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대신 이동경(김천)을 비밀병기로 넣었지만 효과를 못 봤다. 발등 타박 부상에서 갓 회복한 황인범(페예노르트)까지 투입한 건 결과적으로 모험수가 아닌 무리수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양민혁(19·QPR)을 넣었는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교체카드였다. 전날 홍 감독은 밀집수비를 깰 비책이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오현규(헹크)를 후반 막판 넣어 투톱을 가동했지만 FC서울 수비수 야잔 알아랍을 뚫지 못했다.

25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요르단 대표팀 경기 전반전에서 요르단이 한골을 넣은 뒤 세레머니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한국은 3차예선 조추첨에서 일본과 호주, 사우디아라비아를 피해 ‘꿀 조’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8경기 중 4무승부에 그쳤다. 그것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홈에서 3무다.

한국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이날 ‘1986 시작된 꿈, 11th KOREA, 2026 가보자고’라는 대형카드섹션으로 응원을 펼쳤다. 1986년 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한 한국의 11회 연속 본선행을 염원하는 문구였다. 그러나 이날 강풍 속에서 공들여 준비한 카드섹션이 민망할 정도의 졸전이었다.
붉은악마가 월드컵 11회 연속 진출 염원을 담은 카드섹션을 하고 있다. [뉴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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