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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탄핵소추를 대리하는 변호인에게 지급한 개별 수임료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 25일 “영업상 비밀이 공개된다”며 거부했다. 정부 부처의 경우 판례에 따라 변호사 수임료와 계약서를 공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착석해 있다. 김종호 기자

국회사무처는 이날 “국회가 탄핵소추에 쓴 법률 비용 지출 결의서를 공개하라”는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지출 결의서를 공개하면 수임료와 법무법인 영업상 비밀이 공개된다”며 “해당 법인의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어 제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국회사무처는 22대 국회에서 탄핵소추에 쓴 법률 비용 총액(4억6024만원)만 공개하고, 구체적인 수임료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

22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의 탄핵 추진은 일상화가 됐다. 이날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은 30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이 중 13건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탄핵소추 증가는 필연적으로 법률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국회는 탄핵심판 대응을 위해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소추위원을 대리할 변호인을 선임하고, 그러려면 당연히 수임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는 국민 세금으로 지출하는 수임료의 구체적 내역에 대해 공개를 꺼리고 있다.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주로 야권 성향의 변호인을 고용하는 까닭에 국민의힘은 야당의 ‘줄 탄핵’ 발의를 “세금 나눠 먹기”(신동욱 수석대변인)라는 시각에서 보고 있다. 쉽게 말해 “친야 성향 변호인단에게 탄핵심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장주영 변호사는 이상민 전 행전안전부 장관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에서, 민변 회장 출신의 황희석 변호사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서 각각 국회 측을 대리했다.

이에 따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탄핵이 나쁜 정치적 목적에 따라 반복되면서 국민 혈세도 투입되고 있다”며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경우 탄핵안을 발의한 의원 혹은 소속 정당이 비용을 부담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실제 민주당이 강행한 13건의 탄핵심판 중 9건에 대해 결과가 나왔고, 모두 기각이었다. 국민의힘은 “9전 9패다. 헌정사에 길이 남을 기록적 패배”(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국회가 수임료를 공개하지 않는 게 정부 부처와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고 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지난해 4월 법무부를 상대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변호인 수임료와 계약서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정부 예산으로 지급된 수임료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예산 집행 투명성 확보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액수가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자근 의원은 “국회가 탄핵소추에 떳떳하다면 어떤 변호사들에게 얼마의 수임료를 냈고, 어떤 사유로 선임했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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