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트랙터 행진 불허하자
화물 트럭에 나눠 싣고 집결
화물 트럭에 나눠 싣고 집결
트랙터를 실은 전국농민회총연맹의 대형 화물트럭들이 25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 인근에서 이동하던 중 경찰의 제지로 멈춰 서 있다. 권현구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25일 ‘꼼수 트랙터 시위’를 강행하면서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 일대에 한동안 긴장감이 고조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측 사람들이 서로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도 벌어졌다.
전농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남태령고개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 12월 21일 같은 장소에서 트랙터 시위를 벌인 지 94일 만이다. 이들은 당초 트랙터 20대와 1t 트럭 50대를 동원해 남태령에서 서울 종로구 광화문까지 행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트랙터 사용을 불허하자 대형 화물트럭 30여대에 트랙터를 싣는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했다. 트랙터가 화물차에 실린 경우 제재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경고나 계도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집회에서 “농민들은 3월부터 바빠진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윤석열 파면부터 해야 한다”며 “정치 농사를 못 지으면 아무리 농민이 농사를 잘 지어도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농 측은 또 경찰 제지로 진입하지 못한 트랙터 80여대에 대한 진입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농과 경찰은 집회 시작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트럭 행렬이 남태령고개 인근 과천대로 3개 차로를 점거하자 경찰은 이를 1개 차로로 줄이려 했다. 그러자 전농 측은 “정당하게 신고된 집회를 왜 막느냐”며 “경찰이야말로 인도로 비켜서라”고 항의했다.
현장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보수 유튜버 등 70여명도 집결해 태극기를 흔들며 트랙터 행진을 막으려 했다. 일부 유튜버는 영상 생중계에서 “빨갱이들이 다 모였다”면서 후원금을 유도했다. ‘이재명을 체포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농민들을 향해 중국어로 조롱 섞인 말을 내뱉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는 차량을 탄 채 스피커로 고성을 지르며 집회를 방해했다.
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탄핵 찬성·반대 측 사람들이 욕설을 주고받았다. 경찰이 곧바로 개입해 양측을 분리하면서 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